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이중대|기업 커뮤니케이션 실무 현장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PR·홍보 부서는 챗GPT(ChatGPT),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AI 도구들을 ‘써봐야 한다’는 내부 요청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를 도입하면 무언가 혁신이 일어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실험적인 사용에 그치고 조직 내 실질적 변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및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몇몇 기업들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지 도구 몇 개를 도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며 AI를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3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툴’보다 ‘전략’이 먼저라는 점입니다
AI 도입을 추진하는 많은 조직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양한 툴을 시도해보는 것입니다. 요약, 번역, 콘텐츠 생성, 트렌드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이 있는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실무자들은 그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를 비교하느라 시간을 씁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우리 조직이 왜 AI를 도입하는가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입니다.
성과를 내는 팀들은 먼저 현재의 커뮤니케이션 워크플로우를 점검합니다. 어떤 작업이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있으며, 반복 업무는 무엇이고, 팀의 메시지가 어디서 일관성을 잃고 있는지를 짚어봅니다.
이후 홍보실의 목표와 KPI, 그리고 AI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함께 정렬시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전략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얻습니다.
이들은 AI 도구를 선택하는 순서를 가장 나중에 둡니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 건 AI를 통해 홍보팀이 어떤 비효율을 줄이고, 어떤 역량을 강화하고, 어떤 커뮤니케이션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결정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개별 툴이 아니라 '전략적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챗GPT나 코파일럿(Copilot) 같은 도구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을 시도합니다.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도구 하나로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조직들은 다양한 도구를 ‘유기적 시스템’으로 연결합니다. 업무별로 맞춤화된 GPT를 만들어 특정한 작성 스타일이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학습시키고,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메시지 템플릿이나 스테이트먼트를 자동 생성하는 내부용 AI 어시스턴트(예시: 보도자료 초안 비서)를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 초안 생성기를 통해 담당자가 메시지를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이후에는 이해관계자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활용해 메시지 수정을 반복합니다. 대표이사의 발표자료나 사내 커뮤니케이션도 AI를 통해 브랜드 톤을 유지하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핵심은 개별 툴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서로 다른 AI 기능을 단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메시지 구조와 일하는 흐름 전반에 AI를 전략적으로 녹여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 원칙은, 기술보다 ‘사람’의 변화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습관과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조직은 바뀌지 않습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기업은 AI 도입을 단지 툴 활용 교육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실무자가 스스로 새로운 도구를 탐색하고, 팀 내에서 그 활용법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배워가며 실험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AI를 일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장려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그 실험 결과를 팀 미팅이나 사내 공유 채널을 통해 나누도록 장려합니다. 각 팀에 ‘AI 전도사’를 자처한 팀원을 두고, 서로의 업무에 맞게 활용법을 맞춤형으로 전파하는 구조도 만들어냅니다.
또한 단순히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워크플로우 자체를 재설계하는 훈련을 함께 진행합니다. AI가 도와줄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할 업무를 구분하고, 각 단계에서 협업이 가능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나아가, 홍보팀의 인재 전략 자체도 업데이트됩니다. 신규 채용보다 기존 팀원들의 AI 역량 전환을 유도하고, 단순 반복 업무의 KPI보다 창의성과 전략성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바꿔가는 것입니다.
AI 도입은 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더 빠르게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홍보팀이 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과 에너지의 여백’을 만들어주는 일이 바로 AI가 할 수 있는 진짜 기여입니다.
마무리 제언
모든 걸 한 번에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의 템플릿, 하나의 보도자료, 하나의 회의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AI와 함께 홍보팀의 말하기 방식, 생각하는 습관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 그것이 곧 전략적 AI 도입의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