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김영순 기자 |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의 두 번째 세션 ‘포용적 사회의 보편적 복지’에서 소개된 기업 사례는 SK텔레콤과 네이버웹툰이었다.
먼저 읽을 기사 : 공공디자인과 PR이 결합해 브랜딩으로 포용하다
문태희 SK텔레콤 ESG얼라이언스 소셜세이프티넷팀장은 2019년 4월부터 시작한 인공 지능 스피커 ‘누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대면·대면(현장 방문) 콘텐츠를 결합해 노인 돌봄에 관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AI 돌봄 서비스’와 소방청 및 전국의 소방본부와 협력하고 있는 ‘긴급 SOS콜’ 서비스에 대해 발표했다.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는 노인 인구의 빠른 증가에 대한 대처라는 점에서 시의성을 가진 사례였다.
윤승섭 네이버웹툰 한국웹툰 서비스 매니저는 시각 장애인에게 웹툰을 서비스한다는,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소개했다.
시각 장애인에게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선 웹툰 이미지를 시각 장애인이 인지할 수 있는 형태의 문자 정보, 즉 ‘대체 텍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버웹툰은 고민과 논의 끝에 인공 지능이 웹툰 이미지에서 말풍선의 위치와 순서를 자동으로 파악해 웹툰 대사를 순서에 맞게 문자로 변환하는 ‘AI 대체 텍스트 제공 기능’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2023년 1월부터 기존에 제공 중이던 10만여 개의 웹툰 에피소드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신규 에피소드 역시 실시간 대체 텍스트를 제공한다.
나아가 이 기능은 한국어 웹툰을 번역하거나, 대사를 검색하는 등 비장애인 이용자에게도 유용하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이용자가 더욱 편리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누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사례가 되었다.
공간 가치 모두의 지역으로 다시 살아남으려면 ‘모두의 지역, 지속 가능한 문화’ 세션에서는 보다 지역에 특화된 사례들이 발표됐다.

서울의 사례로는 이창훈 어반스케쳐스 서울 운영자가 거주지와 여행지 풍경을 그리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비영리 단체인 어반스케쳐스의 역할을 통한 공공디자인을 설명했다.
2023년 6월부터 진행 중인 어반스케쳐스 프로젝트는 자신이 사는 도시와 공간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동시에 도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함께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공공디자인과 PR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사례였다.
부산에서는 홍순연 로컬바이로컬 대표가 ‘사람과 기술 그리고 지역을 이어준다’라는 의미의 ‘대통전수방’ 슬로건으로 영도에서 진행 중인 지역 브랜드 활성화를 소개했다
대통전수방은 민간이 공공의 보조 역할을 하기보다 민간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였지만, 사업 기획 과정을 함께 진행하면서 쌓인 신뢰 덕분에 공공이 감독이자 조언자로 함께 했다.
대통전수방의 핵심 콘텐츠는 전수 프로그램이다. 영도에서 삼대째 어묵 제조업을 해 온 ‘삼진어묵’과 60년째 두부를 만들어 온 ‘성실두부’에서 노하우를 전수 받은 청년 전수자들 44명 중 11명이 실제 창업에 성공했다.

‘아티장이 골목을 새롭게 재생한다’는 뜻의 ‘아레아식스’는 알려지지 않는 지역 브랜드를 소개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장소다. 영도의 향토 기업인 삼진어묵의 CSR 활동이 지역 재생과 결합해 만들어 낸 작은 공간이다. 지역의 숨은 기업을 소개하는 쇼룸으로 역할을 하며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지역성을 가진 제품과 브랜드는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때로는 유행처럼 소멸하기도 한다. 크지 않더라도 결국 지역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다시 지역 커뮤니티에서부터 힘을 더하는 일이 필요함을 재조명했다.
최민준 부산디자인진흥원 도시공공디자인팀장은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부산 관광안내 시스템 디자인을 소개했다.
산발적이고 체계적이지 않던 기존 관광안내 표지판을 표준화하고 이를 부산시 16개 구·군과 도시 철도역에 설치된 1000여 개의 관광 안내 표지판에 일괄 적용해, 도시 디자인 차원에서 부산의 위상에 걸맞은 체계적인 시각 정보 시스템을 갖췄다.
새로 개발한 부산 관광안내 시스템은 다양한 사람들의 조건을 배려하는 ‘포용적 디자인’을 그 중심에 둔다.
또한 ▲색각 이상자를 고려한 디자인 시스템 ▲이동 단계에 따른 쾌적한 정보 시스템 ▲사용자 신체 조건을 고려한 정보 시스템 ▲네 개 언어권을 고려한 정보 시스템 ▲큐알(QR) 코드를 적용한 스마트 기기 연동 서비스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디자인 원칙을 공유한다.

부산 관광안내 시스템은 현재 사업 수행 기관에서 디자인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각 구·군 지자체에서 시설물을 관리하는 체계로 운영 중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각각 민과 관에서 진행하는 지역 브랜드 가치 높이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전자가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 내부인의 역량을 지원하고 후자는 외부인을 위한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는 사례들이었다.
시민 참여형 로컬 디자인 사례로 임철희 인천광역시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팀장은 시민의 약 30%가 교통 약자로 분류되는 인천시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22년 7월부터 추진하는 ‘원도심 디자인 활성화’ 정책을 설명했다.
이 사업은 보행 약자가 안전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선 보행 약자들의 통행이 많은 의료 시설 주변에 최상의 보행 환경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병원, 요양원 등 환자와 보행 약자 이용 시설 밀집 지역에 무장애 디자인 등을 적용해 보행 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하고 찾기 쉬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사업 매뉴얼·가이드라인 개발, 공공 시설물(공간) 무장애 디자인 개발, 시범 제작·설치 등이 그 내용이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미래 한국을 위한 격차의 해소
현재 대한민국에 임박한 가장 큰 국가적 위기가 가시화된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급속한 초고령화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이와 같은 거대한 위기들과 맞닥뜨리면서 우리 사회는 나이, 지역, 성별, 신체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격차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극심한 차별 현상들을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미래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걸까?
이번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은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직시하면서 예정된 격차들을 해소하려는 노력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는 자연스레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과 함께 공공디자인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며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는 그를 증명하는 실제적 사례들의 향연이었다.
지금보다 확장되어야 할 사회 통합의 가치를 위해 활용하게 될 공공디자인을 포용하는 더 큰 미래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