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국내 급식업계가 ‘재편 폭풍의 눈’으로 들어섰다. 안정된 구도를 지켜오던 시장에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이 이어지고, 각사가 컨세션·MICE 같은 특수 상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 구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한화그룹이 업계 2위 아워홈을 품은 데 이어, 지난달 신세계푸드가 단체급식 부문을 아워홈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에 매각하면서 판도 변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신세계푸드의 양도 대상은 산업체·오피스 급식이며, 양도 기준일은 오는 11월 28일이다. 지난달 신설된 고메드갤러리아는 표면상 경영컨설팅 회사지만, 업계에서는 “급식사업 확장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업계의 최대 과제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확보하는 일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위 기업이 5위 기업을 인수한 상황에서 1위와 2위 간 순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A 바람 타고 본격화…급식업계 5강 구도 균열
이전까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사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5대 기업의 2023년 매출 규모는 4조683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연이은 빅딜로 균형이 깨지며 ‘급식 전국시대’라는 표현처럼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도 상위 5개사의 실적은 모두 우상향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전체 매출 3조11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하며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고, 현대그린푸드(2조2704억 원)는 24% 성장했다. CJ프레시웨이(3조2248억 원)와 신세계푸드(1조5348억 원)도 각각 5%, 3% 늘었다. 전체 매출에는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이 포함되지만, 구내식당 위탁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특히 아워홈은 2019~2023년 매출이 7658억 원에서 1조1706억 원으로 50% 이상 증가하며 확장세에 속도를 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업계 1위 삼성웰스토리(동기간 1조2197억 원→1조6974억 원)와의 5000억 원 안팎의 격차도 좁혀질 전망이다.
반면 신세계푸드는 같은 기간 매출이 3009억 원에서 약 29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식품사업 무게중심을 프랜차이즈·유통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푸드는 이마트 내 ‘블랑제리’, ‘E-Bakery’,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 아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 ‘한화 효과’ 아워홈, 포트폴리오 확대
아워홈은 신세계푸드의 급식 부문을 1200억 원에 인수하며 외연 확대에 나섰다.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거래를 계기로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MICE 시설 F&B와 프리미엄 주거단지 식음 서비스 등 신규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백화점 브랜드 ‘갤러리아’를 활용한 고급화 전략도 병행한다.
외식사업부 내 프리미엄 컨벤션 브랜드 ‘아모리스(AMORIS)’ 케이터링은 최근 전면 리뉴얼됐다. 웨딩과 케이터링을 양축으로 삼아 기업행사·국제회의·연회 등 100여 종의 맞춤형 메뉴를 제공한다.
아워홈 관계자는 “기업·국제행사·연회 등 다양한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면 리뉴얼을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토탈 맞춤 케이터링 솔루션을 제공하여 외식사업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 해외 동반 진출로 외연 확장
업계 1위 삼성웰스토리는 내수 성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해외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외식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첫 공동사업으로 ‘2025 프랜차이즈 해외진출 상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협약은 중국·베트남·헝가리에 보유한 법인과 글로벌 파트너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프랜차이즈 고객사들의 해외 바이어 연결과 현지 진출 컨설팅을 돕는 것이 골자다.
이어 지난달에는 외식 식자재 고객사 및 협력사 20곳을 대상으로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을 열고, 영미권 셰프 주디 주(Judy Joo)를 초청해 영국·미국 시장 공략 전략을 공유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시장 진출을 고민 중인 고객사와 협력사에 현지 정보를 제공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며 “식자재 수출 통관·유통 지원, 수출 전용 상품 개발 등으로 글로벌 진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 공항 컨세션·타깃 플랫폼으로 차별화
CJ프레시웨이는 인천국제공항에 프리미엄 푸드코트 ‘고메브릿지’를 연이어 열며 컨세션 사업을 확대 중이다. 제1터미널 탑승동(220석), 동편 12번 게이트(466석)에 이어 제2터미널까지 포함하면 총 4개 점포·1500석 규모로 늘어난다. 24시간 운영으로 환승객·장거리 여행객 수요를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타깃 플랫폼(Target Platform)’을 출시해 전국 단체급식 사업장과 식자재 고객사 네트워크의 연령·지역·산업·직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제휴사의 신상품·외식 브랜드 메뉴를 식단에 반영하고, 온·오프라인 이벤트까지 연계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급식 공간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업계 최초”라며 “제휴사에는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을, 급식 이용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상생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롯데상사, 유통 채널로 참전…식자재 네트워크 확장
롯데상사는 단체급식 채널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채용에서 기업형 식자재·프랜차이즈 관리와 신규 거래선 발굴을 주요 직무로 내세웠으며, 해외에서 소고기·대두유·냉동감자·과일 농축액 등을 직접 조달·공급해온 글로벌 소싱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닌 식자재 유통망 확대를 겨냥한 전략적 투자로 본다. 한화의 아워홈 인수, 신세계푸드 급식사업 매각, LF푸드의 엠지푸드솔루션(500억 원) 인수 등 잇단 M&A로 시장 거래선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롯데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상사가 단체급식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는 시장 확대에 대응해 채널 영업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컨세션·MICE, 안정성과 프리미엄 동시에
물론 급식 시장에 뛰어든 주체들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원홈푸드, 풀무원푸드앤컬처, 본푸드서비스, 푸디스트 등도 꾸준히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급식 시장은 오랫동안 그룹사 간 수의계약 비중이 높아 입찰제라 해도 기존 계약이 유지되는 관행이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잇단 M&A로 틀이 흔들리면서 물량 이동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LG 계열사 물량(연 3000억 원 규모)이다. 아워홈이 한화 품에 들어가자 LG디앤오가 자체 운영으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 ‘범LG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F그룹 역시 식품 사업 확대를 위해 M&A에 나섰다. 자회사 LF푸드는 20년 가까이 식품 사업을 이어온 기업으로, 최근 소스류 제조·판매업체 엠지푸드솔루션 지분 100%(500억 원 규모)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컨세션·MICE는 단가와 안정성이 높고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까지 있어 안정성·수익성·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업계 경쟁이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데이터 플랫폼, 유통망으로 확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공항 컨세션 사업장은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푸드서비스 역량을 실시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일반 단체급식보다 단가가 높고 장기 계약이 가능해 안정적 매출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도 업계가 특수 상권을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다양한 국내외 고객 접점을 통해 브랜드 노출과 신뢰 구축이 가능해 기존 급식시장의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상권은 프리미엄 경험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자 장기적 매출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급식 업계 경쟁이 심화하면서 안정적 수익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어 특수상권 공략이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