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강남 백화점 식품관 대변신 ‘리뉴얼의 신세계 vs 이벤트의 현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서울 최대 ‘신세계 마켓’ 선보여
“강남 프리미엄 식재료 수요, 타 매장 노하우 될 것”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배송 서비스·6년만의 경품 이벤트
자연·고급 다이닝 이미지…협력사 식재료 품질 전수조사

  • 기사입력 2025.03.07 08:00
  • 최종수정 2025.03.07 12:44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은 줄일 수 없는 지출에 더욱 신중해진다. “식품관에서 최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한 백화점 관계자의 말처럼, 해외 명품이나 의류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식품의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업계에서 식품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고객 유치와 매출 확대에 있어 식품관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 속에서도 신선한 식재료와 트렌디한 F&B 브랜드를 내세운 식품관은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된 매력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업체들의 식품 매출 비중은 2022년 12.7%, 2023년 13.2%, 2024년 13.5%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식품관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식품관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사진=김병주 기자

특히 백화점이 기존에 물건만 사고 나가는 목적형 소비 공간에서 체류형 소비 공간으로 바뀌어가면서, 식품관은 다른 제품도 연관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백화점들이 지역 장인 브랜드와 로컬 맛집, 팝업 등 눈길을 끄는 요소들을 더 갖추려는 경쟁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백화점 주요 이용계층은 고급 식자재를 선호하고, 상대적으로 식품 물가 상승에 덜 민감한 경향을 보이는 것도 식품관 매출 견인의 배경으로 꼽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식품관(식당가 매출 포함)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7.5% 증가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28일 강남점 식품관 내 슈퍼마켓을 ‘신세계 마켓’으로 재개장한 데 이어 하반기까지 6000여평(약 2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 식품관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압구정 입맛’을 사로잡아오던 전통의 미식 강자 현대백화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식품관에 내걸린 홍보물.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식품관에 내걸린 홍보물. 사진=김병주 기자

물량으로 보여주는 신세계百, 강남에 프리미엄 식재료 선사

‘신세계 마켓’은 지난해 오픈한 ‘스위트파크’와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이은 강남점 식품관 프로젝트의 3번째 단계다. 2009년 이후 16년만의 슈퍼마켓 리뉴얼로 서울권 백화점 중 최대 크기인 600평(약 1980㎡) 규모의 슈퍼마켓이 탄생했다. 현재 신세계 마켓 옆 푸드홀이 있던 자리는 하반기 델리·건강식품 매장 새단장을 앞둔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 마켓은 크게 신선식품 매장, 프리미엄 가정식 전문관, 그로서리(식료품) 매장 3구역으로 나뉜다. 신선식품 코너에서는 신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획 상품과 자체 브랜드를 대폭 강화해 차별화를 노렸다. 농가와 함께 품종과 재배 기법을 연구한 ‘셀렉트팜’(지정 산지) 과일을 기존의 11곳에서 21곳으로 늘렸고, 벼 품종부터 모내기, 농법까지 관리한 프리미엄 쌀 ‘소식재배미’ 2종도 처음 선보였다.

수산 코너에서는 제주 해녀 해산물을 새롭게 브랜딩한 ‘해녀의 신세계’를 정식 론칭했다. 축산 코너에서는 백화점 업계 유일의 정육 PL인 ‘신세계 암소한우’와 ‘신세계 프라임 포크’를 확대했다.

기존 반찬 코너는 면적을 70% 넓히고, 밑반찬 외에도 접대용 일품 요리, 선물용, 당뇨 환자식 등 세분화된 수요를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조서형 셰프가 론칭한 반찬 브랜드 ‘새벽종’이 단독 입점했다. 우정욱 셰프의 새 간편식 브랜드 ‘수퍼판 델리’도 단독 론칭했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1층 반찬코너 '수퍼판 델리'.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1층 반찬코너 '수퍼판 델리'. 사진=김병주 기자

그로서리(식료품) 매장은 기존보다 면적을 2배 확대했다. 이탈리아의 명품 트러플 브랜드 ‘타르투플랑게’의 생 트러플을 오프라인 채널 단독으로 판매하고, 원두와 치즈 등을 고객이 맛보고 취향에 맞게 구매할 수 있도록 소분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이밖에도 양곡 코너 ‘쌀 방앗간’에서는 세분화된 입맛과 수요에 맞게 원하는 쌀 품종을 고르면 1분도미(현미)부터 12분도미(백미)까지 3/5/7/9분도로 즉석 도정을 해준다. 한식연구소 ‘발효:곳간’ 매장에선 국내 최초로 육수팩 제조 서비스를 선보여 국내산 건어물과 건채소를 골라 담으면 즉석에서 티백 형태로 만들어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장 김선진 부사장은 “식품 장르에서도 상권의 프리미엄 수요와 글로벌 백화점의 위상에 부응하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이 식품관 공간 구성에 있어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화한 요소는 오프라인 전용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상권과 점포 특성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주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방식은 새로운 브랜드 유치, 이색 팝업스토어나 로컬 맛집 선보이기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1층 파리 블랑제리 ‘보앤미(BO&MIE)’를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약 180㎡ 규모의 보앤미 신세계 강남점을 지난 28일 국내 론칭했다.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1층 파리 블랑제리 ‘보앤미(BO&MIE)’를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약 180㎡ 규모의 보앤미 신세계 강남점을 지난 28일 국내 론칭했다. 사진=김병주 기자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 상권은 VIP 고객 비율이 높아 프리미엄 F&B 부문 강화 전략 구사가 가능했다. 배후 상권 자체의 구매력이 높은 상태에서 프리미엄 식재료에 대한 높은 고객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리뉴얼 이전 강남점은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의 매출 구성비가 60%에 달했고, 방문 빈도도 일반 고객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리뉴얼 전 강남점의 경우, 상권 내 프리미엄 식재료 쇼핑 환경이 여의치 않아 식품 매출 중 슈퍼마켓 비중이 높은 점포였다”며 “향후 타 매장에서도 강남점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 계산대 옆에서 과일을 파는 모습.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 계산대 옆에서 과일을 파는 모습. 사진=김병주 기자

