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창립 35주년을 맞은 한국PR협회(회장 이유나)가 ‘혁신 시대의 PR 산업: 독립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 탐색’을 주제로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24일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에서 열린 이번 35주년 기념 포럼에는 PR업계를 이끄는 리더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PR 영역의 도전 과제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더피알은 이날 현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전하는 이번 기사와 별도로 발제 핵심 내용과 라운드테이블 논의 내용을 후속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더피알=김병주 기자 | 한국PR협회의 창립35주년 기념 포럼에서 두드러진 주제는 △PR 산업의 규모와 성과 측정을 위한 명확한 데이터와 측정 기준의 부족 △디지털 시대를 맞은 PR 산업의 적응과 독립적 정체성 유지였다.
우리나라에 PR이라는 개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35년 전부터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며 PR의 토양을 가꿔온 한국PR협회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PR 고유의 본질과 역할, 업황 등을 논하며 PR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안에 머리를 맞댔다.
행사는 한국PR협회 2·3대 회장을 지낸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의 기조연설, 김현정·김병희 서원대 교수의 연구 결과 발표와 라운드테이블 및 Q&A 순으로 진행됐다. 라운드테이블에는 이종혁 광운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학교 교수,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대표,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 김현정·김병희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독립적인 PR 영역의 성장 “키워드는 데이터”
이날 행사는 유관단체인 한국PR기업협회 함시원 회장과 한국PR학회 홍문기 학회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함시원 회장은 “35년 전 언론홍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던 PR은 이제 종합예술이 되었다”며 “PR 영역의 성장을 위한 키워드는 ‘데이터’와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글로벌 PR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PR의 기준(measurement)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산업 통계를 내기 위한 홍보 시장 규모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기준을 확립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데이터 분류”라며 “PR 산업이 접목된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PR 고유의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문기 학회장은 “한국PR협회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업계는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면서도 “PR업계의 규모와 종사자를 어떻게 말할지는 여전히 고민”이라고 말했다.
“어떨 때는 우리가 분명히 한 산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 이를 부풀려서 이야기할 때도 있고, PR 비즈니스의 불안정성을 들키거나 더 크고 안정적인 비즈니스의 영향력에 묻어가기 위해 줄여서 이야기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PR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여 독립적으로 성장하려는 분야라 믿는다”고 말한 홍문기 학회장은 “우리 기업들을 연구하기 위해 재무 지표를 기반으로 했던 것처럼, PR 산업도 명료하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유나 한국PR협회 회장은 “PR 산업은 여전히 미디어,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생성 AI 등과 같은 디지털 시장의 발전은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도 있다”고 말했다.
“PR 산업의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 축적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데이터 정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유나 회장은 “이를 위해 협회는 국가 산업 통계에서 PR 분야의 독립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기획·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오늘 발표할 연구 결과가 PR 산업 독립 통계 분류뿐만 아니라 PR업의 위상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정리했다.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한 PR, 사회적 기능과 역할 돌아보라”
기조연설을 맡은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는 ‘과거의 성취와 미래의 도전: PR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를 주제로 지금의 PR인들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한국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변모해온 PR산업이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며, 크나큰 영향력을 끼칠 AI의 이점을 활용하여 전략적 기획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더욱 집중해야한다는 핵심 내용이었다.
“민주주의와 PR은 동시에 발전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PR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벗어나 맞춤형 미디어로 전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PR의 양적·질적 성장과 함께 CSR, CSV, ESG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기업을 넘어 공공 분야까지 PR에 대한 인식이 홍보에서 ‘공중 관계’로 발돋움한 점은 중요한 성과라는 점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를 생각해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PR이 보람을 주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돌아보아야 한다”며 “이해와 화합을 도모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조직의 활동에 공공성을 부여할 수 있는 PR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진정성이다. 이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PR이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현재, PR인들의 책무는 다양한 미디어에 접근하여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이해하고 책임있게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가짜뉴스를 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배양”이라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AI라는 기술로 우리는 시간이라는 가용 자원을 얻었다”며 “더더욱 전략적인 계획과 사고를 하며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한 그는 “그 점에서 PR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PR의 현주소’ 짚어 산업통계 분류 기준 제안
김현정, 김병희 서원대 교수는 ‘국가 산업통계 분류에서 PR산업의 범주 신설을 위한 연구’ 발표를 통해 국가 산업통계 조사에서 광고산업과는 분리된 PR산업 통계조사를 집계할 기준을 마련하고, 우리나라 PR산업의 범위와 영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여 현실적인 분류 기준에 대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했다.
