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조경은 영국에 수출되고, 로봇은 외벽을 오른다. 모듈러 주택은 세계 각국 공무원들이 찾아와 배워간다. 전통적으로 시공 중심에 머물던 국내 건설사들이 기술을 앞세워 산업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예술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조경 디자인으로 영국 정원축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현대건설, 자동화 로봇으로 외벽 도장을 혁신한 호반건설, 그리고 모듈러 주택 기술을 통해 글로벌 연수단을 유치한 GS건설까지, 건설의 새로운 얼굴은 더 똑똑하고, 더 친환경적이며, 세계와 가까워지는 중이다.

현대건설, 영국 최고 정원축제 경쟁부문 진출
현대건설은 성균관대학교와 공동 제작한 정원 작품 ‘정원이 속삭이다(Garden Whispers)’가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주관의 플라워쇼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2025(Wentworth Woodhouse 2025)’ 쇼가든 부문에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오는 7월 영국 현지에서 작가 정원을 직접 조성해 선보일 예정이다.
RHS 플라워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정원 박람회로, ‘첼시 플라워쇼’, ‘독일 연방 정원 박람회’, ‘프랑스 쇼몽 국제 가든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4대 정원 축제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가 해당 박람회에 출품하고, 유럽 현지에 정원을 직접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영국 사우스요크셔에 위치한 웬트워스 우드하우스(Wentworth Woodhouse)에서 열린다.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대저택은 영국 조지 왕조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87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정원과 사슴 공원, 호수를 품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현재 국가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RHS 플라워쇼 웬트워스 우드하우스 2025’는 오는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며, 쇼가든 부문 참가작에 대한 현장 심사와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현대건설은 이번에 선보일 정원을 2026년 준공 예정인 ‘디에이치 방배’ 현장에 재현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의 출품작은 성균관대학교 최혜영 교수와 현대건설 최연길 책임이 함께 설계했다. 작품은 다양한 높이의 하얀 기둥을 통해 자연의 시적인 풍경으로 초대하는 듯한 구조로, 바람결에 리듬감 있게 물결치는 실루엣이 특징이다. 그 안에는 고요한 휴게 공간과 생동감 넘치는 초화류(herbaceous flowers)가 어우러지며, 정원의 포장과 의자 등 일부 요소에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돼 지속가능성까지 고려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원의 경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던 구조물을 하나의 공간 안에 조화롭게 녹여낸 작가적 상상력과, 자연의 물성을 세련되게 표현한 방식이 영국 왕립원예협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지난해 현대건설이 최혜영 교수와 협업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3단지에 조성한 작가정원 ‘도서관과 정원(Library & Garden)’의 후속작이다.
현지 사전답사에 참석한 현대건설 최연길 책임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원 박람회에 현대건설의 차별화된 조경 디자인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온 현대건설의 조경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네덜란드의 카럴 마르턴스(Karel Martens), 영국의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압구정 재건축 등 주요 사업지에 예술적·환경적·정서적 가치를 담은 특화 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다.

호반건설, 외벽도장로봇 실증…스마트건설 본격화
호반건설은 인천 서구 ‘호반써밋 인천검단 AB19블록’ 현장에서 외벽도장로봇 ‘롤롯(Rollot)’의 실증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테스트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은 가운데 진행됐다.
‘롤롯’은 자동화기기 전문업체 드블류피에스(WPS)가 개발한 스마트 건설장비로, 호반건설 오픈이노베이션팀이 발굴했다. 이 로봇은 와이어를 따라 수직으로 이동하며 원격으로 롤러 도장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고층 외벽 도장에 특화돼 있다.
분당 최대 10m의 표면을 도장할 수 있는 작업 속도를 갖췄으며, 이는 현장 인력 작업 대비 약 2.5배 빠른 수준이다. 또한 날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 기존 스프레이 방식에서 발생하던 분진 날림이나 화학 도료 비산 등 환경 오염 문제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외벽 고소 작업을 대체함으로써 추락 등 산업재해 위험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점에서 안전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번 실증을 기반으로 장비의 시공성, 환경성, 안전성 등을 종합 평가해 해당 현장의 본공사 투입은 물론, 향후 신축 현장으로의 확대 적용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호반건설은 삼화페인트, 친환경 콘크리트 혼화재 개발업체 포스리젠과 공동 개발한 친환경 도료를 이번 테스트와 연계해 활용함으로써, 친환경성과 시공 효율성 모두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재은 호반건설 오픈이노베이션팀장은 “스마트 건설장비를 도입해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현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이번 실증을 시작으로 로봇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호반건설은 드론 전문업체 코매퍼(Comapper)와 협업해 드론 기반 AI 영상 분석 기술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공 전 과정에서 주요 결함을 사전에 탐지하는 등 스마트 건설 안전기술의 고도화를 지속 추진 중이다.

GS건설, 한국형 모듈러로 기술 우수성 알려
GS건설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5개국의 도시개발 실무 공무원 22명이 지난 16일 자사의 목조 모듈러 주택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의 충남 당진 생산시설을 견학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가 공동 주관한 국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견학 참가자들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석사과정 ‘도시개발 및 스마트 인프라 정책(MUDSIP)’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연수생들로, 모두 자국의 도시개발 실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해당 석사급 연수과정은 국토부가 도시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의 우수 인프라 정책을 해외와 공유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자이가이스트 방문은 한국의 첨단 건설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자국 개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방문단은 자이가이스트의 목조 모듈러 주택 생산 공정과 친환경 자재 활용 방안, 스마트 건축 솔루션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자이가이스트 관계자는 "이번 견학은 한국 건설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주거 솔루션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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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이가이스트는 GS건설이 미래형 주거시장 선도를 목표로 2020년 설립한 전문 자회사로, 국내 최고 수준의 목조 모듈러 주택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철골 모듈러 방식의 오피스 건립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