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정용민 | 언론에 위기 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할까.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긴 하지만, 위기 관리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항상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먼저 읽을 기사: 위기 ‘해결’이 아닌 위기 ‘관리’다

언론에 위기 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vs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저널리즘과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강조하며 언론을 상대로 기사를 매수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임원도 있다.
그에 반해 회사가 입을 데미지를 예상하면 언론에 위기 관리 예산을 어느 정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임원도 있다.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예술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기사에는 예산을 써야 하고, 어떤 기사에는 쓰지 않아야 하는가?” “어느 매체에는 예산을 쓰고, 어떤 매체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가?”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는 어떻게 대응 예산을 써야 하는가?” 하는 여러 고민 주제가 쏟아진다.
이런 경우 확실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십시오’ 조언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에 대한 입체적 검토와 분석 없이 ‘정해진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
우호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 vs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또한 흔히 논의되는 주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이 우호 언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인가?” “우호 언론이라는 곳이 현재 상황에서 우리를 위해 나서줄 것인가?(나설 수 있는 상황인가?)”와 같은 예술적 질문이 이어진다.
“우호 언론을 활용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가지고 우리 회사를 감싸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오곤 한다.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특정 언론을 우호적으로 활용한다면 현재 상황에 반전이 생길 것인가 하는 것도 검토 주제다. 자칫 우호 언론이 나서서 불완전한 논리로 상황에 개입하는 경우 오히려 이해관계자(주로 규제기관)를 자극할 수도 있다.
심지어 기관의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우호 언론의 섣부른 개입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변수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을까?
위기 지속 기간을 줄여야 한다 vs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골치 아픈 주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 상황일 때 위기 지속 기간을 최단기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한다.
하루이틀 적극 관리해서 끝낼 수 있는 위기를 몇 주간 끌지 말라는 것이다. 위기 지속 기간이 짧을수록 이해관계자나 공중의 기억은 적어지고, 부정적 인식 수준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에 가능한 한 상황을 견디며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규제 및 수사기관의 개입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조사 및 수사 기간이 장기화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추어 최대한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일단 초기 상황은 적극 대응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인식을 선제적으로 관리해놓고, 장기적인 조사나 수사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질문이다.
예스나 노 또는 A or B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관련된 변수들을 먼저 보고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다.

위기 상황이 이제 끝났다 vs 아니다 아직 좀 더 자중해야 한다
“언제쯤 다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하다.
위기 상황이 아직 꺼지지 않았는데, 마케팅 부서에서는 광고 재개 일정을 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업 부서에서도 여러 가지 미래 예측 질문을 해온다.
최초 상황이 어느 정도 관리되었고, 언론 기사가 줄고,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상당 수 사라진 상황이 되면 그런 질문이 더욱 잦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여론 상황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지표와 수치들을 보여주며, 일정 기간 좀 더 자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예술적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다음 주부터는 어떤가? 다음 달 초부터는 어떤가?” 같은 질문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예상과 예언을 혼동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여러 예술적 위기 관리 주제들은 거의 모든 위기 관리 현장에서 반복된다.
유사해 보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에 따라, 시기에 따라, VIP의 의중에 따라, 임원들의 내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규제나 수사 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에 더 많은 자잘한 변수들에 따라 대응 방식이나 방향까지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때그때 마구 쏟아지는 예술적 고민 주제들을 다루어가며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위기 관리를 과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예술적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한심스러울 것이다. 전문성 자체에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위기 상황보다 더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 관리 전문가들은 모든 위기 관리를 관통하는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예술적인 이야기다. 지금 위기 관리에 관심을 두고 위기 관리를 공부하는 여러 실무자들에게는 위기 관리를 과학이라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먼저 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 관리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때로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정답보다 해답을 찾는 노력이 현실적일 수 있다.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지, 완전한 방안을 찾으려 해서는 힘들기만 할 뿐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실행해야 할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윤리적이거나 도의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는 대응 방식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극약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입은 데미지가 생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 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결정에는 사람이 있고, 예술이 있다. AI는 과연 그런 현실을 사람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