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당신은 쿨한가? 심리학이 정의한 '쿨함'의 과학적 분석

[브리핑지] '좋은 사람'과 '쿨한 사람'의 차이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 가진 '쿨한 사람들'이 변화 가능하게 해
쿨함에 대한 욕구 큰 청소년기 '쿨한 행동'이 가져오는 미래

  • 기사입력 2025.07.09 11:17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갈수록 ‘쿨한 여름’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려운 듯하다. 쿨한 여름만큼이나 ‘쿨한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긍정적인 느낌이지만 쿨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해서다.

지난 주 미국심리학협회(APA)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보다 과학적으로 <쿨한 사람(Cool People)>을 분석했다. 

[실험 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발표된 연구는 쿨한 사람들과 관련된 여섯 가지 인지적 특성을 밝혀냈다.

쿨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향적이고, 쾌락주의적이며, 강인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고속도로에 위치한 배우 제임스 딘의 아트웍, 그는 쿨함(반항)의 상징이다 (사진 = CBC 라디오 기사)
텍사스 고속도로에 위치한 배우 제임스 딘의 아트웍, 그는 쿨함(반항)의 상징이다 (사진 = CBC 라디오 기사)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호주, 칠레, 중국(+ 홍콩), 독일, 인도, 멕시코, 나이지리아,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튀르키예 등 12개국에서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애리조나 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인 케일럽 워런(Caleb Warren)은 지난 4일 방송된 캐나다 C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쿨함에 대한 생각은 거주지, 소득,, 교육 수준, 성별에 관계없이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은 30세 이하였다.

참가자들은 ‘쿨한 사람’, ‘쿨하지 않은 사람’, ‘좋은 사람’, ‘좋지 않은 사람’ 등 4명의 특정 인물을 떠올린 후, 15가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설문지를 통해 각 인물의 성격 특성을 평가했다.

쿨한 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사진 = Kimberly Elliot, 뉴욕타임스 기사)
쿨한 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사진 = Kimberly Elliot, 뉴욕타임스 기사)

연구진은 '쿨함'이 단순한 호감이나 '좋음'과 동일한 의미인지 분석했다.

조사 결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큰 차이점이 존재했다.

전반적으로 ‘좋은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응적이며, 전통적이고, 안정적이며, 따뜻하고, 양심적이며, 차분한 것으로 묘사되었다.

유능하다고 인식되는 사람들은 ‘쿨한 사람’과 ‘좋은 사람’으로 동등하게 여겨졌다.

쿨함의 핵심은 ‘반항(rebellion)’

워런 교수는 "나쁘다는 것이 쿨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르거나, 독특하거나, 반규범적인 것이 사람들을 쿨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쿨 컨셉은 미국의 흑인 재즈 뮤지션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 CBC 라디오 보도)
쿨 컨셉은 미국의 흑인 재즈 뮤지션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 CBC 라디오 보도)

뉴올리언스 툴레인 대학교(Tulane University)에서 약 20년 동안 [쿨의 역사(The History of Cool)]를 가르쳐 온 조엘 디너스타인(Joel Dinerstein) 교수는 C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쿨의 기원은 2차대전 후 흑인 음악가들이 언어, 스타일, 무심한(쿨한) 태도를 통해 인종차별에 저항했던 재즈계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재즈 색소포니스트 레스터 영(Lester Young)이 쿨함의 현대적 의미를 만들어냈다며, ‘쿨함’이 음악, 스포츠와 더불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화 수출품 중 하나로 반세기 넘게 세계적 개념이 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쿨’이 보편적 단어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도 번역없이 영어 그대로 사용되었다. 

연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쿨함이 반문화적 기원에서 벗어나 ‘주류적’이고 ‘상업 친화적’인 것으로 변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는 쿨함을 상품으로 만든 펩시나 MTV, 나이키 같은 주요 브랜드들의 역할이 컸다. 

워런은 궁극적으로 '쿨함'의 가치는 "혁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 현상 유지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주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러한 '쿨함'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별도의 연구 에서 적극적으로 쿨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통 덜 쿨하게 인식된다는 발견에 근거한 것이다.

쿨함에 가장 민감한 청소년기

십대들 사이에 쿨함을 측정하는 ‘아우라 포인트(aura points)’는 작년에 틱톡에 등장한 후 일상의 어색함, 혹은 좋은 결정과 나쁜 결정을 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작년 7월 22일 가디언 기사에 보도된 사례들을 보면 아우라 포인트를 획득한 ‘쿨함’은 대개 가볍고 거침없지만 자신감 있는 행동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이별 후 빠르게 극복하고 친구들에게 추잡한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지 않으면 포인트를 얻지만 바람 피운 애인과 헤어지지 않으면 마이너스 100점이다.

자신과 타인의 모든 움직임이나 결정에 대해 쿨한 것과 쿨하지 않은 것을 점수 매겨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쿨함을 과시하려는 이러한 트렌드는 얼마나 남을 의식하는지를 보여주며 의도한 바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쿨함을 증명하는 아우라 파밍(aura farming)을 위해 무리한 행동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 틱톡 검색)
자신의 쿨함을 증명하는 아우라 파밍(aura farming)을 위해 무리한 행동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 틱톡 검색)

뉴욕타임스의 지난 달 30일 관련 기사에서도 쿨해지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큰 청소년기에는 (쿨해보이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이 무엇을 사고 누구를 존경하는지뿐 아니라 말하는 방식과 재미로 하는 행동에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소년기에는 보통 위험하거나 사회적으로 조숙한 모습이 쿨한 것으로 인기를 얻지만, 2014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을 보인 많은 십대들이 20대에 오히려 알코올, 약물, 인간관계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이들은 쿨하게 보이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기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쓴 APA의 심리학 책임자인 미치 프린스타인(Mitch Prinstein)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십대들에게 "장기적인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쿨함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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