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 |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적 자금 관리의 부실함과 저조한 채권 회수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은행, 신용보증기금, 지방자치단체 등 주요 공공기관들이 운용하는 대규모 자산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거나 낮은 이자율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각 기관의 공적 자금 회수 실적과 자산 운용 현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는 대규모 자산이 금융기관과 채권에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공적 자금 관리 부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신용보증기금, 일부 지자체 모두 자산을 효율적으로 회수하지 못하거나 저리로 운용해 세금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민국 “신보, 부실채권 매각으로 재정 악화”
신용보증기금(신보)은 대위변제 후 발생한 구상채권에 대한 회수율이 올해 9월까지 4.4%에 그치며, 매년 회수 금액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경남 진주을)은 “채권 회수 노력이 부족하다”며, 부실채권을 헐값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는 방식이 신용보증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보가 제출한 ‘연도별 구상채권 회수금액 및 회수율’에 따르면, 신보의 보증으로 은행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갚지 못한 금액을 신용보증기금이 대위변제한 후 발생한 구상채권에 대해 올해 9월까지 회수한 금액은 1627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462억원(8.7%), 2022년 2864억원(7.8%), 2023년 2413억원(5.9%), 2024년 9월까지 1627억원(4.4%)으로 회수금액과 회수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소기업·소상공인들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하면서 보증사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
신보는 채권추심이 어려운 부실채권을 상각한 뒤 캠코에 매각하고 있지만, 매각 가격은 원금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강민국 의원은 “매각보다는 구상채권에 대한 회수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병도 “지자체 금고 108조 원, 금리 관리 미흡”
지방자치단체들의 금고 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자산 108조 원의 평균 이자율은 2.32%에 그쳤다.
이는 기준금리 3.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일부 지자체는 이자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히 울릉군과 안동시 등은 이자율이 0.1% 이하로 매우 저조해, 지자체들이 거액의 세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병도 의원은 “지자체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세입 관리에 손 놓고 있다”며 “행정안전부는 금고 이율이 적정 수준인지 점검하고 지자체별 자금 운용에 대한 체계적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24년간 공적자금 회수율 9.9%
박성훈 “다 회수하려면 200년 걸릴 것”
한국은행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9000억 원의 공적 자금 중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891억원으로 채 10%에 못미쳐 다른 공적자금에 비해서 회수 속도가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현재 추세라면 공적 자금 전액 회수까지 20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회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배당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지만, 배당률과 당기순이익에 따라 회수율이 크게 좌우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1999년 2월 7천억 원, 이듬해 12월 2천억 원 등 총 9천억 원을 한국수출입은행에 출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투입한 돈으로, 한은은 배당금을 통해 이를 회수하고 있지만 2009년, 2014년, 2017년은 배당이 실시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부실 정리를 위해 조성된 전체 공적자금 168조7000억원 중 올해 2분기까지 121조2000억원이 회수돼 누적 공적자금 회수율은 71.9%로 집계됐다고 다른 기관의 공적자금 회수 속도와 이를 비교했다.
한편 국회의원들은 공적 자금 운용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책임도 함께 지적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공적 자금 회수와 관리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자산의 건전성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