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건설현장, 우리의 휴식은 몇 도인가

온열질환 산재 절반 건설업…정부·LH, 혹서기 안전 총력
HDC ‘고드름’, 호반 ‘31 STEP’, DL이앤씨 ‘사칙연산’
건설사도 잇단 캠페인…현장 맞춤형 폭염 대응 강화

  • 기사입력 2025.07.09 16:37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기록적인 폭염 속에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일 서울의 한낮기온은 37.8도까지 치솟으며, 기상 관측 이래 1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은 폭염 영향 예보 기준인 주의(33도 이상 2일 지속) 또는 경고(35도 이상 2일 이상 지속) 단계에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주요 건설사들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가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은 매년 발생하는 온열질환 산업재해의 절반가량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 노동자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 노동자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업종별 온열질환 산재 승인 비중에서 건설업은 48%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유행기에는 다소 줄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특히 소규모 현장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건정연은 "체감온도 31도 초과 시 작업 단축, 38도 초과 시 야외작업 중지 권고가 필요하다"며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안전 지원과 컨설팅·교육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폭염에 취약한 근로 현장을 중심으로 기본 수칙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9일 ‘제13차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건설·조선·물류 등 고위험 사업장을 집중 점검한다고 밝혔다. 긴급 상황에서는 작업중지를 권고하고, 우수 사례는 타 사업장에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여름철 기온 상승에 따라 유해가스가 증가하는 밀폐 공간에서의 질식 재해 예방도 병행 추진된다. 맨홀, 오폐수처리시설, 축사 등 고위험 구간을 중심으로 작업절차 수립 여부와 교육 실효성을 중점 확인한다.

고용부는 올해 2차 추경 예산 150억 원을 편성해 이동식 에어컨과 제빙기, 산업용 선풍기 등을 50인 미만 사업장에 이달 말까지 지원한다. ‘질식 재해 예방 원콜(One-call)’ 서비스도 가동해 유해가스 측정기·환기장비·호흡보호구 등을 갖추지 못한 현장에 장비를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김종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역대급 폭염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과 밀폐공간 안전 확보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현장 내 작업공간에 설치한 체감온도 측정기. 사진=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현장 내 작업공간에 설치한 체감온도 측정기. 사진=LH 제공

LH, 체감온도 기준 야외작업 중단…안전보건센터 신설

공공부문도 현장 대응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9일,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이틀 이상 이어질 경우 건설 현장 외부 작업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체감온도 기반 폭염 관리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LH는 건설 현장 작업장에 체감온도 측정기를 의무 비치하거나 관리자가 직접 측정하도록 하고, 2시간마다 수치를 측정해 전광판 또는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실시간 전파할 방침이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에는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외부 작업을 전면 중단한다.

무더위쉼터 설치가 어려운 소규모 또는 공사 초기 현장에는 이동식 버스 쉼터를 배치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국어 예방 가이드도 배포한다. 고령자와 기존에 온열질환 이력이 있는 고위험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건강 점검을 실시한다.

LH는 이와 함께 건설근로자를 위한 안전보건센터도 신설할 계획이다. 검진, 응급치료, 복지 기능을 갖춘 센터는 올해 남양주왕숙 지구에 시범 설치된 뒤,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상조 LH 스마트건설안전본부장은 “폭염으로부터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며 “온열질환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온열질환 예방 HDC 고드름 캠페인' 본격 시행. 사진=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 '온열질환 예방 HDC 고드름 캠페인' 본격 시행. 사진=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 혹서기 전 조기 대응…AI 플랫폼까지 도입

민간 건설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6월 초부터 ‘HDC 고드름 캠페인’을 전국 현장에서 조기 시행하고 있다. 매년 여름 실시하는 이 캠페인은 올해 고용부 폭염 대응 방침에 맞춰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됐다.

