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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3사 배달앱 주문 체험기... “탈(脫)배민 역부족”

  • 기사입력 2024.10.24 09:53
  • 최종수정 2024.10.24 10:28
  • 기자명 한민철, 김병주 기자

더피알=한민철·김병주 기자 │ ‘치킨업계 빅(Big)3’로 불리는 제너시스BBQ(비비큐)와 교촌, bhc가 자사 주문앱(이하 자사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배달앱 시장 최고 점유율을 자랑하는 배달의민족의 구독 서비스 도입과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에 따른 대응책의 일환이다.

이들 치킨 3사는 자사앱 사용이 가맹점주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앱 서비스를 개선하는 동시에 할인 쿠폰 및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배민 구독 서비스가 치킨 3사 앱에 비해 경제성과 유용성 등의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 만큼, 여전히 배민앱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치킨 3사(제너시스BBQ, 교촌, bhc)의 배달 주문앱이 배달의민족 구독서비스의 경제성과 유용성 등의 이점을 여전히 앞서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치킨 3사(제너시스BBQ, 교촌, bhc)의 배달 주문앱이 배달의민족 구독서비스의 경제성과 유용성 등의 이점을 여전히 앞서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BBQ 자사앱의 ‘황당한’ 주문 취소

기자는 최근 제너시스BBQ(이하 BBQ)의 자사앱을 통해 치킨을 배달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지점에서 원했던 메뉴를 받을 수 없었다. 

주문하고 싶었던 메뉴는 ‘파더′s치킨’과 ‘바사칸 윙’이었다. 매장은 주문지점으로부터 도보로 5분, 약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다. 

배달팁 3000원과 함께 총 4만 1000원을 결제했는데, 30초도 지나지 않아 강제 주문 취소가 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취소사유에는 ‘메뉴 및 가게 정보가 다름’이라고만 적혀 있고,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다. 

동일 메뉴로 다른 근거리 매장에 주문하려 하자 갑자기 배달팁이 3800원으로 올랐다. 이 매장도 같은 동네에 있어 주문을 취소한 매장과 멀지 않은 곳인데, 배달료가 1000원 가깝게 오르는 것을 보고 선뜻 주문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기자가 제너니스BBQ의 배달 주문앱을 통해 ‘파더′s치킨’과 ‘바사칸 윙’을 주문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강제 취소를 당했다. 사진=한민철
기자가 제너니스BBQ의 배달 주문앱을 통해 ‘파더′s치킨’과 ‘바사칸 윙’을 주문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강제 취소를 당했다. 사진=한민철

아마 매장에서 ‘파더′s치킨’ 등 주문 메뉴를 현재 취급하지 않아 강제 취소했다고 생각했고, 이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을 선택하자 바로 주문이 접수됐다. 

BBQ 자사앱에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BBQ의 전 메뉴를 볼 수 있다. 분명 이것은 다양한 메뉴를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자의 앞선 경험과 같이 매장마다 현재 조리 가능한 메뉴가 다르고, 즉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메뉴를 반드시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 그림의 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부터 배민앱과 편의성에서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배민앱은 메뉴가 아닌 원하는 가게를 우선 선택하면 이곳에서 현재 조리 가능한 메뉴만을 보여준다. 물론 조리 불가능한 메뉴가 올라와 주문할 수 있고 실제로 기자도 이런 경험이 있었지만, 적어도 가게 관계자가 직접 전화해 양해를 구하거나 주문 취소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가게에서 마음대로 취소하고 ‘메뉴 및 가게 정보가 다름’이라는 아리송한 취소사유를 적어 카톡으로 보내지도 않았다. 분명 기자는 메뉴를 제대로 선택했고 가게 지정도 제대로 했기 때문에 메뉴와 가게 정보가 맞지 않게 주문한 적이 없다. 

다른 날 BBQ 자사앱을 통해 ‘파더′s치킨’의 주문을 다시 시도해봤다. 근거리 매장이 ‘준비 중’ 또는 ‘여기서는 팔지 않아요’라는 표시가 돼 있어 결국 이번에도 주문에 실패했다. 

