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직장에서 보여주기식 바쁜 척하기? Z세대만의 일은 아냐…

[브리핑 지] 틱톡 ‘태스크마스킹’ 트렌드

직장에서 바쁘게 보이는 방법에 대한 팁 공유
고위 임원·관리자들까지 가짜 노동 관여 많다
출퇴근 문화 낯선 Z세대의 소통 방식이란 분석도

  • 기사입력 2025.03.21 08:00
  • 최종수정 2025.03.21 09:33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근무시간에 바쁘게 일하는 척하는 것은 Z세대가 틱톡에서 논의하기 훨씬 전부터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새 틱톡 트렌드 ‘태스크마스킹(taskmasking, 가짜노동)’을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캐나다 CTV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관리자의 48%가 직장내 가짜 노동이 흔하다고 말한다 (사진=CTV뉴스)
관리자의 48%가 직장내 가짜 노동이 흔하다고 말한다 (사진=CTV뉴스)

태스크마스킹의 예로는 컴퓨터에서 큰 소리로 타이핑하기, 노트북 들고 사무실 안 빠르게 걸어 다니기, 하루 종일 헤드폰 쓰고 있기, 몇 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 강렬하게 응시하기 등이다.

인사관리 기업 워크휴먼(Workhuman)의 세계인간직장지수(Global Human Workplace Index)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의 48%가 가짜노동에 대해 ‘일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많은 리더들이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고위 임원의 38%와 관리자의 37%가 가짜노동에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상대적으로 비관리자의 경우 32%만이 생산성을 위조했다고 인정했다.

조사 보고서는 “가짜생산성(fauxductivity)은 보여주기식 생산성과 생산성 불안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형편없는 문화의 징후”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가짜노동의 필요성을 느낀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워라밸과 번아웃 감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문 조사 참여자의 48%는 스스로 평균 이상의 근로자라고 답했고, 69%는 태스크마스킹이 자신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 때문에 바쁘고 힘들어보이는 사람들 (사진=태스크마스킹 구글 검색)
일 때문에 바쁘고 힘들어보이는 사람들 (사진=태스크마스킹 구글 검색)

보고서는 또, 직원들이 끊임없이 참여하고 성과를 내야 할 때, 특히 시간을 기록하며 매초를 설명해야 할 때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안전의 문화가 갖춰져야 가짜노동으로 대충 넘어가는 대신 진정한 참여와 생산성이 촉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태스크마스킹 트렌드에 대해 많은 미국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 복귀를 명령함에 따라 Z세대 직원들이 자기 생활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시스템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많은 Z세대 직원들은 팬데믹 봉쇄기간 동안 성인이 되었다. 일부는 집에서 개인 일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대신 처음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동료와 상사에게 둘러싸여 바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보다 앞서 2019년에 문화 작가인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on)은 게임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라이브 액션 롤플레잉(Live Action Role Playing)의 약어를 빌려 ‘LARPing your job’이라는 비슷한 현상을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직장에서는 회의를 많이 하고, 현재주의를 과시하기 위해 늦게까지 머물다 일찍 도착하거나 디지털로는 이메일을 많이 보내고, 슬랙(slack)이나 조직에서 사용하는 그룹 채팅 플랫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라고 피터슨은 설명했다.

‘안티 워크 걸보스(Anti Work Girlboss)’로 알려진 28세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가브리엘 저지(Gaberille Judge)는 테크회사에서 일하면서 동료들과 LARP했던 경험이 있다.

가브리엘 저지도 동료들과 LARP했던 경험이 있다.(사진=antiworkgirlboss.com)
가브리엘 저지도 동료들과 LARP했던 경험이 있다.(사진=antiworkgirlboss.com)

저지는 “실제 점심 먹을 때도 정말 바빠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하루 종일 에어팟을 착용해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커피 브레이크나 정수기옆 수다 시간도 전날 밤의 스포츠 경기나 시상식 이야기 대신 자신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태스크마스킹으로 간주된다. 저지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 바빠 보일 수 있다”면서 “사무실에는 보여주기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가짜노동은 실제 업무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그 자체로 풀타임 직업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저지는 “직장에서 계속 바쁜 척하는 것은 지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집에 있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을 해도, 그저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피로감에 따라 오는 고단함이 있다”는 것이다.

시에라 그로스(Cierra Gross)는 직장내 괴롭힘과 차별 문제를 돕는 인사 컨설팅 회사인 케이지드 버드 HR(Caged Bird HR)을 운영한다. 그로스는 2022년에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회사를 떠나기 전 구글과 엑손모빌의 인사부서에서 수년간 일했다.

그녀는 태스크마스킹을 채용, 인재 관리, 인력 계획과 관련된 더 광범위한 문제의 징후라고 생각한다. 즉, 상사들이 주로 과시를 위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람들을 사무실로 돌아오게 한다는 것이다.

그로스는 “모든 회사에는 편법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태스크마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저성과자인 경우가 많지만 업무를 빨리 끝내는 고성과자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점점 더 많은 근로자가 업무의 대부분을 AI에 아웃소싱하고, 정수기 옆 수다와 격렬한 타이핑으로 태스크마스킹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상사는 이미 알아차렸을 수 있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회사의 80%가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로자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많은 회사가 전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온라인 활동, 위치 및 키 입력을 추적한다. 사무실 내부 감시도 계속되며, 특정 방과 책상을 감시하기 위해 움직임, 광 강도 및 습도 센서 등 새로운 기술도 사용한다.

저지는 “Z세대는 원격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서 많은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태스크마스킹은 그들이 느끼는 씁쓸함과 좌절감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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