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AI 패권 도전, 5개 정예팀 출격…KT·카카오 탈락의 이유는

2000억 걸린 한국형 AI 선발전, 네이버·SKT·LG·업스테이지·NC 선정
소버린 AI 자주성·글로벌 전략이 승패 가른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 제기

  • 기사입력 2025.08.05 08:00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2000억 원 규모 정부 지원이 걸린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개발사 선발전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엔씨에이아이), LG AI연구원 주도의 5개 정예팀이 최종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서면·발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에서는 각 팀의 기술력과 개발 경험, 목표 및 전략, 사회적 파급효과와 기여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날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사업은 ‘모두의 인공지능’을 향한 출발점”이라며 “선정된 5개 정예팀의 도전을 적극 지원해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LG컨소시엄
LG컨소시엄

KT·카카오 조기 탈락에 업계 충격

이번 선발전에는 총 10개 팀이 참여했지만,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5개 팀은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업계는 KT와 카카오의 탈락을 충격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KT는 ‘모두를 위한 한국적 AI, K 믿:음’을 기치로 솔트룩스,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투모로 로보틱스, 경찰청, 고려대 의료원 등과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카카오 역시 경량 멀티모달 언어모델 ‘카나나-1.5-v-3b’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두 기업은 해외 빅테크와의 협력이 ‘소버린 AI’(Sovereign AI)라는 프로젝트 취지와 충돌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KT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카카오는 올해 초 오픈AI와 전략적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버린 AI는 기술 국적을 넘어 데이터와 인프라를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KT와 카카오는 기술력은 있지만 ‘완전한 자주성’ 측면에서 평가가 불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7~8년 준비, 오픈웨이트 공개로 기술력 입증”

LG 관계자는 이번 선발에 대해 “저희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검증이 가능한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모델을 꾸준히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도 누구나 모델을 검증할 수 있도록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공개했고, 최근에는 글로벌 평가기관에서도 11위에 오르며 대형 빅테크 모델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LG는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7~8년에 걸쳐 AI 역량을 체계적으로 쌓아왔다. 2018년 LG사이언스파크 개소와 함께 AI 추진단을 운영했고, 2020년 12월 AI연구원 설립 이후 5년 동안 초거대 모델 개발을 이어왔다.

LG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인프라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실제 밑바닥부터 모델을 만들어본 경험과 인재가 핵심”이라며 “5년간 축적한 인재와 경험이 이번 평가에서 인정받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T “풀스택 AI 생태계와 그룹 시너지”

SKT 관계자는 “이번 선발은 단순한 모델 개발이 아니라 실제 산업 적용과 글로벌 확장성을 보여주는 경쟁이었다”며 “저희는 그룹사 전반에 AI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있고, 크래프톤·포티투닷·리벨리온 등과 함께 게임·로봇·모빌리티·온디바이스 AI까지 포괄하는 풀스택 생태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SKT 컨소시엄은 학계·산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과도 연계돼 있다. 김건희 서울대 교수 등 국내 AI 분야 석학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연구 업적과 모델 검증에 기여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2016년 T브레인 시절부터 쌓아온 모델 개발 경험과 연구 성과가 이번에 빛을 발했다”며 “GPU 자급 능력, 그룹사 실증 환경, 글로벌 서비스까지 고려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발표평가에 참여한 10개 정예팀이 모두 뛰어난 인공 지능 기술력과 혁신적인 AI모델 개발 전략을 제기했다”면서 5개 팀으로 압축되는 과정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T는 GPU 자급 능력과 그룹사 실증 경험이 강점이고, 네이버와 LG는 일찍부터 초거대 모델을 개발해온 기술력이 인정됐다”며 “업스테이지는 최근 성과를 기반으로 본격 도전에 나선 사례이고, NC AI는 멀티모달 역량으로 차별화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SKT 컨소시엄 풀스택 AI 개념도
SKT 컨소시엄 풀스택 AI 개념도

‘전국민 AI’와 글로벌 진출이 관건

일각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 ‘전국민 AI’라는 목표를 얼마나 설득력 있는 사업 모델로 구현하느냐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2월 치러질 1차 단계평가에서는 단순한 성능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닿는 서비스 모델인지, 산업별 버티컬 AI인지, 국방·외교 등 전략적 활용 자산인지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 시연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미국·중국 중심의 AI 시장에서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제3국 수요를 겨냥한 전략을 제시하는 팀이 최종 생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스테이지는 이미 태국에 소버린 AI 모델을 수출한 경험이 있으며, SK텔레콤과 LG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NC AI 컨소시엄
NC AI 컨소시엄

5개 정예팀의 전략은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은 옴니(Omn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텍스트·음성·이미지·비디오 등 이종 데이터를 통합 이해·생성하는 단일 모델을 개발한다. 전 국민 체험형 AI 서비스와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개발·등록·유통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은 글로벌 선도 수준의 ‘Solar WBL’ 모델을 개발하며, 법률·제조·국방·의료·금융 등 산업에 B2B·B2G 서비스를 확산한다. 3년 내 1000만 명 이상 사용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모델 규모를 1000억~3000억 파라미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트랜스포머를 뛰어넘는 포스트-트랜스포머 기반 K-AI 모델을 개발해 국민 생활 밀착형 AI 에이전트부터 제조·자동차·게임·로봇 등 산업 B2B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등과 함께 풀스택 AI 생태계를 구현한다.

NC AI 컨소시엄은 200B급(2000억 파라미터) LLM과 멀티모달 인지·생성 패키지를 개발하고, 도메인옵스(DomainOps) 플랫폼과 연계해 산업별 맞춤형 AI 전환을 지원한다.

LG AI연구원 컨소시엄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 ‘K-EXAONE’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미 공개한 엑사원 4.0은 글로벌 AI 성능 평가에서 11위, 국내 1위, 공개 모델 기준 세계 4위를 기록했다. LG는 B2C·B2B·B2G를 아우르는 전주기 AI 생태계를 구축해 국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정부는 정예팀들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데이터·GPU·인재를 전방위로 지원한다. 고품질 데이터 공동구매·가공에 100억 원, 방송·영상 학습용 데이터에 200억 원을 투입하고, 업스테이지, NC AI, LG 컨소시엄에는 B200 512장 또는 H100 1024장 규모의 GPU를 제공하며, 업스테이지에는 해외 우수 연구자 인건비·연구비도 매칭 지원한다.

정부는 이달 초 협약 체결 후 본격 개발을 시작하며, 연말에는 1차 단계평가(5→4팀)와 대국민·전문가 참여형 AI 성능 컨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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