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킴벌리 클라크의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Huggies)가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소셜미디어 캠페인으로 곧 부모가 될 Z세대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월드컵 시청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기억에 남는 소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기스는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29일까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미국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경기를 생중계로 보기 위해 결근을 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드컵 기간 중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를 위해서는 10월 안에 가족 계획을 실천해야 한다.
자칭 '아기 만들기 연장근무'의 ‘공식 후원사'인 하기스는 ‘가족 팀’의 시작을 축하하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라는 코믹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부모가 되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함께하고자 한다. 신생아 부모들은 보통 기저귀를 반복 구매하면서 기저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선제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Do It for the Team¨캠페인 쇼츠 버전 (youtube@HuggiesBrand)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거트(GUT)가 제작한 소셜미디어 캠페인은 커플들을 위해 도발적인 배경 음악과 유혹적인 비주얼을 활용한 90분 분량의 유튜브 영상과 엄선된 곡들로 구성된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여기에는 90년대 R&B 그룹 보이즈투맨의 ‘I’ll make love to you’부터 리한나의 감성 발라드 ’Love on the brain’ 까지 커플들의 마음을 움직일 다수의 로맨틱한 곡들이 포함된다.
타오르는 벽난로, 초콜릿 속으로 떨어지는 딸기, 어른거리는 촛불과 빨간 장미, 부딪치는 와인잔 등의 이미지를 감각적인 음악과 나레이션과 함께 담은 영상이 너무 노골적이라 웃음을 자아낸다. 더 많은 참여와 소셜미디어 공유를 위해 10분/1분 분량의 짧은 버전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6주간 무료 기저귀를 제공하는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팬으로서의 열정과 부모로서의 책임을 육아휴직으로 연결해 팀워크가 경기장 안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육아 역시 인생에서 가장 큰 ‘팀플레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하기스가 기존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섹시함·유머·참여형 놀이’로 젊은 부모층을 겨냥한 것은 부모가 되어 가는 Z세대가 출산·육아 콘텐츠를 밈과 유머로 소비하는 문화적 흐름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재미있다”, “공유하고 싶다”는 즉각적 반응이 중요해진 시대에 기존 브랜드들이 진지함 대신 웃음을 섞어 Z세대와 ‘플러팅’하는 ‘섹시유머’ 컨셉을 실험하는 것이 Z세대 감각에 맞추기 위한 새로운 공식이 되고 있다. 부담감이 덜하고, 더 많이 공유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섹시함을 내세우기보다 코믹하거나 과장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Z세대 언어 배우는 브랜드들
1년 전 이맘때, 핼러윈 캠페인에서 던킨은 전통적인 도넛 브랜드답지 않은 섹슈얼한 캠페인으로 주목받았다.
보라색 프로스팅에 초콜릿 다리를 단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도넛(Spidey D.)’이 “긴 다리는 준비됐고, 이제 필요한 건… 대디뿐”이라는 도발적 문구로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섹시한 도넛’이라는 생뚱맞은 콘셉트에 유머를 더해 밈화에 성공했고, Z세대 사이에서는 “던킨이 미친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도넛 브랜드가 플러팅한다는 것에 던킨은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Z세대에게 젊고 유쾌한 브랜드로 인식됐다.
소비자가 Z세대만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 것은 아닐까?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2024. 10.30)에서 던킨도넛의 최고마케팅책임자 질 맥비카 넬슨(Jill McVicar Nelson)은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에 대해 부적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다른 고객들에 대한 질문에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출되는 채널과 시청층에 따라 특정 채널 맞춤 제작하는 균형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른 브랜드까지 스파이더 도넛에 대해 댓글을 달거나 직접 게시물을 올릴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답했다.
한때 구세대 남성 향수의 대명사였던 올드 스파이스(Old Spice)는 유머와 자기풍자를 중심으로 Z세대에게 어필해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한 대표 사례다.
2010년, 전설적인 광고 “The Man Your Man Could Smell Like(당신의 남자에게서 날 수 있는 향기가 나는 남자)”에서 자기인식을 강조해 브랜드의 노화된 이미지를 ‘웃음’으로 되살린 이후, 계속해서 ‘과장된 남성성’과 ‘자기풍자식 콘텐츠’를 특색으로 한 광고 시리즈를 선보이며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해 왔다. 출연 배우의 인터랙티브 영상 및 밈, #SmellLikeAMan과 같은 해시태그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는 세대 간 대화를 이어가며, 젊은 세대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Z세대에게 유머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브랜드의 사회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소통의 언어다. 여기에 섹시함은 도발이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 새로운 공식은 단순히 웃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너희 세대의 문법으로 말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문화적 제스처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