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금융 시장의 급락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직장인들의 출근길과 점심 식후에 함께하는 커피도 달라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가성비 커피 3총사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커피를 폴바셋, 커피빈,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대신 들고 다닐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미 커피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최근 6개월간 커피전문점을 이용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5%(735명)가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음료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25개 커피 프랜차이즈의 평균 가격을 보면 아메리카노는 평균 3001원,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평균 2635원)보다 13.9% 비쌌다.
업체별 가격 차이도 컸다. 동일 용량 아메리카노 중 가장 비싼 커피빈은 5000원, 폴바셋은 4700원, 스타벅스 외 6개 프랜차이즈가 4500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빽다방 등 6개 업체는 1500원으로 조사 대상들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란 간판’, 혹은 ‘메컴빽’(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은 2010년대부터 테이크아웃 손님을 겨냥한 높은 회전율과 1000원대 아이스 아메리카노 위주의 저가 메뉴를 최대한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정책으로 급부상한 토종 가성비 커피 업체 3사를 지칭한다. 이들은 유명 모델을 내세우며 회사 규모를 키우고, 지갑이 가벼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부동산 투자는 스타벅스 따라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목 좋은 상권을 노리던 커피업계 1인자 스타벅스와 달리, 아파트단지, 학원가, 소형 상가 등에 지역 밀착형 매장을 확장하며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가장 큰 커피 소비자로 꼽히던 2030세대와 여성을 넘어 5060, 남성 소비자까지 사로잡은 결과, 노란 간판 3사의 가맹점은 빠르게 확산됐다.
메가커피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매장 수는 3372개다. 지난해 말 매장 수(2709개) 대비 약 24% 늘어난 수준인데, 2019년 매장 수가 불과 801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확장세를 체감할 수 있다.
컴포즈와 빽다방 역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컴포즈에 따르면 24일 기준 컴포즈의 가맹점 수는 2732개다. 지난해 운영하던 매장 수 2361개 대비 15.7% 늘어난 수준이다. 빽다방의 매장 수는 2021년 초 721개에서 올해 상반기 말 1594개로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더본코리아의 효자 브랜드 노릇을 했다.

단순히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사마실 수 있다고 해서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던 것은 아닌텐데, 그 배경엔 어떤 전략이 있었던 것일까?
‘왜 노란색일까’ 색깔과 모델, 주목의 기술
불황이 장기화되고 원두 등 재료로 차별화를 꾀하기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디자인이나 색상 또한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란색’을 어린이집 통원 차량에 쓰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알겠지만, 노란색은 명시성이 뛰어나고 활기찬 느낌을 준다. 또한 광고의 돌출도와 선호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서 부담 없는 가격과 편안하고 밝은 이미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가성비 커피 브랜드들이 간판에 넣기 좋은 색깔이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색이라 SNS 콘텐츠 제작 시 사용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매장 인테리어에도 반영된다. 실제로 컴포즈 관계자는 “최근 런칭 10주년을 맞아 브랜드 강화 및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며 “노란색 비중이 컸던 기존 로고의 컬러 비중을 조절해 매장 내 노란색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다크 그레이와 함께 노란색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극명한 대비 효과로 인해 기존 로고보다 노란색이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온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델 또한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수단이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메가커피는 축구선수 손흥민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와 메가MGC커피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 이미지가 시너지를 이뤄 젊고 활기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선수의 모델료 및 촬영비, 관련 마케팅·홍보까지 포함해 책정된 총 광고비는 60억원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이후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조별 예선부터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신메뉴 