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PR프랙티스’는 2025 한국PR대상 수상자들의 주요 캠페인과 활동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수상작에 담긴 기획 의도와 실행 전략을 기록함으로써, 국내 PR 현장의 발전 방향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피알=최현준 기자|국가보훈부의 ‘121723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캠페인은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추진된 대국민 참여형 PR 프로젝트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 121723명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기 위해,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된 통합형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끝까지 기억하는 국민,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보훈의 가치를 과거의 추념이 아닌 ‘현재형 체험’으로 확장하는 시도였다.
그동안 정부 중심으로 진행되던 보훈 홍보의 형식을 넘어, 국민이 일상 속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보훈 문화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특징이다.

숫자에서 출발한 상징...태극기 배지로 구현된 ‘기억의 형상화’
캠페인의 핵심 상징물은 121723개의 태극기 배지였다. 이는 6·25전쟁 당시 이름 없이 산화한 전사자 한 명 한 명을 의미하며, 각 배지에는 고유번호가 부여됐다.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라는 이름 그대로, 이 숫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름을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K9 자주포 제작에 사용된 철을 녹여 태극기 배지 제작에 활용함으로써, ‘K-방산’ 기술과 호국정신을 연결한 새로운 상징성을 더했다.
이는 국가 안보와 기술 혁신의 상징을 ‘보훈의 메시지’와 결합한 시도로, 국가보훈부의 정책적 목표와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맞물린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보훈을 일상 속으로...국민이 참여하는 PR
캠페인은 기존의 기념식 중심 홍보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활 공간과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오프라인에서는 국립서울현충원, 서울올림픽공원, 한화이글스 대전 볼파크, KTX 서울역 등 시민 접근성이 높은 장소를 중심으로 현장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현충원에서는 유족과 참전용사들이 배지를 직접 받아 ‘기억의 상징’을 공유했고, 한화이글스 경기장에서는 관람객 전원이 태극기 배지를 달고 응원에 참여했다.
야구장 전광판에는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홍보 영상이 상영돼, 스포츠 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울역에서는 시민들이 귀갓길 중 들을 수 있도록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잊지 말자”는 안내 방송이 송출됐다. 이를 통해 ‘보훈’이 특별한 날의 의식이 아닌 일상 속 공감의 언어로 자리 잡도록 했다.

‘공감·참여·기부’라는 선순환 구조 조성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해피빈 플랫폼을 통한 국민 참여 기부 캠페인이 동시에 진행됐다.
국민은 태극기 배지를 기부금 형태로 받아볼 수 있었고, 모금액은 국가보훈부의 ‘모두의 보훈 드림’ 사업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활동에 전달됐다.
캠페인 영상과 SNS 콘텐츠는 2087만 노출, 694만 도달, 532만 조회를 기록하며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틱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인플루언서 협업 콘텐츠가 다수 확산됐고, 특히 ‘태극기 언박싱’ 영상과 ‘K9 자주포 스토리’ 숏폼 영상은 젊은 세대의 자발적 공유를 이끌며 온라인 상징 확산의 중심이 됐다.
지속가능한 정부 PR의 새로운 방향 제시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캠페인은 2020년 6·25전쟁 70주년(122609 태극기)을 시작으로, 2023년 정전 70주년(121879 태극기)에 이어 올해까지 3회째 이어졌다.
5년간 동일한 기조로 캠페인을 이어오며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 장기 공공PR 모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사례를 통해 ‘국가를 위한 희생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보훈 철학을 국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했다.
이러한 민관협력 구조는 정책 PR과 기업 PR의 목표가 ‘공동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훈의 문화’로 세대를 잇는 메시지 확장
캠페인은 다양한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현충원에서는 참전용사와 유족이 묵념하며 조용한 감사를 전했고, 야구장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응원 속에 배지를 달았다. 역사에서는 출퇴근 시민이 잠시 멈춰 캠페인 음성을 들으며 ‘기억’을 공유했다.
이처럼 세대와 공간을 잇는 설계는 ‘보훈’의 개념을 젊은 세대에게는 ‘참여 가능한 가치’로, 기성세대에게는 ‘지속 가능한 약속’으로 다가가며 일상 문화로 확장시켰다.
이번 캠페인은 공공PR이 가진 한계를 넘어 정책 메시지의 체험과 참여 기반 확산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형의 가치를 실물화한 ‘태극기 배지 스토리텔링’,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참여형 커뮤니케이션 구조’, 민관협력 기반의 ‘지속가능한 메시지 관리 체계’는 향후 정부 PR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모델로 평가된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6.25전쟁 국군 전사자 121,723명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한 캠페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국가보훈부는 앞으로도 ‘끝까지 기억하는 국민,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라는 보훈의 핵심 가치를 태극기 캠페인을 통해 모든 국민들과 더 폭넓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