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건설산업의 지나친 중복규제와 가격 경쟁으로 인해 중대 재해와 품질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건설산업 활력 촉진 동력 : 규제 개혁 대전환 세미나’에서 “새 정부가 연이은 중대재해에 대응해 규제와 처벌 강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과도한 전방위 규제 신설과 강화된 제재로 산업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달 정책 역시 여전히 낙찰자 결정에서 가격이 중시되면서 품질·안전의 비중이 줄고, 결과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만큼만’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낳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산업 생산과정에서는 ▲개별 목적 중심 규제 양산 심화 ▲중층적 안전규제에 따른 혼란과 강화된 제재·처벌의 부담 ▲다변화된 품질 규제와 전문성 부재 ▲가격 중심 조달제도 운용이 겹치면서 중대사고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중대재해 발생률을 낮추고 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 ▲건설산업 생산과정 규제의 중층적 체계와 중복적인 제재·처벌의 합리화를 위한 종합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 ▲품질·안전에 대한 개별 목적 중심의 규제 양산에서 상호 연계성을 인식과 함께 통합 운용에 섬세한 접근 필요 ▲전문가의 자격 기준과 검증 강화를 통한 품질·안전 관리에 대한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안한 방안은 규제관리 당국의 인식 전환을 통해 법·제도·실무의 통합과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분담해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고품질·고안전 달성을 넘어 건설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핵심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세미나에서는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속 중복규제가 업계 경영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야 건설산업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화랑 부연구위원은 "건설산업 규제가 다수 부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다층적·중복적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규제 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행정 부담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토교통부는 45개 중앙부처가 보유한 1157건의 규제 법률 중 9.5%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규제를 보유하고 있고, 소관 법령 또한 세부 현장 규제부터 절차·기준까지 다층적·중복적으로 얽혀 있어 규제 강도가 최상위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 공무원 1인당 관리 규제 수는 타 부처 대비 최대 13배에 달해 행정 부담이 과중하며, 건설산업 전반 역시 국토교통부 외 47건의 법률과 4656개 조문에 의해 규율되는 등 과도하게 복잡한 규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규제 합리화를 위한 개선 과제로 ▲산발적 규제의 재정리 ▲피규제자 소통 창구 마련 ▲국토부 규제관리 체계 고도화 ▲규제총량제 관리체계 도입 등을 제시했다.
그는 "시설물별 전(全) 과정 규제를 종합해 '덩어리 규제' 맵을 제작·시각화·공개함으로써 복잡한 규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협·단체 중심의 폐쇄적 개선 관행을 벗어나 피규제자가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상시·공개형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활성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규제 합리화는 기업 활력 회복을 넘어 건설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하는 협력적 규제관리 체계만이 실질적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건설산업을 재도약시킬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