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미국 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축소 추세에 규범을 깨는 광고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한정된 예산과 짧은 기억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더 위험한 광고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난 20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스위스 시계업체 스와치(Swatch)는 최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조롱을 흉내 낸 광고로 물의를 빚어 사과했다.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던킨 도너츠(Dunkin Donuts), 엘프 뷰티(ELF Beauty)등은 바이럴 마케팅을 노리고, 백인 중심적 미의 이상을 홍보하거나 부정적 이슈가 있는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해 논란이 되었다.
아메리칸 이글은 Z세대에게 인기 있는 배우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가 청바지를 입은 모습과 함께 ‘훌륭한 유전자’를 언급하는 태그라인을 배치했다.
‘청바지(jeans)’와 ‘유전자(genes)’라는 단어의 유사성을 이용한 광고에 대해 인종적 맥락에서 유전적 특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던킨이 출시한 새 여름 음료 ‘골든 아워(Golden Hour)’ 광고에서 배우 개빈 카살레뇨(Gavin Casalegno)도 자신의 태닝이 유전적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콜게이트-팜올리브(Colgate-Palmolive)의 사넥스(Sanex) 샤워젤 광고는 흑인과 백인 피부톤에 대한 문제적 암시로 영국에서 게재가 금지되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 메타포스(Metaforce)의 공동 설립자인 앨런 애덤슨(Allen Adamson)은 "마케터들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포용성이 커질수록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마케터들이 더 젊은 타겟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이러한 광고가 장기적으로 브랜드 평판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으며, 백인 외 대규모 소비자층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대학교 겸임교수이자 브랜드 전략가인 안젤리 잔찬다니(Angeli Gianchandani)는 "아메리칸 이글의 광고는 흑인이나 아시아계, 혹은 라틴계 소비자 등 특정 소비자층을 배제하고 수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백인들이 미국의 구매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다른 인구 집단의 성장세도 빠르다고 덧붙였다.
로레알(L’Oréal)은 이번 달 온리팬스(OnlyFans)에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뿐 아니라 성인 콘텐츠도 게시하는 크리에이터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것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의 협력에 관한 회사 자체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으로,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파트너가 "음란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가정 폭력에 대한 농담으로 이슈가 되었던 코미디언 맷 라이프(Matt Rife)가 출연한 엘프 광고도 온라인에서 즉각적으로 격렬한 반응을 불러왔다. 트렌디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으로 젊은 쇼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엘프는 광고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큰 반발을 피하면서도 매출에 도움이 되는 화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CNBC의 24일 관련 보도에서 브랜드 전문가들은 기업이 논란을 야기하는 것과 소비자를 소외시키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엄격한 감시에 직면해 있다
[브랜드 개입(Brand Intervention)]과 [부자 브랜드, 가난한 브랜드(Rich Brand, Poor Brand)]의 저자인 브랜드 전문가 데이비드 브라이어(David Brier)는 많은 브랜드가 구식 플레이북으로 소비자에게 대응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 브랜드들은 기업의 단순성으로 문화적 복잡성을 헤쳐나가려 한다. 1950년대의 회의실식 사고방식으로 2025년을 살고 있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라면서 "이것은 감수성 실패가 아니라 공감의 실패다. 문화를 깊이 이해하기보다 에둘러 가야할 대상으로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은 시대정신이나 다른 브랜드의 결점을 활용한다.
갭(Gap)은 스위니 광고에 대한 반발을 기회 삼아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이끄는 다양한 인종의 댄서들이 흰 배경에 청바지를 입고 공연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스위니 청바지에 대한 반발에 대한 반발로 호응을 얻고 있는 'Better in Denim' (유튜브@gap)
브라이어는 기업들이 그저 불쾌감을 피하는 데 연연하기보다 소비자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어떤 브랜드도 가짜로 이해하는 척 할 수 없다. 어떤 브랜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없다. 어떤 브랜드도 포커스 그룹으로 진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2025년의 고객은 멀리서도 그 차이를 알아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대화를 촉발해야 한다
"브랜드의 성패는 관심을 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무언가를 대표하길 워하는 상징적이고 문화적 의미가 있는 브랜드에게는 더욱 힘든 과제"라고 리젠트 대학교 런던 캠퍼스(Regent's University London)의 브랜드 전략 및 문화 교수인 조너선 A.J. 윌슨(Jonathan A.J. Wilson)이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시대와 점점 더 분열되는 여론 속에서 하나의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일부 브랜드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여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다양한 집단에 맞춰 메시지를 조정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논란은 관심을 끈다. 대중은 분열하고, 논란이 아니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갖게 된다. 이것이 엄청난 홍보가 되어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