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MBK 여론 들불 잡으려면…이해관계자 소통 제대로 해야

사재 출연·광고 집행에도 여론은 “그동안 뭐 했나”
도덕성·진정성 도마 올라…사전 소통 계획 실종
“신뢰 주려면 사회적 목적성 강화해 고루 전달해야”

  • 기사입력 2025.03.20 08:00
  • 최종수정 2025.03.21 17:02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사모펀드가 또 사모펀드 했네, 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사례입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출연과 대국민 사과문 형식의 언론사 광고를 대대적으로 집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노동계와 협력업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달린 ‘홈플러스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당장의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려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단기 수익만 좇는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라며 규제 필요성까지 대두되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해 여러 장점과 부작용이 있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의 단기적 이익 추구 성향과 책임경영 부재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주연(오른쪽)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주연(오른쪽)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약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외부 조달했다. 이후 주요 점포를 매각해 최소 4조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적자 경영에 빠진 홈플러스는 경영난이 신용하락에 자금난으로 악순환을 일으키며 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해졌다.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절차 직전까지 기업어음을 발행한 점도 문제시됐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CP를 발행했다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려 한 것이기에 법적 처벌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013년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숨긴 채 1조3000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명에게 피해를 입혔고, 당시 그룹 회장은 7년간 수감됐다.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작년도 (신용등급이) 유지가 됐는데 올해만 떨어진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며 “(신용평가사에) 자료를 처음부터 갖다 내고 신용평가사에서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뭘 더 내라고 요구한 바가 없다”며 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아채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의 A3에서 A3-로 하향조정했다. MBK파트너스는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강등으로 향후 발생할 금융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이날 “지금은 회복 중인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마트 매출만 1조원이 감소했다”며 “A3- 등급은 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안 되는 기업어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간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자금 상환 요구가 들어오게 된다”며 “3개월 내에 부도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일단 회생절차를 밟고 채권자들과 별도로 협의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1일부터 MBK파트너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번 세무조사가 4~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조사이며 홈플러스 이슈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비정기(특별) 세무조사 담당 부서라는 점에서 특별 조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김 회장의 역외탈세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한 시민단체로부터 2조원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국내에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 역외탈세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PR업계 관계자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PE(사모투자운용사)임을 자랑하던 MBK파트너스로서는 평판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이나 기자간담회, 언론 광고도 정치권이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이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한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정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했다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지급 불능 상태까지 가기 전에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수많은 영세 입점업체들과 서민들이 이해관계자로 걸려있는 상태에서 사회적 파장은 더 커지고, PE의 도덕적 측면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제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제공

“부정적 보도 언급하자 부정적 보도 증가…여론에 끌려간 무계획 소통”

MBK파트너스는 지난 16일 김 회장이 홈플러스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사재 출연에 나선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법정관리 12일만이다. 아울러 홈플러스의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생절차를 통해 부도를 막고 조속한 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1만9000여명 홈플러스 임직원분들, 임차점포와 납품업체들을 포함한 6000여개 상거래처들이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강구해야 했다"며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로 홈플러스가 부도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방법은 회생절차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만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변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분들과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입장문에는 “김 회장이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구체적인 출연액은 홈플러스와 논의 뒤 정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에 당장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운영을 위해 매달 필요한 금액은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상거래 채권이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까지 홈플러스가 상환한 상거래 채권 금액은 3510억원이다. 이 금액에는 회생 전 채권과 회생 후 채권이 섞여있다. 홈플러스의 상거래 채권 외 금융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미상환 잔액은 약 40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MBK파트너스는 17일 국내 언론사 조간신문 1면에 대국민 사과문 형식의 광고를 게재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나섰다.

김광일 부회장과 MBK파트너스 최대주주인 윤종하 부회장이 함께 직접 언론사를 돌며 광고 집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 1면 광고는 개당 수 천 만원으로, 조간신문 전체로 하면 수억 원을 상회한다.

사모펀드 업계로서는 이례적인 사재출연과 대대적인 광고에도 여론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입장문에 나온 지원 대상이 소상공인으로 한정돼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자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면피용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기자회견이나 광고 집행 등 일련의 과정은 위기 대응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계획을 미리 발표해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불안을 덜어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지금의 MBK파트너스는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홈플러스 기자간담회에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부정적 보도로 인해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발언한 점은 이들이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계획이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는 것은 당연한데, 그 한 마디로 인해 미디어의 공격이 더 거세졌다”고 강 대표는 덧붙였다.

함께 읽을 기사: 홈플러스 “부정적 보도 자제 요청… 정상화에 최선”

김병주 회장은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관련 현안 질의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다.

17일부터 19일까지 중국 상하이와 홍콩으로 출장을 간다는 점과 더불어 "MBK의 투자가 완료된 개별 회사(홈플러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유서를 냈는데, 이 출장 일정을 잡은 시점이 증인 출석 통보를 받은 이후라는 지적이 나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홈플러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홈플러스. 사진=뉴시스

“정말 사회적 책임 다했으면 이렇게 될 때까지 뒀겠습니까?”

PR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사회적 책임’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을 담은 것인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유재웅 한국위기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는 “MBK파트너스가 진정성이 있었다면 법원에 가기 전에 투자자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사안을 설명하고 불가피한 결정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와 소비자, 협력사들의 피해가 없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향후 피해가 최소화되기 위해서 또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밝혔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이 여론이 악화된 다음에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라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어 “MBK파트너스의 진정성은 핵심 이해관계자인 입점 점주들과 협력사, 투자자 등의 반응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이미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차원만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가버렸지만, 그럼에도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이 걱정하는 지점인 ‘정상화’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PR 전문가들은 PE 기업들이 ‘사회적 목적성’을 강화하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보통 PE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을 3~5년간 잘 운영해서 수익 구조를 개선시킨 다음 더 좋은 가격에 팔아 엑시트(Exit, 투자 자금을 회수해 현금화) 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라며 “PE들이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 등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엔젤 투자를 하듯이 성장을 촉진해주는 벤처 캐피털(VC)의 역할을 가져가며 M&A 사업과 밸런스를 맞춘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는 좋은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강함수 대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홈플러스 사태의 2차 피해 최소화”라며 “그 점에서 사재 출연이나 재정 지원 등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은 잘한 일이 맞다”고 평했다.

또 다른 PR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의 거래 방식이 복잡해지고 엑시트 형태도 달라지는 등 M&A 시장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경우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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