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공공디자인과 PR이 결합해 브랜딩으로 포용하다

[COVER STORY]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 사회적 소통 ➊-1
17회째 맞이한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 3년 만에 현장개최

  • 기사입력 2023.11.06 08:00
  • 기자명 김영순 기자

더피알=김영순 기자 | “장벽이 없는 삶,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란 주제로 10월 24일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열린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 17회째를 맞이했다.

토론회는 코로나 위기 3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열리다가 올해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과 연계해 오랜만에 현장중심으로 열렸고 ‘더불어 행복한 삶의 환경’, ‘포용적 사회의 보편적 복지’, ‘모두의 지역, 지속 가능한 문화’의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하는  백진경 조직위원장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하는 백진경 조직위원장

더 넓은 개념으로서의 전문적인 유니버설디자인

‘더불어 행복한 삶의 환경’ 세션에서 백진경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조직위원장은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인, 노인, 외국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겪을 어려움의 해결보다 더 큰 ‘모두를 위한 디자인’ 개념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성을 판단할 때는 일반적으로 ▲평등한 사용 ▲유연한 사용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 ▲인식 가능한 정보 제공 ▲오류 예방 및 허용 ▲낮은 물리적 노력 ▲사용자의 사적 공간 및 시간 고려와 같은 일곱 가지 원칙(UD 7원칙)을 사용한다.

이러한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은 다양한 사인 디자인(교통 표지, 관광지, 병원 등) 사례에서 실제로 적용되어 있다.

모든 디자인 작업에서 사안별 특수성과 사용자, 장소, 기능 등을 고려해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사용자별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백 위원장의 설명이었다.

이어서 한주성 스튜디오 엠엑스디 대표가 서울시 ‘공공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업’ 사례로서 구릉형 저층 주거지 경험 환경 개선, 폐쇄적 보행 환경 개선, 대형 공원 안내 체계 시스템 개선 등을 설명해 논의를 뒷받침했다.

한주성 스튜디오 엠엑스디 대표
한주성 스튜디오 엠엑스디 대표

산림청도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도입했다. 송영호 산림청 산림휴양등산과 주무관은 2022년 산림청 조사 기준 우리나라 성인 78%(3229만 명)가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 등으로 숲길을 이용하지만 토지 소유 형태에 따라 운영·관리 주체가 다른 탓에 이용자를 위한 숲길 안내 체계와 안전사고 관리 대응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산림청은 정확하고 안전한 숲길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2022년에 「숲길 안내 체계 디자인 매뉴얼」을 마련했다.

개회사를 하는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개회사를 하는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이 매뉴얼은 전국의 숲길 조성과 정비 기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더불어 디자인의 기본 방향, 원칙, 안내 체계, 세부 기준 등을 포함하는 통합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이 디자인 매뉴얼의 키워드가 ‘유니버설’이며 나이, 성별, 장애 여부 등에 관계없이 숲길을 찾는 모두가 쉽고 편안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방향성을 추구했다.

오뚜기와 삼화페인트는 기업 입장에서 추구한 공공디자인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승윤 오뚜기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센터장은 오뚜기가 국내 라면 업계에서 처음 도입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를 통해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으며 이는 ESG 성과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상희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장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색약자, 고령자 등 시각 인지 약자를 위한 ‘컬러 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 이하 CUD)’의 연장선에서 CUD를 적용한 서울시 장애인 복지 시설 네 곳에서 총 50여 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오뚜기는 그 결과 발달 장애인에게 최적화한 64색의 CUD 컬러를 도출하고, 공간 유형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여덟 개의 색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나아가 2022년에는 ‘모두를 위한 환경 색채, 삼화 CUD 가이드’를 신규 개발하고, 이를 담은 컬러 팔레트를 제작했다.

모두를 배려하고 돌아보는 시선과 차별 해소

‘포용적 사회의 보편적 복지’ 세션에서는 주로 복지 차원에서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논의됐다.

다카하시 기헤이 도요대학 인간환경디자인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의 현황을 짚었다. 일본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역사는 54년이 넘었다.

발제하는 다카하시 기헤이 도쿄대학 교수
발제하는 다카하시 기헤이 도쿄대학 교수

다카하시 교수는 최근의 배리어 프리 수준이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가 2013년에 채택한 「접근성 가이드」(IPC 가이드)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2006)을 근거로 하며, 평등·존엄·접근성을 큰 목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일본은 많은 배리어 프리와 유니버설디자인 우수 사례(건축물 전반의 배리어 프리화와 합리적 배려, 신칸센 차량의 휠체어석 정비 강화, 공공 화장실 다양화, 성 중립 화장실 도입, 발달 장애인을 위한 캄 다운·쿨 다운 공간 등등)를 만들어 냈다.

사회를 보는 이종혁 공공소통연구소장
사회를 보는 이종혁 공공소통연구소장

하지만, 유엔 장애인위원회의 권고에서 보듯이 건축가나 설계자 교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이해와 대응도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진정한 포용적 사회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적 제도뿐만 아니라 장애인, 다양한 시민과 설계자, 행정 등의 대화를 통한 관계자의 의식 변혁과 행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얼마 전부터 우리가 도로의 횡단보도 옆에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수의자’의 사례도 소개됐다.

유창훈 남양주남부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2018년에 무단횡단을 하는 어르신들을 목격하고, ‘왜 저 큰 도로를 무단횡단하시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한 어르신에게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릴 수가 없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 순간 횡단보도 부근에 의자를 두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행히 같이 만들어 보자는 회사를 만났고, 초기 개발 비용은 특허권 양도로 대신했다. 장수의자로 인해 노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입증되고 긍정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전국 70여 지자체에서 2500여 개의 장수 의자를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에 이바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는 소통을 위한 노력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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