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틱톡을 스크롤 하다보면 소녀 감성 물씬한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 카페에서 산 말차 라떼와 쿠키를 자랑하는 영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옷이라면 성수동 매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지만 일부 소녀들은 카페에 가보고 싶어 파리, LA와 뉴욕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먹고 마시고 사진 찍으면서 즐기는 Z세대의 놀이문화를 활용하는 캐나다 브랜드 아릿지아(Arizia)도 캐나다와 미국 지역 매장에 자체 커피숍 A-OK를 오픈해 음료와 간식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유니클로, 무인양품(Muji), 갭(Gap), 랄프로렌, 자라 등 여러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자체 커피숍을 오픈하면서 매장을 단순한 의류 구매를 위한 곳이 아닌 사람들이 들러 시간을 보내는 ‘제3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가 지난 3월 21일 보도했다.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패션업체들의 커피숍 트렌드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즉 실제 제품 이상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미학을 포용하는 브랜드로 알려지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프라인 커피숍 콘셉트의 큰 장점은 팬데믹 이후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모이기를 원하는 Z세대의 욕구에 부합한다.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단지 옷을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제1의 장소)이나 직장/학교(제2의 장소) 외에 목적없이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장소, 즉 헬스 클럽이나 카페, 서점 등이 담당했던 기능을 패션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시원한 음료를 손에 들고 쇼핑을 하면 훨씬 더 즐겁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매장에 머물수 있다는 것인데, 아릿지아의 A-OK 카페 사이트에서도 ‘간식 없는 쇼핑은 이제 그만’이라고 강조한다.
패스트컴퍼니는 지난 3월 뉴욕에 문을 연 유니클로 커피의 경우, 북미에서는 처음이지만 일본,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여러 매장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매장들은 지역 특색을 살린 간단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데, 마닐라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커피 외에도 멜론 번, 호지차 젤라토 등도 맛볼 수 있어 여행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뉴욕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랄프 로렌의 랄프스 커피(Ralphś Coffee)는 간식과 함께 랄프스 브랜드 텀블러나 야구 모자와 같은 상품을 판매한다.
미국, 캐나다 등에 위치한 무지 카페에서는 자비스(Jarvis)라는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대중적 패션 브랜드들이 주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카페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럭셔리 브랜드들은 일찌감치 레스토랑에 거액을 투자해 왔다.
식음료전문 매체 푸드앤와인(Food&Wine)은 1월 31일 기사에서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세계의 유명 도시에 더 많은 레스토랑을 열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에 90세를 맞은 패션계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는 1998년 파리에 첫 레스토랑(Armani / Ristorante)을 열었고, 현재 전 세계에 24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의 이탈리아 고급 다이닝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11월 뉴욕에 오픈한 르 카페 루이비통(Le cafe Louis Vuitton)은 모든 것에 모노그램을 새겨 넣고, 미슐랭 자격증을 소지한 셰프들이 고급 쇼핑객들을 위한 아침, 점심, 간식을 제공한다.
카푸치노 폼에는 수하물 태그가 찍혀 있고, 클럽 샌드위치는 루이비통의 상징적인 꽃 모양으로 잘라져 있으며, 초콜릿 앙트르메에는 루이비통 모노그램으로 엠보싱 되어 있다.
2017년에 뉴욕에 문을 열었던 티파니의 블루박스 카페(Blue Box cafe)도 2023년 화려한 레노베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천장에 걸린 수많은 시그니처 상자들과 바닥에 흩날리는 색종이 조각들로 티파니 브랜드의 몰입 경험을 극대화한 인테리어는 끊임없이 리틀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고 방문하는 고객들을 축하한다.
1988년 F&W 베스트 뉴 셰프로 선정되었던 다니엘 불뤼(Daniel Boulud)는 "요즘엔 소셜 미디어 덕분에 재미있고 다채롭고 기발한 매력이 더욱 커졌다"라고 말한다.
푸드앤와인은 핸드백에 엄청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누구나 같은 로고가 새겨진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에 돈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가격은 비싸고 양은 적지만 많은 디자이너 레스토랑들이 독특한 디자인과 현대 미술을 통해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매체 재팬나카마(Japan Nakama)도 지난 달 22일 기사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패션 중심지인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세련된 브랜드 카페들을 소개했다.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도쿄가 커피, 케이크, 그리고 고급스러운 점심과 저녁 식사를 통해 좋아하는 브랜드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고객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랄프로렌 곰으로 라떼 아트를 제공하는 랄프스 커피(Ralph’s Coffee), 모던한 CD로고를 새긴 마카롱으로 시선을 끄는 카페 디올, 귀여운 동물 모양의 크레페를 맛볼 수 있는 젤라또 피케 카페(Gelato Pique Café), 무라카미 다카시의 웃는 꽃을 테마로 한 루이비통의 커피 징가로(Coffee Zingaro), 식물이 프린트된 벽지의 녹색 복도를 통해 진입하는 구찌 오스테리아(Gucci Osteria da Massimo Bottura) 등 많은 브랜드 레스토랑들이 도쿄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감성와 음식, 인테리어 등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