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본격적인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집에 누워도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진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일상 리듬이 깨지고, 업무 집중도까지 영향을 받기 쉽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보다 18%가량 부족하다. 매일 숙면을 취하는 비율은 고작 7%에 불과하며, 전체 응답자의 약 60%가 수면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서 사회적·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의료비 증가 등으로 인해 한국은 연간 약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Sleep)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숙면을 돕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포괄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은 2022년 약 159억 달러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16.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잘 자는 것’을 키워드로 앞세운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 기반 환경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대건설, AI 기반 수면환경 솔루션 '헤이슬립' 공개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조명, 공기, 소리 등을 개인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는 AI 기반 수면환경 제어 기술을 상용화한다고 20일 밝혔다.
‘헤이슬립(Hey, Sleep)’은 수면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수면환경 솔루션으로, 조도·습도·환기·차음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학습해 가장 이상적인 조건으로 자동 조정되며, 생활 습관과 생체 리듬에 따라 맞춤형 수면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면 전에는 긴장을 완화하는 명상 콘텐츠, 수면 유도 음악, 호흡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기상 시에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명언, 동기부여 오디오가 재생돼 하루를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면 중 뒤척임이 잦거나 이상 패턴이 감지되면 AI가 이를 분석해 습도나 환기 설정을 자동 조절하며, 축적된 수면 데이터는 개인 리포트 형태로 제공되거나 가족 간 건강 정보로 공유할 수도 있다.
현대건설은 ‘헤이슬립’을 통해 국내 최초로 수면환경 품질 인증인 ‘굿슬립 마크 골드(Good Sleep Mark Gold)’를 획득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받은 한국수면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공식 인증 프로그램으로, 숙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부여된다. ‘골드’ 등급은 해당 인증의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이번 인증은 침대나 매트리스 같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실제 주거 공간 전체를 수면 친화적으로 설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건설은 슬립테크 전문기업 ‘에이슬립’과의 협업을 통해 앱 기반 수면 모니터링 시스템과 환경 제어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했으며, AI 센싱 기반 수면 분석 기능 또한 에이슬립과 함께 구현했다. 현재 비접촉식 수면 분석 기술과 공간 제어 알고리즘 등 총 2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며, 용인 기술연구원 내 실증시설과 전문병원에서 수면 제어 알고리즘의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래주거의 역할 또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압구정2구역을 비롯한 주요 사업지에 '헤이슬립'을 특화 기술로 제안하는 등 건강을 설계하는 주거공간 '케어리빙(Care-Living)'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동나비엔, ‘숙면모드’ 갖춘 환기청정기 “만족도 1위”
경동나비엔은 자사의 ‘환기청정기’가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소비자웰빙환경만족지수(KS-WEI) 환기청정기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20일 밝혔다.
소비자웰빙환경만족지수는 한국표준협회와 연세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지표로, 소비자 인식 조사를 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브랜드를 선정한다. 경동나비엔은 해당 부문이 신설된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환기청정기는 공기 청정과 환기를 동시에 구현하는 통합 실내 공기질 관리 솔루션이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청정 필터시스템을 거친 신선한 공기를 다시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일반 공기청정기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라돈,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제거가 가능하다.
또한 전열교환기를 통해 오염된 공기를 배출하면서도 열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어, 겨울과 여름철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각각 72%, 36%까지 절감할 수 있다.
제품에는 상황별 맞춤 운전 모드도 탑재돼 있다. 미세먼지를 제거해 공기를 실내에서 순환시키는 ‘공기청정 모드’, 요리 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배출하고 신선한 외부 공기를 집중 공급하는 ‘요리모드’, 조용한 운전으로 쾌적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숙면모드’, 간절기 냉방에 유용한 ‘바이패스 모드’ 등이다.
쿡탑과 주방후드 연동 기능도 눈에 띈다. ‘나비엔 환기청정기 매직플러스’는 요리가 시작되면 ‘3D 에어후드’가 에어커튼을 형성하고, 요리매연을 집중적으로 배출하며 자동으로 환기청정기가 작동해 실내 공기를 정화한다.
실제로 경동나비엔이 서울대, 서울시립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함께 진행한 실험 결과, 해당 제품을 사용했을 때 주방과 거실의 초미세먼지 총량이 각각 평균 54%, 70%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나비엔은 최근 주방기기 브랜드 ‘나비엔 매직’을 론칭하며, 공기질 관리 영역을 주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편 경동나비엔은 지난달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을 출시하며 여름철 수면의 질 높이기에 나섰다. 해당 제품은 시원함을 제공하는 ‘쿨·쿨+ 모드’와 따뜻함을 위한 ‘웜 모드’를 모두 갖춘 사계절용 매트로, 실내 냉기를 활용하는 ‘에어’ 모델과 펠티어 냉각 기술로 자체 냉각이 가능한 ‘프로’ 모델로 구성된다.
수면 단계에 따라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AI 수면모드’, 침구 습기 제거 기능도 탑재됐으며, 에어컨과 함께 사용할 경우 수면 질 향상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대웅제약, 수면 방해 없는 혈압 측정…‘카트 온’ 출시 예고
대웅제약은 국내 최초로 24시간 연속 혈압 측정이 가능한 반지형 혈압계 ‘카트 온(CART ON)’을 병원에 도입해 환자의 생체 신호 통합 관리를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카트 온’은 오는 9월 정식 출시 예정으로 자사의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와 연동이 가능하다.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의료기기로, 커프나 별도의 장비 없이 활동 중에도 혈압을 끊김 없이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야간 고혈압, 아침 고혈압, 야간 비하강형(non-dipping) 등 주요 이상 혈압 패턴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기존 ‘씽크’ 시스템은 맥박, 호흡, 체온, 산소포화도 등 4가지 생체 신호만 측정이 가능했으나, ‘카트 온’ 연동을 통해 혈압까지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국내 최초로 ‘5대 바이탈 사인’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의료진은 환자를 깨우지 않고도 자동으로 생체 신호를 수집할 수 있으며,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 환자는 커프 착용으로 인한 불편이나 수면 방해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카트 온의 씽크 연동을 통해 기존의 진단 중심 의료기기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환자 맞춤형 관리와 디지털 치료 환경 구축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전했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카트 온과 씽크의 통합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일회성 측정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의 상태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해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진료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의료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