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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충격’ 비켜간 오리온, 글로벌 5조 원 도전

위기 속에서 더 빛난 현지화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

  • 기사입력 2025.08.29 19:10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올해 7월, 한국산 과자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2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15% 관세와 바이어들의 선제 발주 축소가 겹친 결과다. 제과업계 전반이 흔들렸지만, 업계 1위 오리온은 달랐다.

미국 매출 비중이 1%에 불과한 대신,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으로 무게를 옮긴 다변화 전략과 철저한 현지화가 빛을 발한 것이다. 그 결과 오리온은 상반기 1조 5856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나홀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오리온 본사 이미지
오리온 본사 이미지

오리온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히 한국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정서, 유통 환경에 맞춰 제품·마케팅·조직을 통째로 현지화했다.

중국에서는 ‘오!감자’를 ‘야투도우’로 이름을 바꾸고 토마토·스테이크맛을 출시해 현지 소비자들의 선호를 정밀하게 반영했다.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를 만큼 보편화돼 설 시즌에는 선물세트로 판매된다. 러시아에서는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 인도에서는 식물성 젤라틴을 적용한 채식 초코파이가 대표 사례다.

브랜딩과 마케팅도 철저히 현지 정서에 맞췄다. 중국에서는 붉은 패키지와 ‘하오리요우(좋은 친구)’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베트남에서는 현지어 발음을 활용한 ‘Tinh(띤)’으로 친밀감을 높였다. 러시아에서는 국민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리그 후원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유통망도 현지 구조를 철저히 분석해 대응했다. 중국에서는 1700여 개 도매상과 거래하는 간접 영업망을 구축했고, 베트남에서는 영업사원이 직접 매장 진열대를 정리해 신뢰를 쌓았다. 인력 구성 또한 중국·베트남 법인 직원의 99%가 현지인일 정도로 현지화돼 있다.

특히 오리온의 대표 히트 상품인 ‘생감자 스낵’은 글로벌 누적 매출 4조 원을 넘어섰다. 총 51억 개가 판매됐으며, 이는 1분당 270개꼴로 팔린 셈이다. 국내 감자 수확량의 40%를 소화하며 농가 경제에도 기여했다. 단일 제품의 성공을 넘어, 현지 농업과 상생하는 ESG 스토리로 확장 가능한 지점이다.

오리온의 성장 곡선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7월 글로벌 매출은 25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 감소한 413억 원에 머물렀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소비 둔화, 특정 제품 리콜 여파가 동시에 작용했다.

제품별로는 비스킷(+12%)과 스낵(+9%)이 성장했지만, ‘참붕어빵’ 회수 영향으로 파이가 –15% 역성장했다. 중국은 매출 –0.8%로 둔화됐으나 젤리와 껌이 각각 +35% 성장하며 카테고리 다변화가 확인됐다. 베트남은 환율 하락과 중동 전쟁 영향으로 –1.8% 매출 감소를 기록했지만 러시아는 초코파이 판매 호조로 +54% 성장해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원가와 소비 둔화가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오리온의 가성비 제품과 시즌 한정 신제품 확대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지화와 카테고리 다변화 전략이 위기 극복에도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오리온은 올해를 ‘매출 5조원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오리온의 글로벌 생각자 스낵 제품 이미지
오리온의 글로벌 생각자 스낵 제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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