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찬 씨(25)가 동원산업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그룹 3세의 등장이 단순한 승계 수순을 넘어 동원그룹 특유의 현장 중심 실무 철학이 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말 동원산업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현재 해양수산사업부 사원으로 운항 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씨는 다음 달에 원양어선에 승선해 한 달 정도 어획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예정”이라며 “이는 동원그룹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룹 핵심인 수산사업의 전 과정을 몸소 익히는 실전형 수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생인 김 씨는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김남정 회장과 부인 신수아 여사 사이의 2남 1녀 중 장남이다. 현재 김 씨를 포함한 세 자녀는 모두 동원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사실상 사업 지주사로,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유통을 총괄한다. 김 회장이 지분 59.8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동원산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조3193억원, 영업이익 1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5%, 13.5% 늘어난 수치다. 회사 측은 실적 개선의 이유로 식품·수산·건설 등 주요 사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점을 꼽았다.

“고생은 자식에게 주고 싶지 않지만 줘야 하는 것”
무급 항해사에서 동원그룹을 일궈낸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경영은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는 원칙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김 명예회장은 과거 “자식에게 주고 싶지 않지만 줘야 하는 것이 고생”이라며 “온실 속 화초는 강해질 수 없다. 단련을 거쳐야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은 동원가 1·2세대 경영인의 성장 과정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1986년 고려대 재학 중 북태평양 원양어선에 올라 하루 18시간씩 4개월간 조업을 경험했다.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도 1996년 고려대 졸업 후 참치캔 생산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으며, 이후 영업·마케팅·기획 부서를 두루 거쳤다. 미국 미시간대 MBA 과정을 마치고 스타키스트 COO,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며 실무 기반의 경영력을 쌓았다.
2014년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주도하며 수산 중심에서 종합생활산업으로 그룹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원가의 3세 경영 수업은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도 병행 중이다. 김남구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32)는 2019년 한국투자증권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 일선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영국 워릭대를 졸업한 그는 동원 계열사와 카카오, 베인앤드컴퍼니 등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3세가 전략기획실이나 해외법인이 아닌 영업 일선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김재철 명예회장이 손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난과 역경이 강함을 만든다’는 철학에는 예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찬씨의 현장 경력은 향후 지배구조 변화나 승계 전략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