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뮤직드라마 ‘사할린 동포: 나의 고향, 대한민국으로-귀로(歸路)’를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이주로 사할린에 남겨진 동포들의 귀환 여정과 LH의 사할린 동포 주거·정착 지원 사업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작돼 8월 12일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이 영상은 잔잔하게 흐르는 정미조의 노래 ‘귀로(歸路)’를 배경으로, 강제 동원·이산의 역사와 귀환 후의 삶을 서사적으로 담았다.
영상은 실제 안산 LH 고향마을 입주민 인터뷰로 시작해서 중간 중간 입주민들이 제공한 사진과 그 사진을 활용해 생성한 AI영상이 삽입되지만, 기본적으로는 배우의 연기가 바탕이 된 드라마 형식을 띄고 있다.
뮤직드라마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LH 관계자는 “사할린 동포 이야기는 국가적 아픔과 맞닿아 있지만, 다큐멘터리만으로는 젊은 세대가 공감하기 어렵다”며 “음악과 영상 서사를 결합한 뮤직드라마 형식은 동포들의 아픔과 희망을 몰입하며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귀환과 정착의 길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할린 동포들은 1930~40년대, 일제의 강제 동원으로 사할린섬의 탄광과 군수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했다. 이들은 광복 이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고, 국적조차 잃은 채 수십 년을 난민처럼 살아야 했다.
1993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들에 대한 귀환 이주 단지 건립이 합의됐고, 2000년 안산 ‘고향마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정착 지원 사업이 본격화됐다. 특히 대상을 2세대까지로 확대한 2021년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은 이들의 귀환 여정에 제도적 날개를 달아주었다.
LH는 현재까지 전국에 2290세대의 임대주택을 제공하며 동포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왔다.
‘안산 고향마을’ 같은 전용 단지를 중심으로 주거복지와 지역 커뮤니티 기반을 확장해왔으며 특히 ‘어울더울 쉼터’ 같은 공간은 고령 입주민의 생활 SOC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단순 주거를 넘어선 주거복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2021년 법 시행 이후 LH가 제공한 임대주택은 동포들에게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안산 고향마을에 입주한 한 어르신은 “비로소 내 이름이 적힌 집 문패를 달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오랜 설움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사연을 전한 LH 관계자는 “입주민들은 고립과 설움을 해소하고 공동체를 되찾았다”며 “이 사례들이야말로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집
뮤직드라마 속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지어드립니다”라는 카피다. ‘집’은 단순히 건물을 의미하지 않고, ‘귀환과 정체성 회복’을 상징한다고 LH 측은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사할린 동포에게 집이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공간’이다”라며 “LH는 주택 공급을 넘어 삶의 기반과 희망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LH는 ‘고향’을 물리적 공간 이상의 개념으로 설계해 왔다. 안산 고향마을, 어울더울 쉼터 등은 단순한 주거 단지를 넘어 입주민이 모여 문화를 나누고, 잃어버린 고향의 감각을 되찾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LH 관계자는 “고향은 정서적 안식과 공동체를 상징한다”며 “LH가 만든 공간들은 동포들이 다시 모여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현대적 의미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기억과 책임을 희망으로 잇는 것
이번 뮤직드라마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기억과 책임을 희망으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LH 측은 밝혔다. 사할린 동포 사례를 통해 집이 삶의 토대임을 강조하며, 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번 뮤직 드라마를 통해 의도한 PR적 가치에 대해 LH 관계자는 “LH가 단순한 건설 공기업을 넘어 역사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소외된 동포를 환영하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LH는 앞으로도 ‘주거와 역사’를 주제로 한 연속 콘텐츠를 기획해 집이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삶과 역사를 담는 그릇임을 알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주거복지와 역사적 가치를 공존시키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아카이브도 구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