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 | 삼성과 애플 두 회사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과 혁신 기술 도입을 통해 서로의 시장에 대한 잠식 시도를 지속하는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핵심 부품을 공급받는 중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두 회사가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업 간 관계와 상관없이, 각 브랜드의 팬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15년째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아예 상대를 다른 인종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브랜드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동일시가 강화되며, 경쟁 브랜드 팬들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광고홍보학회 학회지 ‘광고연구’ 2024 여름호에 게재된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 상(석사과정)과 한은경 교수의 ‘브랜드 커뮤니티의 힘과 역할: 사회 정체성 이론 관점에서 본 브랜드 양극화 및 그 선행 변인’ 논문이다.
연구자들은 △전자기기(애플, 삼성, LG) △패션(나이키, 구찌, 아디다스) △자동차(현대, 벤츠, 기아) △화장품(설화수, 헤라, 라네즈) 등 종류별 브랜드 순위 상위 3개의 브랜드커뮤니티에서 활동중인 10대에서 60대 사이 성인 44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브랜드커뮤니티 인게이지먼트와 브랜드 지식, 브랜드 양극화, 지각된 브랜드 간 경쟁 강도에 대해 조사했고, 그 결과 커뮤니티 참여강도가 높을수록 브랜드에 대한 동일시와 경쟁 브랜드 팬 집단과의 거리감이 강화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브랜드 커뮤니티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선호도가 더욱 강해지며, 이는 결국 배타적인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쌓고, 커뮤니티 내에서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더욱 강한 브랜드 동일시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쟁 강도와 브랜드 양극화
특히, 브랜드 간의 지각된 경쟁 강도는 이러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두 브랜드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느낄수록, 자신이 속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강화되며, 상대 브랜드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진다. 이는 삼성과 애플의 팬들이 서로를 경쟁 브랜드의 ‘적’으로 간주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실제 삼성과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2024년 2분기 현재 각각 18.9%와 15.8%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특정 국가로 시야를 좁혀보면 특정 브랜드의 압도적 우위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한국갤럽의 올해 7월 발표를 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중에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비중은 69%에 달하고,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23%에 불과한 반면, IDC가 3월 발표한 2023년 일본시장 상황에서는 아이폰 사용자가 51.9%에 달하고 삼성은 6.3%에 불과하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일본과 한국 등 특정 시장에서 아이폰과 갤럭시는 각각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용자들 간의 감정적 대립이 커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 사용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일본에서는 아이폰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적 시선을 받는 경향이 알려졌으며, 한국에서도 갤럭시 사용자들이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조롱받는 경우가 있고 아이폰 사용자는 ‘허영심’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동안의 소비자 관련 연구들을 보면, 브랜드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커뮤니티 인게이지먼트 정도가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브랜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반대 의견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더 강한 배척과 적대감을 보인다.
단순히 기기 선호도를 넘어, 각각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자아와 깊이 연결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 모두 자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아, 사용자들은 한 번 선택한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각 브랜드의 사용자가 경험한 플랫폼 서비스와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다른 운영체계로의 이전을 어렵게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며, 이들의 브랜드 선택은 미래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의 경쟁은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각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정적 충성심과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적 갈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회사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있지만, 정작 ‘찐팬’들은 서로의 브랜드를 옹호하며 끊임없이 싸우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