무료 음료 쿠폰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또한, 올해 1월 15일 대한민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 리그 1차 바레인전부터 손흥민이 골을 넣는 즉시 딸기시즌 신메뉴 무료 음료쿠폰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출시 한 달 만에 147만 잔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손흥민의 전천후 활약으로 메가커피 매장으로도 손님이 몰리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이 가득 찬 설거지통 사진을 SNS에 올리며 “손흥민씨 때문에 하루종일 컵만 닦는다” “기쁜데 슬프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매출 증대에 효과를 거두며 점주들의 신뢰도 얻었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가 2025년도 광고비를 본사와 점주가 50대 50으로 분담하는 안에 대해 가맹점주 사전 동의를 구한 결과 3186개 점 가운데 3093개 점(97.1%)의 점주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해 메가MGC커피의 가맹점 매장당 매출액은 3억 4902만 원으로 경쟁사 컴포즈커피(2억 5326만 원) 대비 1억 원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컴포즈는 지난해 12월, 론칭 10주년인 2024년을 앞두고 BTS의 뷔를 모델로 발탁했다. 뷔의 모델료도 약 60억원으로 알려졌다. 컴포즈 관계자는 "(모델 발탁과 관련)가맹점 찬반투표를 통해 78%의 동의를 얻었다"며 “가맹점주 대다수가 뷔 모델 발탁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주신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6일 뷔를 모델로 한 컴포즈 광고영상은 공개 2주 만에 12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뷔가 홍보모델로 공식 발표되자 컴포즈커피 공식 인스타그램은 광고 업로드와 함께 전일 대비 팔로워 약 53% 급증했으며 컴포즈 앱 누적 가입자는 약 290만 명이 증가했다.
이어 지난 2월 1일 뷔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컵홀더가 일부 매장에 공개되면서 ‘배달의민족’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컴포즈’가 오르기도 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확실한 홍보효과를 거뒀다.
빽다방은 별도의 모델을 발탁하거나 TV 광고를 집행하고 있지 않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안대를 쓴 ‘짤’이 유명해지자 지난 10월 이를 활용한 인스타그램 포스팅과 신메뉴를 선보이기는 했다.

빽다방 관계자는 “현재 점주 합의 하에 TV광고 등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광고모델을 쓰지 않는 대신) 오너의 열정과 긍정적인 사회 기여로 신뢰받아온 브랜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앞서 메가와 컴포즈가 가맹점주에 광고비중 일부를 분담하며 논란이 되었던 것을 의식한 듯, “점주들의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부연했다.
백종원 대표로서도 빽다방은 25개 외식 브랜드로 구성된 더본코리아 자체를 지탱하는 캐시카우인 만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빽다방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3억 1908만원을 기록했다. 빽다방 프랜차이즈의 지난해 매출은 1353억원으로,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의 34.9%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빽다방 매출이 789억원으로 집계되며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2113억원)의 37.3%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름 따라 간다, 메가 ‘대용량’ 컴포즈 ‘커스텀’ 빽다방 ‘콜라보’
가성비 커피 3사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좋은 품질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식은 차이가 있었다.
메가커피는 이름답게 대용량 커피를 내세웠다. 동종 업계의 평균적인 아메리카노 사이즈가 20oz(Venti, 591~610ml)라면, 메가커피 아메리카노는 24oz(680ml)가 기준이다. 외식 물가 상승이 이미 부담이 된 상황에서, 합리적인 소비로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차별화된 방식이 바로 대용량이었던 것이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빅사이즈와 소비자 부담을 줄인 가성비 높은 가격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매장 조성이나 SNS 콘텐츠 확산 시) 언제 어디서나, 합리적인 가격에 대용량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메가커피가 택한 전략은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IP(지적재산권) 캐릭터와의 협업이다. 메가커피는 올해 상반기 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와 협업한 홀케이크와 굿즈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는 한편, 출시 첫날 메가커피 자사앱 신규 가입자수가 평균 대비 약 3배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 인기 IP 협업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려가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호요버스의 대표 게임 ‘원신’과 협업하고 ‘방랑자’ 캐릭터와의 첫 글로벌 단독 콜라보로 신메뉴 3종, 굿즈 5종을 한정 출시했다. 메가커피에 따르면 원신 신메뉴와 MD는 출시 15일만에 누적 판매량 60만여 개를 넘어섰고, 자사 앱 내 메가오더로만 참여할 수 있는 스탬프 챌린지 이벤트 덕에 메가오더 이용자는 전월 대비 5배 증가했다.