PR산업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따른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산업통계 분류에서 독립적인 범주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문화체육관광부 광고산업조사, KOBACO 방송통신광고비조사 등 기존 국내 광고 관련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국내외 산업 통계와 문헌조사, 전문가·실무진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PR산업 통계 집계를 공론화하고 산업 진흥 제도화를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했다.
김현정 교수는 미국 PRSA와 한국PR협회가 정의한 PR의 개념과 역할을 짚어보면서 “PR 서비스의 기존 거래 관행과 관련해 보다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명확한 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 PR산업 규모와 기업 수입을 정확하고 현실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기 위해 2016년 한국PR기업협회 현황조사 보고서를 시작으로 여러 조사가 이어졌지만, 총 규모가 약 1조원 정도라고 추정될 뿐 여전히 산업분류 체계 속에서 표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김병희 교수는 심층면접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의견이 모아진 PR산업 통계조사 기준의 첫 번째 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PR 기능 분류를 우리나라 PR산업에 적용할 경우의 적합성·타당성과 우리나라 PR산업의 범위와 영역 인식, PR산업 내 총PR비 조사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에 관한 인식이 다양하게 드러난 가운데, PR활동의 특성에 따른 한국PR산업의 기능별 분류는 △소통 활동 △실행 활동 △ 관리 활동 △이미지 제고 중심 PR 총 4가지로 정리됐다.
두 차례에 걸친 심층면접 결과 나타난 42개의 출현 주제와 더불어, 최종적인 PR산업의 기준은 △언론PR대행업 △온라인PR대행업 △PR제작업 △PR전문서비스업1(공공PR서비스) △PR전문서비스업2(경영관리서비스) △PR전문서비스업3(가치제고서비스) △브랜드PR업 총 7가지로 대분류를 꾸린 뒤 각 영역의 세부 PR업에 세분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이뤄졌다.

변화 속 관계성 회복, 광고와 다른 PR 영역 독립 열쇠 될까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여한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북미산업분류시스템(NAICS) 코드에 따른 PR산업 분류를 예로 들며 PR산업을 광고와는 다른 하나의 전문직으로 분류하되, 하위 범주에 무엇을 포함시킬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대표는 비즈니스 영역의 변화 속에 놓인 PR이 맡은 중요한 역할은 ‘관계성’의 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때 매번 상황에 맞는 특수한 해법을 찾아내야 하지만, 이러한 업의 특성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는 “기업은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효과 측정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며 “효과측정이 가능하려면 분류 체계 확립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포털, SNS의 등장 같은 미디어의 대대적인 확장이 이루어질 때마다 PR은 활황을 맞았지만, 동시에 PR산업의 분류는 더욱 어려워지겠다고 느꼈다”면서 “AI는 커뮤니케이션 양상을 바꿀 것이고, 새 기술에 힘입은 대중은 새 플랫폼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라운드 테이블에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플로어의 뜨거운 참여 속에서 더욱 면밀한 자료의 확보 필요성과 더불어 PR 고유의 영역에 대한 일반적 인식 문제가 두드러졌다.
PR산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 자료 외에 업계 외부에서 연관 분야와의 객관적 비교를 통해 조망해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법제도 상에서 ‘광고’라는 단어에 많은 사업 영역이 선점된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PR과 광고 산업 각각의 영역을 별도로 구분한 뒤 PR의 영역을 확장해갈지, 광고 산업 자체를 넓은 의미에서 PR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도록 인식을 재고하는 데 나설지는 의견이 엇갈렸다.
좌장을 맡은 이종혁 교수는 “산업에서 매출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분류 대상에 넣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논의가 매우 힘들어진다”며 “가시적인 산업의 규모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경영자 중심의 논의와 종사자 중심의 공론장이 있다”면서 “그 균형을 맞춰가며 미래의 젊은 PR인들이 제대로 설 자리를 마련해가는 것이 진정 지속 가능한 산업의 구축”이라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