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 | 10초 분량의 영상은 섹시한 음악을 배경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상의를 벗고 스웻 팬츠를 허리에 낮게 걸쳐 입은 남성의 복근 클로즈업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3초 후, 화면은 붉은 바위에서 쏟아지는 아름다운 청록색 폭포가 있는 애리조나주 하바수 폭포(Havasu Falls)의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환된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등 애리조나의 자연 명소에 대한 비공식 계정에 게시된 이 영상이 최근 틱톡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파크톡(ParkTok)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고 5월 31일 CNN이 보도했다.

파크톡 트렌드는 외설적 영상이나 음악을 경이로운 자연 이미지에 결합한 것으로 미국의 주립 혹은 국립공원이나 산, 강 등 국유지를 대표하는 비공식 틱톡 계정들에 게시되고 있다.
25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비공식 계정 @joshuatreenp를 운영하는 킴 태너(Kim Tanner)는 "파크톡은 그저 시선끌기용 야한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로잡고 있다”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고 CNN에 설명했다.
작년 가을 등장한 파크톡 계정들은 원래 지역 공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 미 정부 인력 감축의 일환으로 국립공원청과 내무부 직원 수천 명이 해고되면서 국립공원 등의 폐쇄와 예약 중단, 운영 시간으 제한으로 이어졌다.
환경보호자들 사이에 트럼프 정부의 국립공원 예산 삭감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국립공원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점점 많은 사람들이 파크톡이라는 도발적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 리뷰 매체 CNET의 지난 달 22일 관련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는 국립공원관리청(NPS) 예산 10억 달러(약 1조 3700억 원) 이상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립공원보존협회(National Parks Conservation Association)는 이것이 109년 NPS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예산 삭감안이며, "최소 350개 국립공원이 파괴될 수 있다"고 밝혔다.
NPS는 공식 틱톡 계정을 갖고 있지 않지만 국립공원에 초점을 맞춘 이 바이럴 트렌드에 대해 “공원의 가시성을 높이고 관심을 유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긍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CNET에 이메일 답변했다.
CNET은 #ParkTok과 #MountainTok의 제작자들 일부가 전직 NPS 직원들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자연 애호가들이라고 밝혔다.
NPCA의 커뮤니케이션 및 참여 담당 부국장인 쉴라 응우옌(Sheila Nguyen)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여론을 파악하고 가장 공감을 얻는 이슈를 전파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디지털 활동이 실질적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미국립과학원저널(PNAS)에 실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진이나 동영상이 포함된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국립공원 방문객 수를 가장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방문해 직접 경험하고, 보고, 사랑에 빠지면 결국 국립공원을 보호하고 싶어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태너도 파크톡 활동이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스타 토렌 브래들리의 유튜브 쇼츠 영상은 외설적 가사를 포함한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한다.
미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성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유명인들까지 이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난 달 15일 보도했다.
조회수 680만 회를 기록한 바이럴 영상에서 소셜미디어 스타 토렌 브래들리(Thoren Bradley)는 고요한 고산 호수로 넘어가기 직전 상의를 벗어던진다. 브래들리는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조회수 활용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댓글에 밝혔다.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출연했던 배우 제이슨 모모아(Jason Momoa)가 아이스크림 바를 들고 섹시한 음성으로 "깨물까, 핥을까?"라고 묻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조회수 610만 회를 기록했는데, 이 장면은 곧바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페인티드 팟츠(Painted Pots)'로 이어진다.
성인콘텐츠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의 성인 엔터테이너인 조너선 케인(Johathon Caine)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계정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구독자가 급증했다고 말한다.
수백만 명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들이 참여하면서 자연 애호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관심을 갖고 생물다양성 보존이나 사람들의 웰빙을 위한 국립공원의 핵심 역할을 지지하고 있다.
NPS에 따르면 작년 미국 국립공원은 약 3억 320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