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의사 살리고 사무직 울리는 AI…"전문가 20만 확보해야"

한은 “AI 도입, 한국 GDP 최대 12.6% 높여”
인적자본 활용·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필요
파리 AI 정상회의, 세계 단위 파트너십 출범
유상임 “올해 AI 센터 2조 투자…전력 기술 필수”

  • 기사입력 2025.02.11 14:55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인공지능(AI) 일자리를 한국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크게 누릴 직군은 의사·금융 전문가·법조인 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사회 초년생인 청년과 함께 사무직 비중이 높은 여성, 고학력·고소득층은 AI에 의해 대체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재취업 활성화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특히 국내 일자리 중 절반 이상인 51%가 AI 도입의 영향을 받아 전체 근로자의 24%는 AI로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전체의 27%는 AI가 대체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 등 참가자들이 채용정보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1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 등 참가자들이 채용정보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 연구한 ‘BOK이슈노트-AI와 한국경제’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슈 노트에 따르면 한국의 GDP는 AI 도입이 없을 경우 노동공급 감소로 인해 2023년~2050년 동안 16.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AI가 최대한으로 노동을 대체·보완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것을 가정할 때 감소폭을 5.9%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AI 도입 시 우리나라 경제의 생산성은 10년 내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분석 결과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졌다. 저자들은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더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AI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은 직군은 의사, 한의사, 기업 대표 및 기업 고위 임원, 금융 전문가, 대학 교수, 고객 서비스 관리자 등이 꼽혔다.

건설 및 채굴기계 운전원, 운송 서비스 종사자, 건설 기능 종사자, 전기공, 배관공, 경찰·소방 및 교도 종사자, 선박 승무원 및 관련 종사자,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전문가 등은 해당 직무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나타났다.

반면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는 회계·경리 사무직, 통신 관련 판매 종사자,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등이 해당됐다.

그림에서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나타낸다.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보여준다. 노출도가 높고 보완도가 낮은 직업이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그림에서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나타낸다.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보여준다. 노출도가 높고 보완도가 낮은 직업이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청년층, 여성, 고숙련 및 고소득 집단에게는 AI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AI 도입은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요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일자리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특히 고령층에게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데이터로 봤을 때 취약한 일자리에서 혜택을 받는 일자리로 이동하는 비율은 30% 수준인데, 이 숫자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한국의 AI 준비 지수는 165개국 중 15위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지만, 부문별 차이가 존재했다. '혁신 및 경제통합(3위), '규제 및 윤리(18위)', '디지털 인프라(18위)' 등이 상대적으로 우수했고,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24위)'은 개선 여지가 크다고 봤다.

오 팀장은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1일차를 마무리하며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AI 산업의 막대한 에너지 소요를 언급하며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에 투자할 것을 설득했다. 사진=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1일차를 마무리하며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AI 산업의 막대한 에너지 소요를 언급하며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에 투자할 것을 설득했다. 사진=AP/뉴시스

과기부, AI 정상회의서 지속가능 AI 생태계 구축 목표 밝혀

전 세계 정상들도 AI의 효과적인 사용 방법 모색에 나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에서는 미중 AI 패권 대결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급속한 AI 발전에 대해 인간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합의가 진행됐다.

파리 정상회의는 AI의 미래에 관해 광범위한 국제적 논의를 최초로 한 장소에서 진행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주최 측은 각국이 더 윤리적이고 민주적이며 지속가능한 AI를 위한 약속을 담은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주최로 이틀 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장궈칭 중국 부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등 100여개국 기업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까지 1500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이 AI 활용 방안의 진전을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공공의 일반 이익에 봉사하는 대규모 이니셔티브를 위해 '현재의 AI'라는 이름으로 세계 단위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출범한다.

지난 10일에는 AI와 일자리, AI와 창작, 개인정보 보호 방안, 포용적 거버넌스 구현,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성장, 공익을 위한 방향성 등을 주제로 종일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의료 분야나 직장, 아동 발달 과정 등에 AI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소개하는 세션도 마련됐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차 AI 국제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확장' 세션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프랑스 유럽외교부 유튜브 캡처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차 AI 국제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확장' 세션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프랑스 유럽외교부 유튜브 캡처

이날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확장’에 한국 정부 대표로 나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도입으로 인해 전력 소비가 최대 10배 증가할 수 있다며 해결 방안 모색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현재 전 세계 AI 시스템이 한 국가가 사용하는 만큼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며 “AI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전력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 덧붙였다.

이어 한국이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와 관련 기술 개발로 AI 추론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90% 줄이고, 학습 성능을 2배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20만명의 AI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유 장관은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전기요금 패턴을 분석하고, 급격한 요금 인상 위험을 사전에 예측·안내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국민 편의를 높이고 있다”며 “민간 부문의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총 2조원을 투자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일 폐막 세션에서는 주요 인사들의 릴레이 연설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대표로 참여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표자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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