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임성희] 2021년 한 해도 끝자락에 섰다. 필자에게 2021년 한국 미디어 콘텐츠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 딱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오징어 게임’(영어 타이틀 SQUID GAME)의 전 세계적 흥행을 꼽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17일 추석연휴에 맞춰 공개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9월 23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에 올랐고, 11월 7일까지 무려 46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넷플릭스 사상 최장 1위 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기준).

외신들은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를 사로잡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우선 평론가들은 콘텐츠적 성취에 주목했다. 빈부격차 문제가 전 세계적 현상이 된 시대적 배경 위에 공감 가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 간 갈등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렸기에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글로벌 돌풍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한국 감독이 한국 배우를 기용해 한국어로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가 제일 많이 본 작품이 됐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긴 했어도 오징어 게임을 통해 가장 큰 경제적 수혜를 입은 쪽은 당연히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10월 19일 발표한 올 3분기 실적을 보면, 유료가입자가 한 분기에만 438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220만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와 시장 전망치(386만명)와 넷플릭스 자체 예상치(350만명)를 훌쩍 넘는 동력이 됐다.

외신들은 넷플릭스의 이같은 호실적이 오징어 게임 흥행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은 넷플릭스가 1년 전보다 신규 가입자를 두 배로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인기에 힘입어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가입자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세를 몰아 넷플릭스는 4분기 신규 가입자 수를 85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역시 월가가 추정한 833만명을 소폭 웃도는 수치다. 여전히 시청 상위권에 랭크되며 식지 않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기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효과는 비단 가입자 증가 수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개별 작품 가치를 평가할 때 쓰는 ‘임팩트 밸류’ 지표에서 오징어 게임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약 9억 달러(한화 약 1조원)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의 총 제작비가 2140만 달러(약 253억원, 회당 28억원 정도)인데, 제작비 대비 가치 창출 규모를 따지는 효율성 지표로 계산했을 때 41.7배로 집계된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엄청난 실리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우리는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오징어 게임의 콘텐츠적 탁월함에 대해서만 논할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전 세계 흥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 시청자가 보게 만들고,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 가치까지 확보하려면 분명 벤치마킹 포인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의 흥행 대박 이면엔 넷플릭스의 세 가지 역량이 깔려 있다. 첫 번째는 예측 분석에 기반한 콘텐츠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다. 두 번째는 시청자 반응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이상 징후 탐지 역량이고, 세 번째는 한국의 마케팅 프로모션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한 애자일 마케팅이다. 여기에다 탄탄한 인공지능 기술이 뒷받침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공지능 분석에 기반한 티징 마케팅

임성희SK텔레콤 부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경험하며 빅테크 시대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