배민앱처럼 원하는 가게를 먼저 지정하고 메뉴를 선택한다면 이런 수고가 들지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배민의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의 이용자는 배달료가 무료이거나 기존의 반값만 지불하면 된다. BBQ 자사앱처럼 다른 근거리 매장을 선택하자 배달팁 800원이 올라 주문을 망설일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교촌치킨의 자사앱인 ‘교촌치킨앱’으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우선 근거리 매장부터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는 포장 가능 여부와 배달료가 표기돼 있다.

교촌치킨앱(왼쪽)과 bhc 앱에서 배달을 누르면 메뉴가 아닌, 배달지를 기준으로 근거리 매장부터 선택하게 돼 있다. 사진=한민철
교촌치킨앱(왼쪽)과 bhc 앱에서 배달을 누르면 메뉴가 아닌, 배달지를 기준으로 근거리 매장부터 선택하게 돼 있다. 사진=한민철

이후에나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기에, 해당 매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메뉴는 아예 올리지 않는다. 메뉴별로 가격은 물론이고 조리 시간까지 상세히 기재돼 있다. 

bhc 자사앱의 경우에도 배달을 원하는 주소를 먼저 설정한 후 근거리 및 주변 매장을 확인할 수 있다. 교촌앱과 같이 매장을 선택한 뒤 메뉴를 고를 수 있는 구조로, 현재 취급하지도 않는 메뉴를 골라 강제로 주문 취소를 당할 일도 없는 것이다. 

각종 할인 이벤트에도... “배민클럽이 더 경제적” 

치킨 3사의 자사앱은 쿠폰과 이벤트로 할인 혜택을 제공해 배민앱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bhc는 현재 탁구 올림픽 메달리스트 신유빈을 모델로 ‘뿌링클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앱을 통한 주문에 한해 뿌링클 종류 치킨을 건당 4000원 할인하는 내용이다. 이에 본래 2만 1000원에 판매하던 뿌링클 치킨을 자사앱으로는 1만 7000원에 주문할 수 있다. 

실제로 배민앱으로 동일 매장에서 뿌링클 치킨을 구매하려 하자 가격이 2만 1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 일부 매장에서는 배민앱에 ‘조건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3500~4000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만약 배민클럽을 사용한다면, 4000원 할인에 배달료가 무료인 만큼, 1만 7000원에 더해 3000원의 배달료를 지불하는 bhc 자사앱보다 이득이다. 

배민클럽을 이용해 bhc 메뉴를 주문하면 배달료 무료에 4000원까지 추가로 할인 받을 수 있어 bhc 자사앱을 사용하는 이점이 와닿지 않았다. 사진=한민철
배민클럽을 이용해 bhc 메뉴를 주문하면 배달료 무료에 쿠폰으로 4000원까지 추가로 할인 받을 수 있어 bhc 자사앱을 사용하는 이점이 와닿지 않았다. 사진=한민철

결국 할인 이벤트를 하더라도 3000원 이상의 배달료로 인해 자사앱으로 주문했을 때의 이점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교촌과 BBQ 자사앱은 배민앱에는 없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교촌치킨앱은 설치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증정한다. 최근 할인 이벤트 중인 신상품을 비롯해 인기 메뉴를 3000~4000원 할인해 구매할 수 있다. 

