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의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새로 신설될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정책 일관성 약화와 조직 혼란, 금융 소비자보호 공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해체 초읽기...시장·조직 혼란 우려 확산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에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조직 개편안을 공식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조직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쳐 금감위로 재편된다. 동시에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한다. 이 방침은 사실상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원을 둘로 나눠,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취지다.
다만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정책 일관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소비자보호 기능 분리 역시 실효성 논란이 있다. 소비자 피해 구제와 금융회사 제재 기능을 분리하면, 민원 처리 과정이 분산되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이어 조직 내부적으로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개편이 현실화하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 직원 일부가 세종 기재부로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서울 근무라는 장점 덕분에 지난해 행시 수석과 차석 합격자가 모두 금융위를 선택한 바 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세종으로 내려가야 하나’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금감원과의 통합 과정에서 과거 갈등의 재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여의도에서 함께 지낼 당시 양측의 갈등은 극심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새 금감위 출범 과정에서 또다시 조직 간 알력 다툼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李 대통령, ‘금융위 열일’ 또 칭찬...해체 없이 기능 개편 이뤄지나
이재명 대통령이 또다시 금융위원회를 칭찬하며 해체설에 휘말렸던 금융위 존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금융위의 이름과 기능만 우선 손본 뒤, 시간을 두고 금융당국 개편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내년 모태펀드에 출자하는 예산 1조1000억 원 운용 방안을 논의하던 중 금융위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얼마나 늘리면 되느냐. 부르라"라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재정 5000억 원을 넣으면 10배 정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5조원 정도면 투자시장이 열린다. 기업과 투자자, 벤처사업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금융위가 요즘 열일하고 있더라"며 "잘하고 있다. 이것도 구상해보라"고 격려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4일 대전에서 주재한 타운홀미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이하로 제한한 6·27 대책을 칭찬하며, 권 부위원장(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목해 격려했다. 같은 달 15일 국무회의에서도 대출 규제의 성과를 언급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칭찬했고, 7월 20일에는 권대영 부위원장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2개월의 활동기간 중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는 안을 마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남은 금융위의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다. 이 안대로 진행될 경우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된다.
그러나 지난 14일 국정위 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되지 않았고, 같은 날 이 대통령이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며, 금융당국 개편 논의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가운데 당정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금융위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금융당국 개편 문제로 파행을 겪었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속개 직후 "해체가 아니라 기능 조정임을 명확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강 의원은 "결국 기능을 조정하고 간판을 바꾸는 문제인데, 기관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든 금융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성은 그대로 필요하다. 간판을 바꿔도 기관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과 정부는 1일 금융당국 조직개편에 대한 정무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국정위 초안에 대해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수정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해 결론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3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오는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개정안을 발의,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17년 만에 금융감독위 부활하나...금융권 '술렁'
17년 만에 금융감독체계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오는 7일 확정한다.
당정이 논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부분을 재경부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산하에 '금융감독원'과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승격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둬 금융감독·소비자보호에 집중한다. 사실상 2008년 해체됐던 금융감독위원회가 17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당정은 고위급협의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편방안을 공식 확정하고, 곧바로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이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우선 정부조직법상 '금융위원회'의 명칭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바꾸고, 추후 '정부조직법 시행령'과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 개정 과정에서 통해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은 금융위의 명칭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바꾸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며 "하지만 추후 정부조직법 시행령, 금융감독위 설치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감원과 금소원을 나누는 등 판단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개편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후속 입법을 다룰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의원이고, 국민의힘은 금융당국 개편에 부정적이다.
정무위는 지난 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에도 금융당국 조직개편 문제로 개회 직후 1시간 가량 파행을 겪었다.
조직개편을 앞둔 금융당국에서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책적 비효율과 혼선, 정책 일관성 약화, 조직 내 혼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감위 조직 규모가 50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17년 전과 달리 금융의 역할이 훨씬 넓고 다양해졌다"며 "정책과 감독을 무 자르듯이 자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미관세, 경기침체 등으로 금융정책이 중요한 시점인데 조직개편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혼란이 커지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조직이 분리되고 칸막이가 생기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 직원들의 불안도 크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는 진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 아니라고 꾸준히 반대해왔다. 조직 분리로 감독·검사와 금융소비자보호간 인사교류가 단절되면 인력유출과 업무의 질적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역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눈치를 봐야 할 시어머니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는 금융위 존폐 문제를 넘어, 정책 추진력과 감독 효율성, 소비자 보호라는 세 가지 축을 균형 있게 조율할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책 일관성과 시장 안정, 조직 효율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해법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