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비싸도 잘만 가는 파이브가이즈, 그뒤엔 ‘발로 뛴’ 한화 김동선

국내 점포 4곳 모두 글로벌 매출 Top10 진입…본사에서도 큰 관심
커스터마이징 버거·국산 감자·무료 땅콩으로 아시아 관광객 잡았다
김 본부장, 오래갈 인기 내다보고 사업 주도 “오리지널리티 살려라”

  • 기사입력 2024.07.04 10:39
  • 최종수정 2024.07.05 09:3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한국 햄버거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미국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약진. 국내 오픈 1주년을 갓 넘긴 파이브가이즈는 가격이 높아도 양질의 버거를 원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며 순항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브랜드 국내 도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홍콩에서 평창까지 실무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미국 본토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특별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한 노력은 눈에 띄는 성과로 보답받고 있다.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열린 파이브가이즈 국내 오픈 1주년 기념 행사에서 임직원들이 관계자 및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열린 파이브가이즈 국내 오픈 1주년 기념 행사에서 임직원들이 관계자 및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개업한 프랜차이즈로, 6월 26일 국내 오픈 1주년을 맞은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에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해외 사업 전개 시 해당 국가에 운영 전문 회사 설립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마카오에 이은 6번째 아시아 진출 지역이다.

에프지코리아에 따르면 6월 25일 기준 개설된 국내 점포 4곳(강남, 여의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모두 글로벌 매장 매출 순위 10위권에 들어갔다. 앞서 2월 20일 기준 전 세계 1858개 점포 중 주간 평균 매출 상위 5곳 중 3곳을 차지한 데에 이은 쾌거다.

2년마다 미국 본사에서 전 세계 운영사를 초청해 사업 성과 등을 공유하는 글로벌행사인 ‘파이브가이즈 컨퍼런스’에서도 한국의 놀라운 성적은 눈길을 끌었다.

에프지코리아 관계자는 “해외 사업 발표에서 한국 파이브가이즈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며 “각 국가별 소개가 1페이지인 반면, 한국은 3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되는 등 한국 매장 수준이 톱클래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해외관광객 발길까지 이끌어낸 인기 비결은…
△나만의 버거 △감자튀김 △공짜 땅콩
 

에프지코리아는 이러한 성공과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비결로 15가지 무료 토핑을 활용해 ‘나만의 버거’를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강원 평창군 등 국내산 감자로 만든 감자튀김, 무료 땅콩 등 3가지를 꼽았다.

2023년 8월 2일 김동선(오른쪽)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강원도 평창군 산지에서 감자 생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에프지코리아 제공.
2023년 8월 2일 김동선(오른쪽)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강원도 평창군 산지에서 감자 생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에프지코리아 제공.

8가지 종류의 버거와 15가지 토핑을 조합하면 최대 25만 가지의 다양한 버거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독특한 경험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제대로 공략했다.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오리지널 점포와 같은 품질의 감자를 제공하기 위해 김동선 부사장은 실무진과 함께 론칭 1년 전부터 전국 산지를 찾아다녔으며, 직접 강원도 평창에서 감자 수확에 나서기도 했다.

수입 냉동 감자를 쓰지 않고 전국에서 주 3회 이상 갓 수확한 감자를 공급받는 파이브가이즈의 정책은 농가 판로 확대 등 지역 농민과도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료 땅콩 서비스도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현재 4곳의 매장에서 매달 550박스(6.2t)을 제공 중이다.

(왼쪽부터) 파이브가이즈의 무료 땅콩과 케이준 감자튀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베이컨 치즈버거 제품 사진. 사진=김병주 기자.
(왼쪽부터) 파이브가이즈의 무료 땅콩과 케이준 감자튀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베이컨 치즈버거 제품 사진. 사진=김병주 기자.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외연 확장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파이브가이즈는 9월 판교에 신규 매장(5호점)을 낸다. 서울 외 첫 진출 지역으로, 애초 세웠던 ‘5년 내 15개 매장 개점’ 계획의 원활한 달성을 위해 지방 점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객 편의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한다. 7월에는 최대 20만 원까지 충전 가능한 선불형 기프트 카드를 출시했다. 기프트 카드는 7월 1일부터 서울역점에서 우선 출시되며, 전 매장에서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

쿠팡이츠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도 도입한다. 올해 하반기(7~12월) 강남점에서 시범 운영 후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을 찾은 아시아 관광객의 수요가 컸다는 점에서 파이브가이즈의 성공 비결을 찾기도 한다. 현재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 파이브가이즈가 없는데, 강달러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미국보다 훨씬 가까운 한국 매장으로 관광객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7월 2일 저녁 파이브가이즈 서울역점 실내. 사진=김병주 기자
7월 2일 저녁 파이브가이즈 서울역점 실내. 사진=김병주 기자

실제 7월 2일 저녁 방문한 서울역 매장에서는 고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을 위해 응대 시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하며 안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대기 줄은 없었지만, 현장 직원은 “요즘도 점심 시간대에는 웨이팅이 어느 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가능성 확인한 김동선, 발로 뛰며
‘본토 오리지널리티’ 살려내
 

파이브가이즈는 김동선 부사장이 브랜드 유치부터 1호점 오픈 준비 과정까지 주도한 사업으로, 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든 이후 독자적으로 선보인 첫 사업이다.

지난해 4월 김 부사장은 국내 론칭을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있는 홍콩으로 건너가 주요 파이브가이즈 매장 2곳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국내 1호점장 등 한국 파이브가이즈 주요 직원들은 홍콩에서 6주간 실무교육과 테스트를 거쳤다.

2023년 4월 24일~25일 홍콩 내 주요 파이브가이즈 매장 2곳에서 진행된 현장실습에 참여하여 직접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2023년 4월 24일~25일 홍콩 내 주요 파이브가이즈 매장 2곳에서 진행된 현장실습에 참여하여 직접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당시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실습 의무가 없었지만, 브랜드 도입을 주도한 책임자로서 서비스 현장 체험을 통해 국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참여한 것”이라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주방에 냉동고와 타이머, 전자레인지를 두지 않고 매일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드는 패티에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소스를 뿌리는 방향과 횟수부터 패티를 누르는 힘의 강도까지 반복 훈련을 통해 퀄리티 컨트롤을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면서 “국내 매장에서도 장인정신 수준의 성의가 느껴질 수 있도록 품질 유지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사업 기획부터 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면서 조리법부터 서비스까지 ‘미국 본토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릴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미국 매장과 동일하게 무료 땅콩을 제공하는 한편, 냉동고와 타이머, 전자레인지를 두지 않고 매일 냉장 배송되는 재료를 사용하면서 고객에게 보다 특별한 경험을 주고 있다.

2023년 6월 26일 서울 서초구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에서 열린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필립 골든버그(가운데) 주한 미국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선 당시 한화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 사진=뉴시스
2023년 6월 26일 서울 서초구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에서 열린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필립 골든버그(가운데) 주한 미국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선 당시 한화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 사진=뉴시스

김 부사장의 노력은 금전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프지코리아는 법인 설립 첫해인 지난해 매출 99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강남과 여의도점 2곳만으로 거둔 성과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3억2900만원을 기록했는데,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론칭 초기 비용 부담 증가로 일정 기간 적자를 기록했으나 4분기부터는 흑자 전환돼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