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민간 경제사절단, 트럼프 관세폭탄 속 통상 외교 시동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 등 기업인 26명 대미 아웃리치 활동
“韓, 대미 투자 모범국” 강조…자동차·반도체 중심 협력 논의
무역협회, 공화당 우세주 투자 부각…한경협, 싱크탱크 접촉 중

  • 기사입력 2025.02.17 11:41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연속적으로 발표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계가 직접 미국을 찾아 현지 정·재계 대상 아웃리치(대외 소통·접촉)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 주 방미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이어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도 미국 현지에서 네트워크 확대와 경제 협력 논의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19~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관계부처 장·차관,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간경제사절단 만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관계부처 장·차관,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간경제사절단 만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경제사절단에는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의약품과 함께 자동차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4일 자동차 관세 부과 시한을 오는 4월 2일로 예고했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3월 12일부터, 상호관세는 4월부터 시행한다고 거센 관세 위협이 이어지면서 대미 수출이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경영인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사장, 이나리 카카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위원장, 김민규 신세계 부사장, 구동휘 LS엠앤엠 사장,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 허진수 SPC 사장, 이문희 한국가스공사 본부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의 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 26명이다.

경제사절단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미국 의회 주요 의원들과 만나 관세를 비롯한 통상 정책을 논의한다. 또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의제와 대미 투자 협력을 위한 액션플랜을 소개할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오는 19일 미국 의회 부속 도서관의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한국-미국 비즈니스 나이트' 갈라 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각 기업과 주요 투자 주(州) 관계자와 개별 미팅을 진행한다.

이어 20일에는 미국 백악관 및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추진할 경제·산업 정책을 논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모든 철강(25%)·알루미늄(10%) 수입품에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문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는 내달 12일부터 적용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약 14% 수준이다. 그래픽=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모든 철강(25%)·알루미늄(10%) 수입품에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문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는 내달 12일부터 적용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은 약 14% 수준이다. 그래픽=뉴시스

대한상의는 "한국은 트럼프 1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약속을 적극 실천한 대미 투자의 모범 국가이자 우등 기업임을 적극 강조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2기에도 한국 기업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미국의 최대 그린필드 투자국이다. 2017년 이후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에 16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8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당시 575억 달러 규모의 구매 계획을 약속했는데, 같은 기간 약정했던 규모의 160%에 달하는 908억 달러 구매를 달성했다.

대한상의는 "양국 간 산업 협력 강화와 함께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경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완성차 및 부품 제조 시설 투자 ▲미국 차세대 원전 개발과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무역협회(KITA) 세계무역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무역협회(KITA) 세계무역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역협회·한경협도 현지서 한국 기업 기여도 적극 홍보

한국무역협회에서는 다음 달 중순 무렵 윤진식 무역협회장과 임원 등 10여명이 미국 애리조나, 텍사스, 테네시 등 남부 주를 방문한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이들 미국 남부 지역의 주지사, 상무장관, 의원 등 주요 인사를 만나 한국 기업들의 현지 기여에 대해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이번 방미 활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각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에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공화당 우세 주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로 일어나는 경제 효과와 고용 기여 등을 부각해 주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보호무역 조치를 추진하는 연방정부를 설득하는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오는 5월 중순 회장단 등으로 다시 경제사절단을 꾸려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미국 해외 투자 유치 행사인 '셀렉트 USA 투자 서밋'에 참가한다. 이 자리에서 미 상무부 및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위 당국자, 연방 정치인 등을 만나 한국 기업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대미 사절단을 파견해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한경협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철 원장을 이달 초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비롯해 민간 싱크탱크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한국 입장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급변하는 정책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트럼프 2기 TF’를 운영하고 있다. TF를 이끌고 있는 정철 원장은 “경제단체와 싱크탱크 등 미국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한국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우리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를 '외교통상 슈퍼위크'로 지정해 미 정부와 유대관계를 본격 구축하고 국익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릴레이 아웃리치'를 전개해 미국 신정부와 접점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