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소비자 일상으로 먼저 다가간 브랜드들...접점의 재발견

팝업 스토어 밖, 소비자의 동선에 스며든 브랜드들의 접촉 전략

  • 기사입력 2025.08.05 16:33
  • 최종수정 2025.08.05 16:34
  • 기자명 최소원 기자

더피알=최소원 기자 | 최근 몇 년간 팝업스토어는 브랜드 체험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는 쇼룸,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테마 공간, SNS 인증샷을 겨냥한 포토존까지. 전시형 팝업은 여전히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는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다. 하지만 운영 방식과 공간 구성의 유사성이 반복되면서 브랜드마다의 개성은 옅어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슷한 무언가’를 경험하는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브랜드는 반대로 ‘기다리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소비자를 정해진 공간으로 유도하기보다, 그들의 생활 반경 안으로 브랜드가 직접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마케팅의 본질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임을 상기시키는 시도다.

특정 장소를 설계하기보다 삶의 틈을 파고들고, 체험을 기획하기보다 마주침을 유도한 마케팅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한다.

① 먼데이커피, 직장인의 일상에 침투해 응원을 전하다

먼데이커피(前베러먼데이)는 직장인 소비자의 월요일을 위로하기 위해 사연을 받아 간식차를 무료 제공하는 '먼데이 어택'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먼데이커피 인스타그램
먼데이커피(前베러먼데이)는 직장인 소비자의 월요일을 위로하기 위해 사연을 받아 간식차를 무료 제공하는 '먼데이 어택'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먼데이커피 인스타그램

먼데이커피의 ‘먼데이 어택’은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응원의 틈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브랜드 캠페인이다. 공식 계정에서 신청자를 모집하고 선정된 개인이나 조직에 월요일 아침 직접 찾아가 맞춤 선물을 전한다.

주요 타깃은 주말이 지나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2030 직장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월요병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신청자는 본인 혹은 지인을 대신 추천할 수 있다. 사연이 담긴 메시지와 함께 월요일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커피, 쿠키, 자사 굿즈 등으로 구성된 ‘먼데이 키트’를 전달한다. 브랜드는 이를 ‘생활 반경 속 응원’이라 명명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감정적 연결을 형성했다.

베러먼데이는 정해진 공간으로 소비자를 부르는 대신 소비자가 있는 공간으로 직접 찾아갔다. 누군가의 사무실, 스튜디오, 혹은 동네 카페 한켠에서 이루어지는 이 조우는 규모는 작지만, 훨씬 밀도 높은 접촉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고,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며 정서적 연결과 위로 받는 경험을 선물했다. 이는 소비자의 공간으로 다가갔기에 더 와닿는 위로가 됐다.

② 러쉬코리아, 불쾌한 공간에서 시작된 감정의 환기

러쉬코리아는 브랜드 철학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 찾아가 소비자들을 맞았다. 2025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5(이하 DMZ 페스티벌)’ 현장에 등장한 ‘프레쉬 워시룸’은 축제라는 상황, 불편한 공간에서 예상 밖의 만남을 이끌어냈다.

러쉬코리아가 '마음샤워'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5'에서 '프레쉬 워시룸'과 '애프터 샤워 바'를 운영했다. 사진=러쉬코리아
러쉬코리아가 '마음샤워'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5'에서 '프레쉬 워시룸'과 '애프터 샤워 바'를 운영했다. 사진=러쉬코리아

DMZ 페스티벌은 환경 보호, 평화와 공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가진 축제다.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는 2030 세대가 주로 모인 이 곳에서 포장 없는 고체 샴푸와 비건 인증 제품, ‘LUSH YOUR MIND! (몸에 묻은 먼지부터, 마음까지 러쉬하세요!)’라는 문구로 꾸며진 공간은 반가움을 자아냈다. 향과 촉감, 시각이 작동하는 복합 감각의 체험으로 방문자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한 자기 돌봄’이라는 러쉬의 브랜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모든 요소를 정교하게 갖춘 채 그 곳에 브랜드가 먼저 도달해 있었다는 점이다. 야외 페스티벌이라는 환경 속에서 러쉬는 예상되는 불쾌함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해결’을 제공하며 고객과 브랜드의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냈다. 이는 제품 중심의 홍보가 아니라 맥락과 감정을 읽은 접촉이었기에 가능했다.

③ 스프라이트, 청량함이 필요한 순간을 함께하다

스프라이트도 핵심 타깃들이 모여 있는 축제 한가운데로 직접 찾아갔다. 청량함을 원하는 이들이 모인 여름의 절정, 워터밤 페스티벌 현장에서 브랜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접촉을 설계했다.

워터밤은 1020세대와 2030 직장인 등, 더위를 날리고 싶어하는 MZ세대가 주로 찾는 대표적인 여름 음악 축제다. 이곳에서 스프라이트는 축제 참가자의 동선에 맞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 공간을 조성했다. 쿨링존, 물총 배틀 구역, 포토존, 체험 부스 등으로 구성된 공간은 시원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됐다. 단순히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를 식히고 재미를 높이며 감각을 환기시키는 일련의 경험 안에 스프라이트가 녹아든 셈이다.

스프라이트는 '워터밤 서울 2025'의 메인 후원사로 참여해 스프라이트 캔 모양의 구조물에서 물이 쏟아지는 '스프라이트 스테이지' 등 물줄기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존을 마련해 상쾌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사진=코라콜라
스프라이트는 '워터밤 서울 2025'의 메인 후원사로 참여해 스프라이트 캔 모양의 구조물에서 물이 쏟아지는 '스프라이트 스테이지' 등 물줄기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존을 마련해 상쾌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사진=코라콜라

현장에서 제공된 콘텐츠는 물을 맞고 웃고 소리 지르는 순간 속에서 ‘이런 게 스프라이트지’라는 감각을 남겼다. 여름 축제라는 맥락을 브랜드의 언어로 번역해낸 체험을 선사했다. 축제 속 움직임과 정서의 흐름 안에서 기억되는 체험으로 소비자에게 말 없이 '여름의 상쾌함=스프라이트'를 각인시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일상 속 예외적 순간’을 점유한다. 브랜드는 이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으며, 소비자는 그 예상 밖 접촉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제품 중심 체험보다 맥락 중심 접촉, 유입보다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