BBQ의 자사앱도 멤버십 쿠폰을 제공하는데, 할인 금액은 1000원(생일축하 쿠폰 4000원)으로 교촌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또 교촌은 1만 6000원이상 주문 시 쿠폰 사용이 가능하지만, BBQ는 2만 원 이상 구매해야 쿠폰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실시간 배달 현황’ 서비스도 배민 못 따라가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사용하며 중요시하는 기능 중 하나는 ‘실시간 배달 현황’이다. 배민앱의 경우 주문 접수와 함께 예상 배달 시간이 표시된다. 또 라이더의 음식 수령과 도착까지 모든 과정의 정보를 알람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분명 실시간 배달 현황은 유용하지만, 도착 예상 시간과 실제 배달 도착 시간의 차이가 큰 경우도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BBQ 자사앱도 실시간 배달 현황을 표시하지만, 배민앱보다 정시에 도착한다거나 한층 뛰어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촌과 bhc의 자사앱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두 앱을 사용해 치킨 등을 주문해 봤는데, 교촌치킨앱에서 보낸 알림톡에는 배달 도착 예상 시간이 50분이었지만, 실제로는 37분이 걸렸다. 또 bhc 자사앱에서 보낸 알림톡은 예상 시간이 70분이었지만 25분 만에 도착했다. 

흔히 “배달이 빨리 도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도착 예상 시간보다 무려 15~40분이나 먼저 올 정도로 차이가 있다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생길 수 있다. 

기자는 교촌과 bhc 자사앱을 통해 배달주문을 시켜보았다. 사진은 '뿌링클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 중인 bhc에서 주문한 뿌링클 치킨과 사이드 메뉴. 사진=김병주 기자.
기자는 교촌과 bhc 자사앱을 통해 배달주문을 시켜보았다. 사진은 '뿌링클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 중인 bhc에서 주문한 뿌링클 치킨과 사이드 메뉴. 사진=김병주 기자.

심지어 교촌과 bhc의 경우 라이더의 실시간 이동 위치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역시 두 회사 앱의 관련 기능이 배민앱의 그것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대목이다. 

이에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향후 배달 현황을 앱 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매장별 배달료 측면에서도 치킨 3사의 앱이 배민앱보다 소비자들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할만한 점은 없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인근을 기준으로 교촌치킨앱의 경우 주변 3km 이내 매장의 배달료가 2000~4000원이었다. 그런데 가장 먼 지점의 배달료가 가장 싼 것으로 확인되는 등 거리순 할증이라는 일관성을 느끼지 못했다. 배달이 가능한 최소 주문금액도 매장마다 상이한 점도 기존 배민앱에서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다. 

bhc 자사앱에서 배달 주문 시 최소 주문금액은 기재돼 있지 않다. 다만 메뉴를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을 위한 결제 수단을 선택할 때가 돼서야 ‘온라인 주문은 1만 7000원 이상일 때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다른 bhc 매장 점주에게 전화로 문의해본 결과 “우리 가게는 1만 8000원부터 배달이 가능하다”라며 “배달주문 최소 주문금액은 가게마다 정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현재 치킨 3사 앱으로는 “탈(脫)배민 이끌기 힘들어”

지난 9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지난달 활성 이용자 수는 3604만 30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289만 명) 증가했다. 

배달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로, 배달앱 업체들이 무료 배달과 구독 서비스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배민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보다 약 64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민의 구독 서비스는 신용카드의 포인트로 대신 결제가 가능한 만큼, 소비자들이 느끼는 구독료 부담이 그리 크다고 볼 수도 없다. 이에 향후 구독 서비스 신청자의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무리 배민이 배달 중개 수수료를 올리고 가맹점주의 부담을 키웠다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결국 이런 수치는 소비자들이 배민의 서비스가 경제적이고 유용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서 실제 치킨 3사의 앱을 이용한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치킨 3사가 자사앱의 이용을 아무리 독려할지라도, 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탈(脫)배민을 이끌기에는 그 기능과 서비스면에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배달의민족의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 사진=뉴시스
배달의민족의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 사진=뉴시스

물론 치킨 3사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취합해 향후 자사앱의 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배민보다 ‘가격 이점’에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결국 근본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치킨 업계의 자사 앱 강화와 관련해 “이미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자사앱으로 이끌려면 할인 외에는 답이 없다”며 “할인 프로모션을 하겠지만 대부분 기간 한정이거나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배민 등과 차별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사앱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배민의 할인 규모에 맞추거나, 배민 이상의 배달료 할인 프로모션과 신용카드 포인트를 이용한 할인, 쿠폰 제공, 각종 제휴 혜택 등의 마케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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