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AI·딥테크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집중투자' 전략으로 손을 맞잡고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은 유망 기술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정부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인 스케일업 투자에 나섰다. 기술 내재화 경쟁이 투자 트렌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기부, ‘AI·딥테크 집중 투자’ 모태펀드 경쟁률 6.5:1 '치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 사업이 6.5: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2025년 중기부 소관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 사업' 접수 결과, 98개 펀드가 총 1조6000억 원의 출자 신청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이중 약 3100억 원을 선별 출자해 민간 자금을 포함한 6000억 원 규모의 15개 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신설한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NEXT UNICORN Project) 스케일업 펀드'는 70개 펀드가 지원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국내 벤처·스타트업을 글로벌 인공지능(AI)·딥테크 기업으로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업당 평균 100억 원 이상의 투자 금액을 지원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중 딥테크 10대 분야 투자는 3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그중 AI 분야 투자는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1조원을 차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간 중기부 모태펀드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노타 등 유망 AI·딥테크 기업에게 초기 성장 자금을 공급해왔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AI·딥테크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해선 분절적인 뿌려주기식 투자를 넘어 유망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가 출범한 것은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이번 출자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 투자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벤투, AI·딥테크 투자에 3000억 쏟는 '2차 정시 출자' 설명회 개최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모태펀드의 2차 정시 출자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7월 29일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중기부 소관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 대한 출자 분야 및 선정 요건 등을 설명하고 관련 질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돌아오는 출자사업은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진행된다. AI 및 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총 3100억 원을 출자해 5667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2차 추경으로 신설된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분야는 AI 및 딥테크 분야 유망기업에 성장 단계별로 대규모 집중 투자를 지원하는 전용 프로그램이다.
전문기술인력 창업기업 대상으로 초기 투자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분야와 기업당 평균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지원하는 '스케일업' 분야로 구분한다. 총 3000억 원을 출자해 5500억 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창업초기 소형' 분야에 100억 원을 출자해 167억 원 이상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이는 지난 1차 정시 출자사업을 통해 총 995억 원을 출자해 1699억 원 규모의 창업 초기 분야 벤처펀드를 조성한데 이어, 최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마중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중기부 소관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은 다음 달 1일까지 신청을 받아 9월 중으로 운용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신속한 펀드 결성으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펀드 조기 결성을 확약하는 운용사를 우대 선정할 예정이다.
네이버, AI '스타트업' 투자 강화...벤처스·D2SF·클라우드 총출동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술 내재화를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한다. 네이버벤처스, 네이버 D2SF, 네이버클라우드 등 사내외 조직을 통해 영상 검색, 의료 AI, 물류 자동화 등 분야별 유망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 검색, 커머스 등 주요 서비스 간의 시너지를 노리는 모습이다.
네이버 D2SF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글로벌 무대에 나갈 기업을 발굴하고, 네이버벤처스는 전 세계 기술과 인재·자본이 집약된 실리콘밸리에서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을 찾는다. 두 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결로 초기 기업에서 성장단계 기업까지 네이버의 AI를 강화할 핵심 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실리콘밸리에 사내 독립 조직(CIC) 형태로 '네이버벤처스'를 출범시키며 AI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네이버벤처스는 스타트업 발굴 및 현지 기술 내재화 전략의 전진 기지로 활용할 전망이다.
앞서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D2SF가 한국을 중심으로 북미로 확장한다면, 벤처스는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로 확장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라며 "전자가 초기에 집중한다면 후자는 조금 더 성장 단계의 팀을 찾는다"고 설명했었다.
네이버벤처스의 첫 투자처는 멀티모달 검색 기술을 보유한 '트웰브랩스'이다. 2021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이 기업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비정형 영상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SK텔레콤 등으로부터 약 1억70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트웰브랩스의 기술은 네이버의 AI 검색 고도화와 맞물려 활용될 전망이다.
사내 벤처캐피탈(CVC) 역할을 하는 네이버 D2SF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5년 설립된 이 조직은 별도 법인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투자 이후 포트폴리오 기업의 96%가 생존할 만큼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최근에는 D2SF가 투자한 AI 모델 경량화·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가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물류 자동화 스타트업 '테크타카'에도 브릿지 투자를 진행하며 2020년 시드, 2021년 시리즈A에 이은 세 번째 투자에 나섰다. 이외에도 생성형 AI 기반 게임 제작 스타트업 '앵커노드', 자율주행 기반 웨어러블 기기 개발사 '웨어러블AI' 등 다양한 딥테크 기업에 투자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의료·물류 등 산업 특화형 AI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병리 플랫폼 '메디오토'를 개발한 어반데이터랩에 약 3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주도했으며 정밀의료용 바이오마커 발굴 등 AI 기반 분석기술을 통해 의료 AI 분야 협력을 확대 중이다. 스마트 물류 솔루션 기업 '위밋모빌리티'에도 투자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물류 최적화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AI 자율제조 솔루션 '슈타겐', 딥테크 팁스 패스트트랙 선정
AI(인공지능) 기반 자율제조 솔루션 기업 슈타겐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딥테크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딥테크 팁스는 10대 초격차 분야 유망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슈타겐은 제조 공장의 디지털 전환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솔루션 '메타라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차 시장성 평가를 면제받는 패스트트랙으로 선발됐다.

슈타겐의 메타라인은 복잡하고 파편화된 기존 로봇 티칭 환경을 통합하는 솔루션이다. AI 기반의 최적화를 통해 로봇 시스템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정확도 높은 검증을 가능하게 지원한다.
이번 딥테크 팁스 선정으로 슈타겐은 3년간 최대 18억 원 규모의 연구 개발 비용 지원과 보육공간 입주 지원, 전문가 멘토링,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받는다.
슈타겐은 딥테크 팁스 기간 동안 로봇 제어 코드 기술 표준화 작업도 착수할 계획이다. 제조사들마다 상이한 로봇 시스템의 호환성을 높이는 동시에, 보다 직관적인 작업 지시가 가능하도록 로봇 프로그래밍 간소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김원현 슈타겐 대표는 "다양한 제조 로봇 제어에 있어 표준화된 기술은 지속적으로 인력 문제에 시달리는 제조업 현장 상황을 개선시킬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실시간 생산 라인 변경, 로봇 호환성 확보 등 혁신적인 방법으로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