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안전관리? 한전산업만큼만 해라

[국감 이슈] ‘위험의 외주화’ 논란…외주의 악마화가 더 문제
산업계, 모호한 작업중지 명령·해제절차 합리화 필요성 호소

  • 기사입력 2024.10.29 10:15
  • 최종수정 2024.10.29 10:34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정확한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다. “왠지 그런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에 근거해 정책 결정이 내려지면 기대했던 정책 효과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 정책의 대상이 너무나 소중한 인명과 안전에 대한 것이라면 더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된다.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국감)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키워드 중에 ‘위험의 외주화’가 있었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KT, 한국전력 등의 대기업들이 관련 이슈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 ‘위험의 외주화’라는 용어와 관련한 주장의 핵심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배경에 간접고용(직영의 대척점으로서) 문제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 혹은 분석에서 발원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0월 14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0월 14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말도 아니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당연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사물을 이분법적이고 단선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형적인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정진우 교수는 대한산업안전협회가 발간하는 안전저널 6월 기고에서 “외주 자체를 나쁘다고 보는 것은 분업, 즉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효율성 때문에 외부에게 맡기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나아가 현대 사회의 경제생활을 도외시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특히 “외주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획일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외주 자체를 아예 금지하거나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통제하는 일에 매몰된다”며 “외주를 어떻게든 막거나 최대한 막는 데 집중한다. 정작 외주에 따른 위험을 정교하게 관리(안전관리)하는 본질은 소홀히 한다”고 꼬집었다.

“모든 사물에는 많든 적든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위험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 점을 감안하면, 외주(아웃소싱)되는 모든 작업에는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그는 “외주를 하더라도 외주에 수반되는 위험을 철저하게 관리(안전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보편적이며 올바른 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나온 이상한 국감 질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전력(약칭 한전)의 한전산업개발 공영화 추진을 이 사안에 엮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모 국회의원은 한전에 대한 국감이 진행된 14일 “발전현장은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한전산업개발(약칭 한전산업)의 공기업 전환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해당 의원은 한전 측으로부터 지분 인수협상의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한전의 누적적자와 한전산업의 주가 급등 등의 설명을 들었다면서도 “안전보다 우선되는 건 없다.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문제는 안중에 없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의 거친 질타와 달리, 한전산업의 지배구조를 안전관리 실제 성과와 연결해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전산업이 포함된 발전분야는 중후장대한 산업 특성 때문인지 ‘건설업종 등 3개 업종’으로 분류되는데, 전체 업종에서 가장 높은 산재율을 유지중인 건설업은 물론 발전분야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낮은 산재율을 기록중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화력발전이 안전하고 친환경?” 한전산업개발이 증명해온 반전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한전산업의 2023년 산재율은 0.02로 전체산업(0.66)과 동종업종(0.67)에 대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만약 '지배구조'와 '안전관리'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이슈로 판단하고 그 사례를 한전산업에서 찾을 경우, “외주화는 안전관리를 더욱 튼튼히 하는 방법”이라는 식의 생뚱맞은 해석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8년 11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공동투쟁단 기자회견에서 한국발전산업노조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최성균(오른쪽 다섯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회사 정규직이 아닌 본사 정규직을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구호다.
2018년 11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공동투쟁단 기자회견에서 한국발전산업노조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최성균(오른쪽 다섯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규직이라도 자회사로는 만족할 수 없고 본사 정규직을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구호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약칭 경총)는 국내 기업 340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인식과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1%가 ‘부정적’이라 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응답 기업의 61%가 작업중지 조치 제도에 부정적이었는데,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해 61%의 기업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재해발생 원인과 관련이 없는 작업까지 중지시킨다'는 답변(44%)이 가장 많았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작업중지 명령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응답이 60%였고, 반드시 해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절차의 복잡성에 대한 불만이 76%로 높았다.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안전과 무관한 부문까지 애매모호한 이유로 작업중지가 이뤄지고 해제도 쉽지 않다는 것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너무 가혹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해제심의위원회의 폐지(53%), 해제 절차 간소화(52%), 중지 명령요건의 구체화(49%)를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경총은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에 있어 최대 작업중지 기간은 150일, 손실액은 최대 1190억 원으로 조사됐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부에 작업중지 조치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입법 및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는 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