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300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정규직 대졸 초임이 2023년 처음으로 평균 5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일 간 정규직 대졸 초임 수준을 분석한 결과,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규모 사업장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 보고서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3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와 일본 후생노동성 임금구조 기본 통계조사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임금 총액은 2023년 기준으로 34세 이하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이 받은 정액 급여에 특별급여(정기상여·변동상여)를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300인 이상 국내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평균 5001만원(초과급여 제외 연 임금총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졸 정규직 초임 평균은 3675만원인 가운데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컸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64.7%(3238만원)에 그쳤다. 30∼299인 사업체는 71.9%(3595만원), 5∼29인은 61.4%(3070만원) 수준이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2731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6%에 불과해 고용 규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임금 총액에 초과급여를 포함할 경우 300인 이상은 5302만원, 30∼299인 3735만원, 5∼29인 3138만원, 5인 미만 2750만원이었다. 전체 평균은 3810만원이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정규직 대졸 초임은 매년 최소 1.7%에서 최대 5.6%까지 올랐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의 전반적인 고임금 현상은 높은 대졸 초임에 연공형 임금체계, 노조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라며 "고임금 대기업은 과도한 대졸 초임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대졸 초임 과한 인상 자제해야…임금 격차 확대 경계”
한국과 일본의 대졸 초임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 대기업(500인 이상)의 대졸 초임이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대졸 초임 수준 역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고, 대기업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양국 비교에서는 29세 이하 대졸 상용직 신규 입사자의 임금 총액(초과급여 제외)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한국 대기업의 대졸 초임은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5만7568달러로, 일본 대기업(3만6466달러)보다 57.9% 높았다.
대졸 초임 전체 평균(10인 이상)은 한국이 4만5401달러로 일본(3만4794달러)보다 약 30.5% 높았다.
대졸 초임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분석(환율 무관)에서도 한국(78.2%)이 일본(69.4%)보다 8.8%p 높았다. 대기업끼리 비교하면 그 격차가 26.5%p(한국 99.2%·일본 72.7%)로 더 커졌다.

10∼99인 사업체의 상용직 대졸 초임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의 대촐 초임은 114.4에 불과한 반면, 한국 대기업(500인 이상)은 149.3에 달했다.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임금이 제자리걸음인 일본과 달리, 1990년 이후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며 대기업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을 책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에도 연공형 임금체계에 따라 인건비가 꾸준히 오르면서 기업 부담이 더 심화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 본부장은 "우리가 일본보다 대·중소기업 간 대졸 초임 격차가 훨씬 큰 이유는 우리 대기업 초임이 일본보다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내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