더피알 매거진

2025 핼러윈, 가장 무서운 것은?

[브리핑 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기록적 소비 전망

브랜드 전략, ‘한밤의 공포’보다 ‘길어진 가을’에 집중
공감 중시하고, 의미 있는 경험에 투자하는 소비자들

  • 기사입력 2025.10.21 10:18
  • 최종수정 2025.10.21 10:19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미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지난 12일 전미소매업연맹(NRF) 자료를 인용해 올해 핼러윈 관련 소비 규모가 131억 달러(약 18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수치로, 핼러윈 소비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이다.

1인당 평균 지출은 114.45달러로 작년보다 약 11달러 증가했으나 여전히 미국인의 73%가 핼러윈을 기념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기서 으스스한 점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해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결과라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가 무섭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핼러윈을 기다린다. (사진 = consolidatedcredit.org) 
물가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가 무섭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핼러윈을 기다린다. (사진 = consolidatedcredit.org) 

코스튬(43억 달러·13%↑), 장식(42억 달러·11%↑), 사탕(39억 달러·11%↑) 등 대부분 품목에서 두 자릿수 상승률이 나타났다. 특히 사탕 가격은 올해 들어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 서아프리카의 폭우·가뭄 피해로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2.9% 감소한 탓이다. 초콜릿 제조사들은 ‘수축 인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대응하며, 작은 포장과 줄어든 개수로 가격 상승을 상쇄하고 있다.

이른바 ‘관세 괴물’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NRF 조사에 따르면 쇼핑객의 79%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우려했다. 특히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의류의 도매가는 5~19%가량 상승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더 빨리 준비하고 있다. 약 절반(49%)이 9월 이전에 이미 쇼핑을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와 매장 내 프로모션에서 나타나는 ‘썸머윈(Summerween)’ 트렌드는 ‘원하는 제품을 놓치기 싫다’(33%), ‘가을 분위기를 빨리 느끼고 싶다’(44%)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 할인점의 점유율도 42%로 전년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참여를 원하지만, 더 스마트하게 소비하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M&M으로 유명한 초콜렛 업체 마스(Mars)도 7월부터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사진 = Mars.com)
M&M으로 유명한 초콜렛 업체 마스(Mars)도 7월부터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사진 = Mars.com)

실제로 올해 유통업체들은 6월부터 할로윈 디스플레이를 시작했다. 허쉬(Hershey)의 브랜드 매니저 마리사 드 카프리아(Marissa De Capria)는 최근 업계 웨비나에서 “핼러윈은 이제 하룻밤이 아니라, 10주 동안 이어지는 시즌이며, 소비자들은 매년 일찍 준비를 시작한다”라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인플레이션과 관세, 초콜릿 위기에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핼러윈을 찾는 이유는 불안한 경제 속에서 ‘현실 도피적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이 재정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과 함께할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영국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데이터 분석기업 글로벌데이터(GlobalData.com)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Retail Occasions: Halloween Intentions 2025])에 따르면, 영국의 올해 핼러윈 관련 지출은 5억 3,700만 파운드(약 9조 원)로 3.2%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4.1% 증가율보다 낮은 수치로, “강한 소비 수요라기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식음료 가격 상승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쇼핑객의 약 절반이 올해 핼러윈 축제에 참여할 계획이지만 이들 중 60%는 재정적 압박으로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특히 25~34세 젊은층에서 지출 축소 경향이 두드러지며, 일부 소비자들은 “핼러윈은 돈 낭비”라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데이터 수석 소매 분석가 엘리너 심슨-굴드(Eleanor Simpson-Gould)는 “소매업체는 사치나 과시 대신 ‘가을 시즌의 감성적 매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핼러윈 색상과 가을 감각을 조화시켜 10월 31일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홈웨어나 의류 상품군을 만드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시장은 ‘당일 중심 이벤트’에서 ‘시즌형 디자인 소비’로 전환하는 분위기인데, 이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이미 시도 중인 ‘포스트 핼러윈 시즌’ 전략과 맞닿아 있다. 즉, 대량 판매보다는 가성비·체험 중심의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용 콘텐츠와 가족·반려동물 의상 등 ‘참여형 제품군’이 주목받고 있다.

15일 발표된 PWC 보고서([Halloween 2025: Parents open their wallets, Gen Z opens the door])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물건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성인 2,0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핼러윈 최고 소비층은 부모들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부모가 아닌 사람들이 지출하는 평균 193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45달러(약 63만 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핼러윈 최고 소비층인 부모들은 7월부터 준비한다. (사진 = PWC 보고서)  
핼러윈 최고 소비층인 부모들은 7월부터 준비한다. (사진 = PWC 보고서)  

이러한 차이는 장식, 코스튬, 식음료, 이벤트 티켓까지 모든 카테고리에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들은 올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튬은 스파이더맨과 블루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슈퍼맨과 K팝 데몬 헌터가 그 뒤를 이었다. 애완동물은 호박, 핫도그, 유령, 벌, 사자 등으로 분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핼러윈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핼러윈은 시즌 내내 이어지는 의식으로 호박밭을 방문하고,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의상을 고민한다. 단순히 핼러윈을 위해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

MZ세대에게 핼러윈은 유대감과 추억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돈을 투자하는  이벤트다. (사진 = 구글 검색) 
MZ세대에게 핼러윈은 유대감과 추억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돈을 투자하는  이벤트다. (사진 = 구글 검색) 

구매는 미리 계획된 일정에 따라 하며, 파티나 놀이공원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트릭 오어 트릿을 즐기면서 재미있는 순간을 공유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다. 그들은 핼러윈의 가장 보람 있는 측면, 즉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독특한 코스튬, 공간을 영화처럼 연출하는 장식, 스토리가 될만 한 파티에 시간과 에너지, 돈을 들여 유대감과 추억을 산다. 

보고서는 절약보다는 공감을 중시하는 생각이 부각되고 있으며, 자신만의 이야기에 대한 투자처럼 느껴지는 경험에 자원을 할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시대의 감성 경제학은 소비자들이 무심코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쁨에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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