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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맨' 트럼프의 종착역은?

[시선안에 잇슈⑦] 관세 전쟁의 재점화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 기사입력 2025.02.06 16:48
  • 기자명 오승호 기자

더피알=오승호 편집인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한 것은 2018년 3월 1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부터다. 행정명령을 통해 2가지 수입 제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트럼프는 그 당시에도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1901년 설립된 이후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불리우던 철강기업 US스틸은 2019년 12월 디트로이트 인근 제련공장을 폐쇄하고 임직원 1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적 악화로 이 기업의 주가는 2018년 3월 1일 46.01달러에서 2020년 2월에는 9.12달러로 80.2%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주가 폭락을 경험했던 미국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미국 정부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고객은 연간 15억~2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인상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된 2020년 2월 블룸버그통신은 일자리가 2300개 줄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018년 관세 부과 조치를 할 당시 트위터에 “무역 전쟁은 좋은(good) 것이고 쉽게 이길 수 있는(easy to win) 것”이라는 글을 올렸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5일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여성 또는 소녀 스포츠 이벤트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에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5일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여성 또는 소녀 스포츠 이벤트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에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철강노조 등의 관세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일까. 아니면 캐나다와 멕시코에게서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기 때문일까.

트럼프는 시행 반나절을 남기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4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25%의 관세 부과를 1개월간 전격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각각 두 나라 국경에 1만명씩의 인력을 배치해 마약 차단이나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후 나온 결정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남미 국가 콜롬비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실은 미국 군용기의 착륙을 거부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9시간 만에 굴복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가이던 1987년 펴낸 ‘거래의 기술’이란 책에서 “지렛대를 사용하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의 표현을 썼다. 이번에 캐나다나 멕시코, 콜롬비아에 대한 관세 압박에서 보여준 그의 전술은 충격을 주고 실속을 챙긴 뒤 타협하는 거래의 기술을 보여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에 “I am a Tariff Man(나는 관세맨이다)”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정부는 1기 때와 달리 이번의 관세 부과 목표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마약 퇴치라고 밝힌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24년 11월 “관세는 마약, 특히 펜타닐과 모든 불법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침략을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는 1100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400만명 이상이 멕시코인, 200만명 이상이 중미지역 출신, 80만명 이상이 남미지역 출신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경 통제를 강화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미 북부지역과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불법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이동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지만 그의 정책은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이라고 하는 세계 무역의 큰 흐름을 역행하는 점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부터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낮은 관세를 유지해 왔다.

1839년에 발생한 아편전쟁은 무역 마찰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예다.

영국이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차(茶)를 수입하면서 많은 무역 적자가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중국에 아편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편의 중독성 때문에 아편 수입을 금지하게 되고, 이에 불만을 품은 영국은 최신식 무기로 중국을 공격해 승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미국은 1930년에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 2만여 종류의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영국과 독일, 캐나다 등 무역 상대국들은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 무역 경쟁을 벌이면서 1933년 세계 무역량은 1929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점을 들어 미국의 관세법이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1995년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고, 많은 나라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다퉈 체결하면서 관세율은 대폭 낮아지는 추세다. WTO 출범 직전인 1994년 세계 평균 관세율은 8%가 넘었지만 그 이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의 결과는 엄청날 것”이라거나 “다른 나라들이 무역 등에서 미국을 상대로 약탈(ripoff)했다”고 주장하면서 관세 부과 조치를 정당화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예고했던 10%의 추가 관세도 4일 공식 발효됐다.

이에 중국도 오는 10일부터 석탄·석유 등 일부 미국산 제품에 10~15%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등 보복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WTO는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은 WTO에 미국의 새 관세 조치에 대한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 탈퇴를 언급할지 주목된다. WTO 출범 30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대(對) 세계무역적자국 8위에 해당된다. 세계 평균 관세율이 10%로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0.6%포인트 낮아지고, 취업자 수는 16만명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복잡한 득실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이나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 수출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크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에 부딪힐 여지가 있다. 기업들은 원가 절감 노력이나 통상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국방비 증액 등의 카드를 내밀면서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최근에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민관 합동으로 미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행정부 각 부처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내용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요구된다. 선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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