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민지 기자 |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통칭 ‘칸 국제광고제’, 약칭 ‘칸 라이언즈’가 6월 17일부터 21일(현지 시간)까지, 프랑스 깐느에서 열렸다.
광고계의 ‘오스카’라고도 불릴만큼 전세계 마케터와 광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는 올해로 71회를 맞았는데, 수많은 기업이 수상 자리를 놓고 경쟁한 가운데 올해 삼성이 여러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스페인 법인과 제일기획 스페인이 집행한 ‘SAMSUNG IMPULSE’ 캠페인(이하 임펄스 캠페인)은 3관왕을 달성했다. 우수한 시각적 디자인을 보여준 캠페인에 상이 수여되는 ‘디자인 라이언(Design Lions)’과 개인 건강관리에 영감을 준 캠페인에 상이 돌아가는 ‘헬스&웰니스 라이언즈(Health & Wellness Lions)’, 창의적인 경험 디자인을 구축한 캠페인에 수여되는 ‘브랜드 경험 및 활성화 부문(Brand Expereince & Activation’ 부문에서 각각 골드·실버·브론즈를 수상한 것.
이외에도 삼성은 더 프레임 TV의 ‘SAMSUNG THE ART OF HACK’ 캠페인(더 아트 오브 핵 캠페인)과 ‘SAMSUNG THROWBACK DEALS’ 캠페인(스로백 딜 캠페인), ‘Try Galaxy Fold Experience’ 캠페인 (트라이 갤럭시 폴드 익스피리언스 캠페인)으로 골드와 브론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고의 창의력을 가려내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삼성은 어떤 아이디어로 우수성을 인정받았을까. 올해 삼성의 칸 라이언즈 수상작들을 모아봤다.
갤럭시 워치로 말 더듬는 습관 교정해준다
누구나 당황하면 말을 더듬곤 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말을 더듬는 사람들이 있다. 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이나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말더듬증이 생기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이렇듯 언어 장애인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증상 완화를 돕는 ‘개인 코치’ 역할의 앱을 고안했다.
4월 삼성전자 스페인 법인은 제일기획 스페인과 협력해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갤럭시 워치용 앱 ‘임펄스(Impulse)’를 개발했다. 임펄스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의 말에서 음성 패턴을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리드미컬한 진동으로 변환한다. 사용자는 손목에 차고 있는 갤럭시워치로 진동 리듬을 느끼며 말함으로써 더듬는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앱에는 250개의 리듬과 톤 연습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목소리 크기, 리듬 템포, 억양을 체화한 후 최종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멘트로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언어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난이도 설정도 가능하다.
임펄스의 이러한 기능은 전문적인 언어리듬치료법을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아랍에미리트, 가나 등의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시험했으며 스페인·포르투갈 언어치료사 협회의 승인을 받아 출시했다.
캠페인 영상 속 내레이터 또한 말더듬 증상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임펄스를 6개월 간 사용한 후 내레이션에 참여한 사실이 영상에 담기며 앱 활용 가치가 확연히 드러났다.
제일기획 스페인 법인 알레한드로 디 트롤리오(Alejandro Di Trolio) 제작전문임원(ECD)은 “지금까지 의사와 전문 치료사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언어리듬치료를 대중화시켰으며, 언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코치를 동반하듯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프레임’은 TV가 아니라 ‘예술품’, 세금도 그만큼만 떼기로
삼성전자 스페인 법인은 제일기획 스페인과 협업해 자사 TV 제품 ‘더 프레임’의 독특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더 프레임은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TV다. 아트스토어 기능을 탑재해 전 세계 40여개의 유명 박물관·미술관이 제공하는 1500점 이상의 예술 작품을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상품 종류별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기획됐다. 더 프레임을 TV가 아닌 예술품으로 간주한다면 부가가치세가 덜 붙는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TV를 구매할 경우 21%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만, 예술품에는 10%의 부가세만이 부과된다. 삼성전자는 이 방식을 활용해 TV를 단 10%의 세금만을 부과한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우선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후 그림을 더 프레임에 업로드하게 했는데, 이로써 TV가 예술품으로 자동 분류됐다. 소비자들은 덕분에 같은 제품을 할인가로 구매했다.
삼성전자 스페인 법인 측은 이 캠페인으로 더 프레임의 매출이 55% 증가했으며, 작년 총 매출의 3분의 1 규모를 단 한 달 만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법적 허점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해킹의 예술’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 캠페인은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커머스 부문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캠페인으로 인정받아 동상을 수상했다.
장바구니에 묵혀있는 물건들, 같은 가격에 신 모델로 사가자
삼성은 또다른 이커머스 프로모션 캠페인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머스 라이언즈 골드를 수상했다.
MRM 브라질 법인과 함께 제작한 ‘스로백 딜’ 캠페인은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남아있는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프로모션 캠페인이다.
삼성 브라질 법인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종료된 후 곧바로 연중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제품 판매율이 저조해지는 것에 고심이 많았다.
이런 와중에 한 이커머스 전문 조사기관의 분석 결과로 블랙프라이데이에 장바구니에 담은 제품 중 80%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삼성 브라질 법인 또한 자사몰을 이용해 집계해보니 2021~2023년 삼성닷컴 장바구니에 담겼으나 방치된 제품이 약 73만5000개로 그 수가 상당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 점을 활용해 삼성은 최근 2년 간 장바구니에 제품을 넣었으나 결제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 제품의 최신 모델을 1~2년 전 구 모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었다.
캠페인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이 318% 증가했으며, 투자대비수익률(ROI)은 5145%에 달했다. 매년 매출이 저조했던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주가 그 해 두 번째로 가장 높은 매출을 달성한 주로 기록됐다.
한 외신은 이 캠페인을 보도하며 “장바구니에 남아 있었던 삼성 제품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외신 또한 “데이터에 접근하는 창의적인 방법”이라며 호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