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같은 이슈 같은 위기 왜 반복될까? 상식에 대하여

[정용민의 CRISIS TALK]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잘 되고 있나요? (下)

흔들리지 않는 위기관리 리더십과 자산 점검하자
질서 없는 시스템 더 위험…가용 자산 마련은 기본

  • 기사입력 2024.07.30 08:0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상대가 있는 이슈관리에서 어떤 기업은 차분하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데 비해, 다른 어떤 기업은 왜 일희일비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만만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압도적으로 상대를 관리하던데, 조금 강한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흔들리고 우왕좌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이상 증상이 보일 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점검을 해봐야 한다. 지난 기사에 이어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의제들을 정리해봤다.

먼저 읽을 기사: 위기 커뮤니케이션 ‘들쑥날쑥’이라면...‘왜’ 생각할 것

원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성공하는 이슈관리는 극히 드물다.
원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성공하는 이슈관리는 극히 드물다.

다섯째, 원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나?

폭행당한 운전사에게 찾아가 깊이 사과하고 피해를 압도적으로 보상하는 것. 폭행에 대한 비판여론 때문에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실행한다면 어떤 것이 우선이어야 할까?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문제는 그 정해진 답을 싫어하는 의사결정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원점을 관리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불편하고, 싫고, 화가 나서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그런 의사결정 그룹의 감정 때문에 회사의 상당한 실익이 사라지고 지속가능성까지 훼손되는 경우다.

원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성공하는 이슈관리는 극히 드물다. 만약 원점 관리 없이 이슈가 관리되었다면, 그 이슈는 진짜 이슈가 아니라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많은 경험상 전략적 원점 관리가 생략된 이슈관리 성공은 없었다.

여섯째, 역량을 집중해서 대응하고 있나?

VIP가 이슈관리 대응 회의에 참가하고 있나? 아니면 간접적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나? 이슈관리 팀은 제대로 구성되어 있나? 아니면 관련 부서와 사업 부분이 각자도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나?

자문 그룹은 통합적으로 꾸려져 지원받고 있나? 아니면 누가 어떤 자문을 하고 있고, 누가 그 자문을 받아 실행으로 연결하고 있는지 서로 모르고 있나? 실무자 그룹은 존재하나? 아니면 누가 대응 실무를 하는지 서로 모르고 있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매우 모멸적인 표현 중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있다.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秩序) 없이 모인 병졸(兵卒)’이라는 뜻으로, 임시로 모여 규율(規律)이 없고 무질서(無秩序)한 병졸이 이슈를 관리하는 상황을 묘사한 말이다.

그보다 훨씬 더 모멸적이고 위험한 이슈관리 시스템은 중구난방(衆口難防)과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시끄럽기만 하여 결론이 없고, 짙은 안개 속에서 서로 모른 채 이슈관리를 하는 느낌이라면 문제라는 의미다.

이슈관리 리더십을 이끄는 사람이 누구인지 점검해보자.
이슈관리 리더십을 이끄는 사람이 누구인지 점검해보자.

일곱째, 현재 이슈관리를 통합적으로 누가 리드하고 있는가?

“다 같이 하고 있다”는 답은 오답이다. 위험한 답이다. 전사적·통합적·협력적·보완적 같은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대체 누가 현재 이슈관리 리더십을 이끌고 있는가? 그 딱 한 분이 누구인가? 만약 그분이 VIP라면, 그 VIP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그룹과 실행 그룹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직접 연결되어 있는가? 중간에 연결고리가 있는가? 그에 따라 이슈관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거기에 더해 비선이 있는가? 계속해서 VIP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지시사항을 번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가? 이슈관리를 리드하고 있다는 부사장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행정적인 지원 리더인가?

케이스는 아주 다양하지만 내부 리더십 체계는 몇 가지 형태로 유사하다. 이슈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리더십 체계가 어떤 형태인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째,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모든 이슈에 항상 상시 대응하고, 그럴 때마다 강력하게 대응하고, 매번 끝까지 대응해서 마지막을 장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 참여할 때 깊은 고민과 전략과 준비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간에 전쟁을 끝낼 때도 신중한 고민은 필요하다. 아예 처음부터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초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전쟁을 조기에 마감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일단 시작한 전쟁이라도 상황을 선제적으로 중단해버리는 과감함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무조건’이나 ‘항상’ 같은 개념은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적절한 개념이 아니다.상황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의식에 따라, 조건에 따라, 원점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여러 순리에 따라 그때그때 이슈관리의 방향성을 재고한다는 개념이 더 유익하다.

대응하지 않는 것도 이슈관리다. 아주 전략적인 고민만 기반이 된다면.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Qoo10)'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왼쪽 사진)과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Qoo10)'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왼쪽 사진)과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홉째, 가용할 자산은 얼마나 되나?

사실 이 주제는 너무 당연해서 논의할 가치도 없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돈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잃을 게 많은 기업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잃을 게 없는 (아주 가난하고 취약한) 기업에는 이슈나 위기가 없다. 그냥 재앙뿐이다. 어쩌다가 이슈나 위기가 지나가서 살아남았다 해도, 그 후유증으로 고사하는 기업이 태반이다.

잃을 것이 많은 기업이라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항상 투자하려 한다. 그것도 사업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산 같은 것만 자산이 아니다. 인력, 전문성, 자문 그룹, 팀워크, 리더십, 명성 등이 모두 중요한 자산이다.

가용 자산과 확보 가능 자산에 늘 관심을 기울이고 적절히 갖춰놓는 기업은 이슈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 자산도 없는 기업은 그만큼 힘든 것이 당연하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마지막, 같은 이슈관리를 반복할 것인가? 개선할 것인가?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있다. 맨땅에 헤딩도 한두 번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있다. 기업의 어떤 분야도 한두 번 또는 서너 번 경험했다면, 그로 인해 얻은 인사이트가 생기고 개선이나 강화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식적인 개선 사이클에서 열외되는 분야가 바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수십 년 된 기업도 별것 아닌 이슈로 고생한다. 몇 년 전 겪었던 부정 이슈를 올해 다시 만나곤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그럴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평소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 기업 광고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부금을 내고, 국가정책에 참여하고, 많은 유명 인사들과 언론을 통해 제3자 인증을 받아놓았음에도 부정적 이슈를 제대로 만나면 바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본다. 그간 쌓아놓았던 명성 자산이 오히려 위선적인 이미지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 이유가 뭘까? 왜 개선이나 역량 쌓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평상시 그 자산 점검과 관리 강화를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과연 이슈관리를 잘하게 될까? 아니면 다시 똑같이 맨땅에 헤딩을 반복하게 될까?

이는 상식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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