서비스·이벤트 집중하는 현대百, 매장 고급화…입점 브랜드 품질 관리는 과제

일찌감치 식품관 재단장을 마쳤던 현대백화점은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 호응을 이끄는 모습이다. 압구정본점 식품관은 올해 1월부터 현대백화점 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ONE STOP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계산을 마치고 배송 접수 데스크로 직접 이동해 배송을 접수해야 했지만, ONE STOP 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계산대에서 배송 접수가 가능해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동 거리가 축소되고 배송 접수 데스크에서 기다려야 하는 대기 시간이 크게 감소하면서 특히 노년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본격적인 봄 시즌을 맞아 1억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경품 행사와 브랜드별 할인 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본격적인 봄 시즌을 맞아 1억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경품 행사와 브랜드별 할인 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이어 현대백화점은 소비심리 진작을 위해 1억 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경품 행사와 브랜드별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대규모 경품 이벤트는 지난 2019년 이후 6년만이다.

3월 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골드바 경품 행사는 현대백화점·현대아울렛 오프라인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 투홈에서 5만원 이상 구매 시 참여할 수 있다. 전체 응모 고객 중 6명을 추첨해 골드바를 경품으로 증정한다. 1등 1명에게는 골드바 100돈(375g)을, 2등 2명과 3등 3명에게는 각각 골드바 50돈(187.5g)과 10돈(37.5g)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압구정본점 등 전 점포에서 패션·뷰티 분야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집객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관 공간 구성은 자연 속의 고급 다이닝 분위기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2023년 7월, 18년 만에 리뉴얼한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의 프리미엄 다이닝홀 ‘가스트로 테이블’과 지난해 4월 ‘푸드 파크’로 리뉴얼한 부천 중동점 식품관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이다.

지난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 프리미엄 다이닝홀 '가스트로 테이블' 전경.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 프리미엄 다이닝홀 '가스트로 테이블' 전경. 사진=김병주 기자

가스트로 테이블은 메뉴 셀프 픽업 후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일반적인 백화점 푸드코트와 다른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간 디자인은 일본 신주쿠역 인테리어를 담당한 건축사무소 시나토(Sinato)가 참여해 정원 속 고급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명 셰프들과 합작해 총 8개의 미식 레스토랑을 론칭하고,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앉은 자리까지 서빙해주는 테이블 오더 서비스로 편의성을 더했다.

전체 규모 2042평(약 6750㎡)의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에는 가스트로 테이블 외에도 국내 미식 트렌드를 접하는 뉴트럴 존과 테이블·키친웨어 브랜드를 망라한 하이엔드 리빙존 등이 마련돼 다양한 구매 수요를 자극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부천 중동점 식품관 리뉴얼 이후 고객들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특히 주요 매장이 탁 트인 대규모 공간과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를 적극 적용하여 마치 자연 공간에서 고급 다이닝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 팝업스토어 코너의 형제상회 팝업스토어. 사진=김병주 기자
지난 5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식품관 팝업스토어 코너의 형제상회 팝업스토어. 사진=김병주 기자

다만 현대백화점이 입점 매장의 ‘농약 우롱차’ 판매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따라 소비자들이 보내는 신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1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중동점에 입점된 드링크스토어에서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불법 수입된 차(茶)류가 조리·판매되었고, 우롱차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지선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통해 고객 환불 조치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근 '상품 품질 진정성 확보를 위한 협력사 준수사항 안내' 제하의 공문을 협력사에 전달했다. 현대백화점은 입점 협력사의 식재료 표시사항 허위기재 방지를 위해 고위험 식재료의 원산지 및 수입 통관 서류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식품 안전관리 강화 계획을 수립·배포할 예정이다.

김봉진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대만산 우롱차 원재료 불법수입 및 잔류농약 검출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도 하락 및 기업 이미지의 중대한 실추가 초래됐다"며 "협력사 자체적인 위생과 안전관리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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