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타사 위기는 기출문제…강 건너 불이 옮겨붙지 않으려면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 (上)

타 회사의 위기는 우리 회사에 기회
불 구경만 말고 어떻게 끄는지 살피자

  • 기사입력 2024.09.25 08:0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 말에는 아주 중요한 단어가 몇 개 빠져있다.

정확하게 다시 표현해보면, ‘우리 회사의 위기는 곧 경쟁사에게 기회’라는 말이 더 맞다.

위기를 경험하는 기업에는 별로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다른 많은 기업에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말이다.

‘위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자사의 위기에만 해당되는 조언은 아니다. 다른 회사의 위기를 반면교사하지 못하고 허비해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는 조언도 중요하다.

경쟁사 또는 다른 기업의 위기는 어떻게 우리 회사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시장경쟁적 관점보다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자.

첫째, 타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위기를 자사 내에서 살펴보면 기회가 된다

빨리 살펴보자. 타사의 위기를 강 건너 불 구경하다 우리 집도 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저 회사에서 발생한 위기는 우리 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저 회사와 다르다는 이야기는 일단 접어놓자.

저런 유형의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지 신속하게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는 거다. 만약 우리에게도 저런 위기의 뿌리가 존재한다면, 하루빨리 그 뿌리를 분석해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자.

만약 짧은 시간 내에 뿌리까지 제거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도 저 회사와 똑같은 위기가 가시화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라도 우선 준비해놓자. 그런 준비가 기회를 만든다.

둘째,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보면 기출 문제가 파악된다

기출문제를 제대로 알면 시험은 쉽다. 이미 나왔던 문제를 틀리기가 어찌 보면 더 어렵다.

타사가 위기관리 하는 모습을 세세하게 지켜보면 기출문제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다.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한 경우에는 거기에 답이 있으니, 추후 자사 위기 대응에 차용하면 정답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타사가 위기관리를 잘못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경우, 그 이유를 따져보면 오답에서 멀어질 수 있다.

타사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면, 그 비판 내용을 깊이 분석해보자. 이는 합법적인 커닝이다. 그 비판 내용 속에 답이 있다. 기회가 보일 것이다.

다 기출된 위기다.
다 기출된 위기다.

셋째, 타사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 살피면 기회가 된다

타사가 어떤 위기 대응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때 대응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기업도 사전 준비나 대응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채 적시 대응을 할 수는 없다. 만약 타사가 적시 대응을 해서 위기 관리를 잘했다면, 어떻게 그런 적시 대응이 가능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회사의 대응 체계나 역량과는 어떤 부분이 다른지 살펴보자. 반대로 타사의 위기 대응이 때를 놓쳤다면, 그 걸림돌이 된 체계나 역량은 무엇인지도 알아보자. 자사에도 그런 걸림돌 프로세스가 있는지 재차 확인해보면 기회에 닿을 수 있다.

넷째, 위기가 발생했을 때 타사의 리더십은 어땠는지 살펴보면 기회가 보인다

타사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그 회사 VIP는 어떤 움직임과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했는지 확인해보자. 그것이 적절해서 위기관리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혹시 VIP의 대응이 어떤 문제를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 부분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내부적으로 경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자사 VIP가 그런 내용을 챙기지 않거나 관심 없어 한다면, 위기관리 실무 그룹 차원에서라도 타사와 동일한 경우를 전제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그들보다 나은 위기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 그런 차선책을 강구한다면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VIP의 대응만 따로 모아보자.
VIP의 대응만 따로 모아보자.

다섯째, 타사 내 위기관리를 전담한 팀에 대해 알아보자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사람 없이는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잘된 위기관리에는 항상 제대로 숙련되어 신속하게 움직여준 대응 조직이 있다. 반대로 그런 대응 조직이 없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형편없거나, 이해되지 않는 위기관리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타사가 위기관리를 할 때 누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좀 더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OO회사니까 잘하지” 하기보다는 “OO회사에는 이번 위기관리에서 XXX팀과 ###팀이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하더군”과 같이 구체적인 정보 파악이 자사 기회 창출에 도움이 된다. 최소한 그들이 발표한 공식 대응 문건이라도 입수해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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