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영순 기자|K-라면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은 면발이 아닌 ‘스프’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각각 조미·분말소스 전문기업 인수전에 나서면서, 국내 라면업계가 ‘K-스프 내재화 전쟁’에 돌입했다.
농심홀딩스는 1일 간장·장류 및 조미식품 전문기업 세우를 약 1000억 원에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기존 대주주였던 김정조·김창경 부자는 지분 전량을 매각했으며, 신임 대표에는 박태영 씨가 선임됐다.

1973년 설립된 세우는 신라면 스프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공급하며, 된장·간장 등 장류를 포함한 조미식품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독립경영’ 승인을 받아 농심에서 계열분리됐지만, 이번 인수로 다시 농심 품으로 돌아왔다. 농심 관계자는 “스프와 장류 역량을 흡수해 기존 식품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K-스프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매출이 70%를 넘는 삼양식품은 최근 분말소스 전문업체 지앤에프와 인수 협상에 착수했다. 협상 금액은 수백억 원 규모로 알려졌지만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직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인수 금액을 두고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지앤에프는 충북 음성에 2개의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분말·액상소스, 코인육수 등 다양한 라면 원재료를 제조해 왔다. 라면 스프 및 분말소스 제조에 특화된 업체로 농심, 오뚜기, 풀무원 등에도 스프를 납품해온 전문 회사다. 삼양식품이 지앤에프를 인수할 경우 스프 공급망 안정과 원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두고 ‘K-스프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수출 확대에 따라 라면업체들이 스프를 직접 통제해 품질·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K-라면 수출의 성패는 스프 맛과 품질에서 갈린다”며 “농심과 삼양식품이 잇따라 스프 내재화에 나선 것은 장기적 글로벌 경쟁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