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K-바이오 산업이 인공지능(AI) 의료기기를 앞세워 중동과 남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AI 의료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허를 둘러싼 기술 경쟁과 인허가 확보가 맞물리며, K-바이오의 AI 의료기기는 수출 주력 품목으로 진화 중이다.
바이오제약사뿐만 아니라, AI 기반 진단 솔루션을 개발한 의료기기 기업과 병원까지 글로벌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10년간 의료기기 특허 출원이 42% 급증하면서 기술 주도권 경쟁도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AI 의료기기 앞세운 'K바이오', 중동 진출 속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동 시장 진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의료 등 서비스 산업 확대에 나서면서, 진출 열기는 국내 의료 AI 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5일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 휴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보툴렉스'(Botulax) 출시를 위해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3분기 사우디 톡신(toxin) 허가 일정도 있어 신규 국가의 톡신 수출량도 증가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휴젤은 지난 2023년 현지 유통회사인 메디카그룹을 통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인 쿠웨이트에 진출했다. 올해 5월엔 아랍에미리트(UAE)에 출시하며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 진출을 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23년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최초로 UAE 두바이에 보톨리눔 톡신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5월 테콤그룹 산하 두바이사이언스파크와 톡신 제제 생산 시설 설립에 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최종 계약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2022년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UAE와 튀르키예 진출을 시작으로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까지 5개국에 진출했다.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오만을 포함해 GCC 국가 전체로 확장할 계획이다.
종근당바이오는 '티엠버스주'의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 5월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최초로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종근당바이오는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이슬람 시장이 매우 넓어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AI 기업들도 중동 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뷰노는 지난달 이집트 헬스케어 전문 기업과 중동 4개국(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내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딥카스' 판매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중동 인허가 등록 작업에 착수했다.
루닛은 지난 6월 개최된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 '하지(Hajj)' 성지순례 기간 공식 의료 파트너로서 AI 기반 의료 검진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AI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을 공급해 결핵, 폐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감염성 호흡기 질환의 신속 검진을 지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중동 및 아프리카 제약 시장 규모가 2030년 424억달러(61조원)로 연평균 6.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품은 의료기기, 특허 10년 새 42% 급증
의료기기가 인공지능(AI), 웨어러블 등 첨단기술을 만나 성능 및 활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특허청의 의료기기특허출원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특허청은 최근 10년간(2015~2024년) 의료기기 분야 특허출원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15년 9336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3282건으로 10년 새 42%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이 약 12% 증가한 것과 비교해 약 3.5배 높은 수치이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출원된 의료기기 유형은 '생체계측기기'로, 총 1만7514건(14.6%)을 기록했다. 심박수, 혈압 등 다양한 생체신호 측정이 가능하다.
이어 출원 증가율 분석에서는 의료정보기기가 연평균 21.9%씩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원격진료 의료정보기기 관련 특허출원이 92.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원인 유형별로는 중소기업 31.7%(3만7925건), 개인 19,7%(2만3554건), 외국법인 19.6%(2만3375건), 대학·연구기관 19.1% (2만2806건) 등으로, 중소기업과 개인이 의료기기분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수 출원인 분석에선 삼성전자가 1975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학교(1370건), 고려대학교(1354건), 오스템임플란트가 뒤따랐다.
주요 기술유형별로는 생체계측기기와 재활보조기기 분야는 삼성전자, 체외진단기기 및 의료정보기기는 연세대, 영상진단기기는 삼성메디슨, 치과기기는 오스템임플란트, 치료보조기기는 바디프랜드가 각 분야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임영희 화학생명심사국장은 "최근 인공지능, 웨어러블 기술 등 첨단기술을 의료기기에 접목하는 등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특허출원도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허분석결과를 산업계와 긴밀히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넥스, AI 내시경 솔루션 '에나드' 콜롬비아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
아이넥스코퍼레이션(대표 이항재)는 자사의 AI(인공지능) 기반 위·대장내시경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에나드'(ENAD)가 콜롬비아 식품의약품감독청(INVIMA)으로부터 정식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했다고 7월 29일 밝혔다.
에나드는 위·대장내시경 검사 중 실시간으로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다. 고품질 임상 데이터 바탕의 알고리즘이 병변을 정밀하게 검출하고 분석해 내시경 검사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이번 인허가로 인해 아이넥스는 남아메리카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미주개발은행(IDB)이 지원한 '콜롬비아 헬스케어 디지털전환 사업'에 참여해 남미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면서 "이 사업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의 하베리아나 병원(Pontificia Universidad Javeriana) 등에 에나드를 선보이고 의료진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항재 아이넥스 대표는 "이번 인허가는 에나드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라며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나드를 남미 전역에 확산해 선진 의료 서비스 보편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개발 AI 대장 내시경, ‘소수 용종’까지 감별해내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동헌 교수팀이 약 3400건의 대장 내시경 영상을 학습·검증한 AI 대장 내시경 시스템(ColonOOD)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 AI 대장 내시경 시스템은 용종의 위치와 유형을 자동 분류한다. 우선 고위험 용종을 1차적으로 구분하고, 그 밖의 유형일 경우 추가 분석 모델이 작동돼 저위험 과형성 용종과 소수 유형 용종을 감별한다. 용종 분류 시 기존 모델에선 제공되지 않았던 분류 결과의 신뢰 수준(높고 낮음)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내시경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을 지원한다.

용종은 대장암 위험이 높은 ‘선종성’과 위험도가 낮은 ‘과형성 용종’으로 구분된다. 소수 용종은 이 두 가지 유형에 해당되지 않고 적은 빈도로 발생한다. 하지만 대장암의 잠재적 위험이 상존하며, 종류는 전통적 톱니형 선종, 무경성 톱니상 용종 등이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류 성능을 4개 대학병원의 데이터와 2개 공개 데이터셋 기반으로 검증한 결과 전체 용종을 최대 79.7% 정확도로 분류해 냈으며 소수 유형 용종은 최대 75.5%의 높은 확률로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Expert Systems with Applications) 최신호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