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언론지원 둘러싼 ‘이몽’
정부 언론지원 둘러싼 ‘이몽’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5.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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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협회 정부광고 조기집행 요구에 “세금 퍼주기 멈춰달라” 청원 등장
전문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대한 문제제기…언론 지원 당위성부터 살펴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언론 문제가 또다시 국민청원 게시판을 장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신문업계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한국신문협회 주장을 반박, 비판하는 내용이다.

국민청원 개설 이후 수년간 언론계를 향한 성토가 지속적으로 공론장에 오르내리고 있고 다수의 공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기성 언론을 향한 우리 사회의 불신과 불만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엔 광고·협찬 등 언론사 경영과 직접적 관련 있는 문제 제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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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언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홍보비를 삭감하여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신문협회에서 정부광고비 조기 집행을 촉구한 입장문을 뒤집어서 지적하는 내용이다.

앞서 신문협회는 지난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장기화함에 따라 신문 광고물량이 대폭 축소되고 각종 문화사업이 취소되면서 전년 대비 전체 매출의 40~50% 이상이 줄어들었다”며 “4월 27일 정부광고 상반기 집중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정책제안서를 제안했지만, 정부·지자체·공기업들은 4월 말 기준 정부광고(홍보) 예산을 집중·확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이는 올해 예산의 71.4%에 이르는 305조원을 상반기에 서둘러 풀기로 한 정부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진 미디어를 돕기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과도 상반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신문 경영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남은 기간(5~6월)에 정부광고를 집중적으로 집행하고 홍보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청원자는 “신문매체에 대한 정부 광고비는 2016년 61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9400억원으로 3년 만에 50%나 늘었다. 언론에만 1조원이 넘는 세금과 예산이 퍼부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무릇 모든 재정은 ‘효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작은 노력이라도 경제 위기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 효과도 없는 언론매체 광고에 세금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청원자는 몇몇 언론의 기사와 사설을 근거로 들며 “이들(언론)은 재정 운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정부) 노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무용하며 더 나아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늘 그렇게 주장해 왔다”며 “지극히 이율배반에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 언론 광고와 관련해서도 “정책 홍보보다는 의미 없는 입막음으로 악용되고 있어 지역민의 원성이 자자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세금 퍼주기와 예산 나눠주기에 불과한 정부의 광고홍보예산을 삭감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예산 활용”을 주장했다. 해당 청원글은 게시 5일 만에 약 1만4000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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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향한 이같은 비판 목소리에 대해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이 민주적 여론형성을 무기 삼아, 국민 알권리를 핑계 삼아 생산해내고 있는 공적 지식(public knowledge)이라는 뉴스가 대부분 중복되고 출처만 지워버리면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다. 칼럼들도 수준 미달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언제까지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해 국민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일부. 모바일 화면 캡처

김 교수는 “과거엔 언론수가 부족해 정부 지원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언론 과잉이 사회적으로 문제이지 않느냐”며 “코로나와 같은 대형 위기를 맞아도 대한민국 언론사 중에서 망하는 곳이 없다. 한 달에도 몇 개씩 인터넷 기반으로 언론사가 등장하고 있는데, 시장과 정부의 어중간한 상생구조 내지는 착취구조로 경쟁력 없는 언론들도 먹고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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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근본적으론 정부의 언론지원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신문법, 방송법, 뉴스통신법을 다 들여다보면 정부가 언론을 지원해주는 근거는 하나다. 바로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함’”이라고 전제하면서 “신문협회에 속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신문사들이 과연 민주적 역할 즉, 국민이 주인되도록 하는 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1조를 보면, ‘신문 등의 발행의 자유와 독립 및 그 기능을 보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높이며 신문산업을 지원육성함으로써 언론의 자유 신장과 민주적인 여론형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방송법 목적 1조에서도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강조하고,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뉴스통신법) 1조 역시 ‘이 법은 뉴스통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그 공적(公的) 책임을 높이는 한편, 뉴스통신사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고 그 공익성 및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뉴스통신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적 여론 형성을 도모하고 뉴스통신과 관련된 국익을 보호함’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교수는 “(법이 적시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도록 도움을 주려면 언론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이고 맥락이 있으면서 진실된 정보를 전달해줘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기득권 언론들이 제기하는 아젠다는 국민과 공익에 부합하기보다 너무 사적이다”며 “아젠다를 제기하는 방식도 과연 저널리즘 규범에 합당한가. 오히려 가짜뉴스의 상당 부분이 기득권 언론사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청원을 통한 언론 개혁의 요구에 대해서는 “청원 기능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책임과 권한이 동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의견이 집단적으로 표출된다고 해서 그것을 여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면서 “다만 (국민청원을 통한 일련의 문제제기를 보며) 우리 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일종의 집단적 반항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1960,70년대 시민운동이 한창 기세를 올릴 때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이 엄청났고, 그 결과 유력지들이 자신들의 존립기반을 위해 당파보도로 전환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언론을 비롯한 사회 문제에 깨어 있는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언론 개혁을 주도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이 동감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언론 개혁은 시대적 소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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