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캠페인은 농구 레전드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키 218cm, 네 번의 NBA 챔피언 반지, 늘 초인(superhuman)으로 불렸던 그는 “항상 피곤했죠”라고 회상한다.
잠든 동안 숨을 쉬지 않는다는 파트너의 지적, 낮 동안의 졸림과 예민함, 집중력 저하까지... 그는 오랫동안 신호를 받고 있었지만 무시해왔다.
약 15년 전, 오닐은 결국 수면 검사를 받았고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 진단을 받았다. 이것은 수면 중 기도가 막히거나 허탈되어 10초에서 3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질환이다. 뇌는 산소 부족을 감지해 사람을 깨우기 때문에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단편적인 수면만 이어진다.
미수면의학회(AASM)의 2023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 3천만 명이 OSA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중 2,400만 명 이상은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오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새로운 일라이 릴리(Eli Lilly) 캠페인 [OSA 무시하지 마세요(Don’t Sleep On OSA)]에서 오닐은 잘 때 코를 골고, 낮에는 피클 병 하나도 열지 못할 정도로 피로에 지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OSA를 가리키는 대표적 신호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골이는 누구나 하는 것”,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나이 드니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일라이 릴리 소비자 최고마케팅책임자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는 “캠페인 목표는 질병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공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의학적 ‘신호’로 받아 들이도록 돕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이다.
릴리 커뮤니케이션 수석 이사 존마크 콘클린(JohnMark Conklin)은 OSA가 가장 흔히 진단되는 그룹을 “40~50대 남성, 과체중 또는 비만 비율이 높은 층”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진단의 첫 단추는 종종 파트너가 끼운다. 그래서 남녀 모두에게 이 메시지가 닿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자 자는 사람은 자신의 호흡 정지나 코골이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결국 주변의 관찰과 대화가 조기 진단의 현실적 열쇠인 셈이다.
릴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등도 OSA 환자는 시간당 15~29회, 중증 환자는 30회 이상 호흡이 멈춘다. 이는 단순한 수면 문제를 넘어 장기적 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준다.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과체중이나 비만, 남성, 50세 이상, 가족력 등 잘 알려진 요인 외에도 편도선 비대, 만성 코막힘, 음주·흡연, 해부학적 구조 등이 영향을 주며, 여성의 경우 폐경 후 위험이 증가한다. 중요한 것은 정상 체중이어도 OSA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OSA는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산소 포화도를 반복적으로 떨어뜨려 다음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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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심근경색, 부정맥,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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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저항성 증가 → 제2형 당뇨병 위험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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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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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감정 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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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위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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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성장·학습에 부정적 영향
즉,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현상은 단순한 코골이의 연장선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생리적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늘 코를 골았지만,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오닐은 수년간 중등도 OSA를 앓으면서도 치료를 미뤘다. 잠을 못 자 피곤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짧은 숨 멈춤이나 새벽 각성도 그냥 스트레스나 과로로 넘겼다.
결국 한밤중에 숨이 막혀 깨어나는 경험을 반복하고 나서야 최고의 운동선수로서의 체력도, 정신력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사례는 수많은 사람의 현실을 비춘다. 코골이와 피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저절로 낫지 않는다. 체중 감량, 자세 교정, 양압기 치료(CPAP), 또는 수술이나 신경자극기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의심하고 검사받는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약 64만명에서 2023년 89만명으로 4년 새 39% 증가했다. 수면무호흡증은 불면증과 함께 수면장애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골이를 가볍게 여겨 진단과 치료를 늦추는 것은 참는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샤킬 오닐은 캠페인에서 "단순한 코골이가 아니라 심각한 질환일 수 있으니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무시하지 말라(Don’t Sleep on OSA)’는 문장은 무관심에 대한 경고이다.
“증상을 무시하는 건 초인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코골이는 사소한 습관이 아니다. 건강 위험을 알리기 위해 몸이 보내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