HDC는 폭염 단계별 대응 체계 수립, 냉방 장비 확대, 취약 근로자 밀착 보호를 골자로 캠페인을 체계화하고, 전사 관리 시스템을 통해 현장 운영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 현장에서는 산업안전 브랜드 K2세이프티와 협업해, 식염분말이 함유된 냉각 음료와 보냉장구, 선풍기 조끼 등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폭염 경보 단계에 따라 ▲관심 ▲주의 ▲경고 ▲위험의 4단계 체계를 운영하며, 각 단계에 맞춰 휴식 시간과 옥외작업 여부를 조정한다. 관리자는 근로자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휴식 이행 여부와 냉방물품 지급 현황을 SNS로 실시간 보고·관리하고 있다.

HDC는 산업용 AIoT 전문기업 심플랫폼의 솔루션 ‘누비슨(Nubison)’ 기반의 스마트 폭염 대응 시스템도 현장에 적용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AI·IoT·LLM(대규모 언어모델) 기술을 접목한 국내 최초 지능형 플랫폼으로, 폭염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혹서기 시작 전부터 온열질환 예방 체계를 정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모든 근로자가 건강하게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현장 중심의 캠페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여름철 폭염 대비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31 STEP 캠페인을 실시하고 전 현장에 제빙기를 설치했다. 사진=호반 제공
호반건설이 여름철 폭염 대비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31 STEP 캠페인을 실시하고 전 현장에 제빙기를 설치했다. 사진=호반 제공

호반건설, 100일간 ‘31 STEP’ 캠페인…오후 1~3시 강제 휴식

호반건설은 여름철 폭염 시작에 맞춰 건설현장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 활동과 함께 안전관리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9월까지 100일간 온열질환 예방 '31 STEP'(스텝) 캠페인을 실시한다.

각 현장 작업 구간에는 그늘막과 휴게시설, 이동식 에어컨이 배치됐으며,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강제 휴식 시간을 시행하고 있다. 전 현장에는 폭염응급키트, 쿨링시트, 식염포도당, 제빙기, 생수 등이 비치되어 있으며, 온열질환 증상 교육도 병행된다.

호반건설은 집중호우에도 대비해 수방 자재, 비상연락망, 장비 작동법, 배수펌프 배치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 현장 내 물 고임, 토압 증가 등으로 침수, 감전 및 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도 살피고 있다.

변부섭 호반건설 건설안전부문 대표는 "최근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호반건설은 다양한 폭염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9일 e편한세상 삼천포 오션프라임 현장에서 DL이앤씨 이길포 CSO(앞줄 왼쪽 세번째)와 고용노동부 정원희 진주지청장(우측 세번째)이 현장을 점검 중이다. 사진=DL이앤씨 제공
지난 5월 29일 e편한세상 삼천포 오션프라임 현장에서 DL이앤씨 이길포 CSO(앞줄 왼쪽 세번째)와 고용노동부 정원희 진주지청장(우측 세번째)이 현장을 점검 중이다. 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 ‘사칙연산’ 캠페인으로 대응 매뉴얼화

DL이앤씨는 안전보건공단의 혹서기 5대 기본수칙(물, 바람·그늘, 휴식, 보냉장구, 응급조치)에 기초한 ‘사칙연산 캠페인’을 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사칙연산 캠페인은 ‘더하기(수분·염분 보충)’, ‘빼기(폭염 시간 옥외작업 최소화)’, ‘곱하기(그늘·보냉장구·휴식 확대)’, ‘나누기(건강정보 공유)’로 구성됐다.

DL이앤씨는 지난 5월 고용노동부와 함께 경남 지역 현장을 점검했다. 이길포 최고안전책임자(CSO)와 고용부 진주지청 관계자 등이 참석해 차양막·냉방장구 설치, 순환 휴식제 운영 여부 등을 점검했다.

DL이앤씨는 사칙연산 캠페인과 관련해 근로자 수분 섭취시설, 냉방시설 운영 실태, 민감 근로자 교육 여부 등을 담은 체크리스트를 각 현장에 배포했다. 폭염 집중관리 기간인 6월 중순부터는 주 1회 이상 점검 보고를 실시 중이다.

이길포 DL이앤씨 CSO(최고안전책임자)는 “단 한 건의 온열질환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모든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안전보건관리를 실시하고, 혹서기 ‘사칙연산’ 폭염대응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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