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브라우저 ‘크롬’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등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픈AI가 구글 브라우저 크롬 사업부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구글의 온라인 검색 엔진 시장 독점 해소를 위한 공판을 열었다. 이 공판은 지난해 8월 법원이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일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는 등 독점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크롬 사업부를 매각할 것을 촉구했다. 스마트폰과 기타 기기에서 구글 검색이 기본값으로 설정되도록 하는 계약을 해지하도록 요구했다. 이런 조치에도 경쟁 환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안드로이드 사업부도 매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구글은 앞서 광고 서버, 거래소 분야에서도 시장 독점 혐의가 인정돼 온라인 광고 사업 매각 위기에 놓였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글이 여러 사업부로 찢어질 수 있다.
구글 측 대리인인 존 슈미틀라인 변호사는 "구글은 이제 오픈AI 같은 새로운 인공지능 회사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과도한 시정 조치는 혁신을 방해하고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리앤 멀홀랜드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도 구글 공식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오픈AI 챗GPT, 딥시크 등 경쟁사를 언급하며 "새로운 서비스가 번창하는 상황에서 법무부의 제안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구글을 사용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원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미국 기업들의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하고 무료로 제공했던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분리하려는 법무부의 제안은 해당 플랫폼을 마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구축한 기업들에 타격을 입히며 보안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기술, 보안 및 운영 인프라에서 분리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은 물론 국가 안보 위험까지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기 가격까지 상승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를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기 등에 우선 탑재하는 대가로 삼성전자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앞서 구글이 삼성전자 기기에서 기본 검색 엔진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가를 지급했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는 만큼,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 확대에 다시금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터 피츠제럴드 구글 플랫폼 및 기기 파트너십 부사장은 22일 열린 미국 법무부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이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 기기에 제미나이를 선탑재하는 대가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구글과 삼성전자의 제미나이 관련 계약은 향후 2년 동안 지속되며,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에서 구글이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제미나이를 선탑재한 각 기기마다 정액으로 지급되는 월간 비용 외에도 제미나이 앱 내 광고 수익의 일부까지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미 법무부 측은 구글이 삼성전자에 매달 정액으로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글은 2020~2023년 삼성 스마트폰에서 구글 검색,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 어시스턴트 등을 기본으로 설정하기 위해 총 80억 달러(약 11조원)를 지급한 바 있다.

오픈AI 인수 의향에 구글 긴장…브라우저 전쟁 점화
이날 공판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이날 공판에 참석한 닉 털리 오픈AI 챗GPT 제품 책임자는 크롬 분사시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털리 책임자는 오픈AI가 크롬 인수 시 매우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사용자에게 인공지능(AI) 중심 브라우저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AI는 브라우저 개발을 통해 모바일 기기 등에 원활히 배포하는 환경을 원하고 있다. 오픈AI가 애플 AI 브랜드 'AI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공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털리 책임자는 오픈AI가 구글 검색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파트너십을 논의하기 위해 구글에 접촉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특히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낼 수 있어서 삼성전자와의 협상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털리 책임자는 경쟁사도 자사 검색 데이터에 접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구글 API를 보유하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23일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2005년 4월 23일 '동물원에서의 나(Me at the zoo)'라는 제목의 19초짜리 동영상으로 시작한 유튜브는 어느새 55개 언어, 월 이용자 수(MAU) 25억명에 이르는 초거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유튜브는 지난 2015년 5월과 2020년 2월, 각각 서비스 10주년과 서비스 15주년을 맞아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출범 20주년을 맞은 현재 유튜브 뮤직 부문을 제외하고는 아직 특별한 메시지가 전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구글코리아도 유튜브 20주년을 기념하기보다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반독점 소송과 관련한 검색, 광고 기술력 혁신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댄 테일러 구글 글로벌 광고 부문 부사장은 22일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연 화상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검색 엔진을 혁신하고 광고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