여기에 8월 7일부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영화 '사랑의 하츄핑'과 협업해 피규어 6종을 단독 판매하면서, 협업을 개시한 첫 주말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손흥민 선수의 팬층을 이루는 2030 여성 고객을 중심 타깃으로 놓은 가운데, 레트로한 감성의 메뉴들은 중장년층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며 “최근 1020 잘파세대에 맞춘 다양한 IP와 협업해 트렌디한 마케팅을 통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포즈는 ‘구성하다’(Compose)라는 뜻이 있는 이름처럼, 자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스페셜티 블렌딩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메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커스텀 옵션’에 있다고 풀이했다.
컴포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로스팅 공장에서 직접 생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해 전국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는데, 스페셜티 블렌딩 브랜드인 ‘비터홀릭(Bitter Holic)’은 브라질, 콜롬비아를 베이스로 커피의 토스티하고 고소한 맛을 중심으로 에티오피아 커피를 배합해 커피 특유의 쓴 맛을 초콜릿티하게 표현했다.
컴포즈 관계자는 “수석 로스터가 원두 본연의 장점을 고루 살려 커피 특유의 쓴 맛을 초콜릿티하게 표현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 맛을 찾아낸 것이 컴포즈의 특징”이라 설명했다.

이어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해지는 초개인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고자 하는 소비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도록 메뉴 다양성과 커스텀 옵션으로 자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세분화된 취향의 반영은 “핵심 고객층인 젊은 직장인 세대와 학생층”을 겨냥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들이 중시하는 편리한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 유지를 위해 컴포즈는 지난 10년간 가맹점주에게 제공되는 원두값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1500원 동일가로 유지 중이다.
컴포즈 관계자는 “컴포즈가 최우선의 가치로 둔 것이 ‘상생경영’”이라며 “지난 11월, 전국의 모든 가맹점에 약 5억원 규모의 멀티 오븐 전자레인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등, 가맹점주들과 동반성장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빽다방은 자사의 성장 이유가 단순히 낮은 가격이 아니라 “‘커피값이 저렴한 만큼 퀄리티도 낮지 않을까’라는 소비자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빽다방은 품질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높은 품질의 원두를 위해 지속적으로 커피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빽다방은 수확한지 1년 미만인 뉴크롭 생두를 사용하여 수분 함량이 많고 신선도가 높으며 향미가 풍부하다. 여기에 세계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기준으로 감별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고품질의 '스페셜티 원두'를 함께 블렌딩해 브라질 원두 고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아몬드의 고소함, 초콜릿 같은 은은한 단맛이 한데 어우러지는 커피 맛을 구성한다.
또한 생크림은 100% 동물성으로 사용해 맛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커피 외 음료로도 매 시즌별 트렌드, 계절, 지역농산물, 외부 브랜드와의 콜라보 등 독특한 메뉴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빽다방이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 중 하나가 마을 다방에 사람들을 불러모으듯 한 꾸준한 콜라보다. 빽다방 관계자는 “앞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 밝혔다.
인기 캐릭터, K-POP 아이돌, 코스메틱 브랜드, 게임사 등과 협업을 통한 신메뉴와 프로모션은 “주요 커피 소비층인 2040세대 고객을 포함하여, 전연령층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실제로 빽다방은 지난 5월 하이브IM의 2D 액션 MORPG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협업 음료 2종을 선보이는 데 이어, 지난 9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신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한 10월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인기 캐릭터인 ‘곽철이’와 콜라보하여 디자인한 ‘2025년 빽다방 캘린더’ 증정 프로모션을, 11월부터 12월 초까지는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와 협업해 겨울 시즌 신메뉴 3종(푸딩멜론쉐이크, 푸딩밀크쉐이크, 멜론탐험빵)과 다양한 MD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빽다방 관계자는 “오직 빽다방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메뉴와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 굿즈로 달콤하고 즐거운 추억 만드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