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청년 인구감소에도 '쉬고 있음' 늘어나는 고용시장 역설

[허원순의 경제와 미래] 일할 능력 있지만 의사 없는 비경제활동 청년 40만명

성장 저해, 사회보장 부담, 연간 ‘경제 손실’ 10조원
경직된 고용제도 부채질, 노동문제 넘어 ‘교육의 실패’

  • 기사입력 2025.08.21 09:44
  • 최종수정 2025.08.28 10:37
  • 기자명 허원순

더피알=허원순|인구 감소가 산업현장에까지 위기로 인식된 지도 꽤 됐다.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이 부족해진 시대가 됐다는 진단이다. 그런데도 실업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히려 더 심해질까 전전긍긍이다. 대개 국가들이 그렇다. 구인시장과 구직시장에는 일정 수준의 미스 매치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러 요인이 있다. 일자리, 현대 고용시장의 한 특성이다.

노동력 부족 시대의 비경제활동인구 문제도 그중 하나다. 실업자는 어쨌든 구직활동을 하고 있거나 했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즉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갖춘 인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의사가 없는 사람이다. 전업주부, 전업학생, 현업 은퇴자 등이다.

15세 이상의 인구, 즉 생산 가능(노동 가능) 인구 중 취업자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실업자도 아닌 상태가 비경제활동인구다.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 성장이 둔화하고, 이들에 대한 부양으로 사회보장 재정이 악화하는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

'쉬었음' 비경제활동 청년 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쉬었음' 비경제활동 청년 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일할 의사도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다. 고용 통계 작성에서 ‘쉬었음’으로 분류돼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청년이 40만명에 달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매년 늘어난 연간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라는 내용이다. 일자리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문제 하나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쉬었음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라는 최근 보고서(창원대학교 이미숙 교수 연구)를 보면 이런 현상은 근래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향을 분석했다. 무엇보다 2019년에 ‘쉬었음’ 청년 백수는 36만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40만명을 웃돌았으니 증가세다.

보고서는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잠재적 소득으로 간주하고, 그 추정 급여의 80%를 경제적 비용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2019년 7조4140억원에서 2023년 9조5969억원으로 늘어났고, 5년간 44조5000억원에 달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청년 백수가 이렇게 많고, 이로 인한 대가가 크다는 것은 예사로 볼일이 아니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사실 청년 취업난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사회적으로 경각심은 저조하다. 여러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청년 취업난은 단순히 고용시장의 왜곡이나 장애물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정책 실패 요인도 큰데, 비효율적이고 뒤떨어진 학교 등 교육시스템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5년 조사에서 청년 백수 중 대졸 이상 고학력 청년 비중이 36.8%에서 38.3%로 늘어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대중소 기업 간의 총체적 격차 같은 노동시장의 해묵은 문제점도 있다. 통상 고용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고 하는 것이다.

갈수록 공고해지는 임금 격차, 일자리 안정성, 산업 간 격차는 확대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게 한국 현실이다. 이런 구조가 ‘노동권 확대’라는 이름으로 고착하고 심화한다. 그 결과 기업이 정규직 중심의 신규인력 채용을 최대한 피하는 판이니 청년들이 갈 데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미스매치와 정책 실패, 청년 백수 40만명의 경고. 사진= 뉴시스
 일자리 미스매치와 정책 실패, 청년 백수 40만명의 경고. 사진= 뉴시스

‘AI 시대'의 본격화도 큰 변수다. AI의 보편화와 로봇 시대의 전개는 거대한 메가트렌드다. 정부 정책으로도 어쩔 수 없고, 노동계의 투쟁도 넘어선다. 피할 수도 없는 이 물결 때문에도 청년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심해질 것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 청년 IT인력 메카로 여겨졌던 판교가 활력을 잃은 채 빠르게 늙어간다는 우려가 잇따를 정도로 고용 노동시장에 AI와 로봇 변수도 커졌다. 이런 요인들이 비경제활동인구 지대의 청년 백수를 자꾸 늘리고 있다.

개탄만 할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령 큰 기업가였던 빌 게이츠가 8년쯤 전에 로봇세 도입을 언급했던 것은 어떤 의미였던가를 지금 실정에 맞게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적극적으로 ‘노는 것’도 아니면서 소극적으로 ‘그냥 쉬기’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40만 이상의 청년들은 실상 자기 임금만 못 버는 게 아니다. 급여에 따라붙는 국민연금 건강보험료까지 안 내고 못 낸다. 국민연금기금 건강보험기금 수입에까지 악영향이 미친다. 이런 부분까지 다 계산하면 경제적 손실은 44.5조원이 아니라 5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근본 대책은 고용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근본 대책은 고용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다. 사진=뉴시스

냉정하게 말하면, 조금 나쁘게 말하면 구직활동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 청년 백수는 사회적 부담, 먹여 살려야 할 대상이다. 최대한 자립 자활하게 해야 한다.

해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근본 대책은 고용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다. 고용 방식, 근로형태와 시간, 임금산정에서 당사자 간 자율을 보장해야 청년 백수를 줄일 수 있다. 한 주에 조금만 일하고 싶거나, 몇 개월 혹은 1~2년 단기간만 일하고 싶은 경우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고용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의 초단기 알바도 2년만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노동권 확대’가 과연 고용시장에서 일자리를 늘릴지 냉철하게 봐야 한다.

당사자 간 자율로 고용주가 편하게 다양한 형태로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과도한보호로 오히려 그 시장을 죽여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초등부터 대학까지 교육 혁신과 함께 졸업 후 취업 실무 교육체계, 청년들의 심리 회복 프로그램도 강화해야 한다. ‘그냥 쉰다’는 선택이 많이 나오지 않게 공교육부터 실업 교육 중심으로 혁신이 필요하다.

재원도 필요할 것이다. 헛돈 쓰는 엉터리 복지만 손질해도 이런 예산은 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도 학령인구 절벽 시대에 남아돌아서 문제라는 교육교부금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다 산업이다 뭐다, 따질 것도 없다. 계속 경제적 비용, 손실 계산할 필요도 없다. 거두절미 단순하게 보자. 공부도 않고, 미래 직업을 위한 준비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채 그냥 ‘쉬었음’ 즉 놀고 있는 청년들이 이렇게 늘어나는 게 정상인가. 이들을 계속 놀게 해 무기력하고 의타적 청년이 늘어나는 사회라면 미래도 없다. 더구나 능력 있는 청년들은 국제 인재 쟁탈전에 따라 해외로 앞다투어 빠져나가는 시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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