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거북이를 구할 수 있다면” 미니멀리스트가 된 아이들

[브리핑G] 알파세대, 어른들의 낭비적 소비주의를 막아서다

환경 인식 높아져 품질·지속가능성 큰 관심…부모에게도 영향 끼쳐
온라인 쇼핑보다 오프라인 매장 더 선호 “의미 있는 가치 아는 세대”

  • 기사입력 2024.09.20 08:00
  • 기자명 박주범, 김병주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추석에 내려진 이례적 폭염주의보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 세대인 아이들이 지구 살리기와 지속가능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사는 것에 반대하고 부모에게도 동참을 요구하는 알파 세대(14세 이하)가 낭비적 소비주의의 가장 큰 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I)가 보도했다.

아이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장난감 소비와 정리정돈 등의 행태로도 드러날 수 있다.
아이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장난감 소비와 정리정돈 등의 행태로도 드러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 나은 환경 인식 덕분에 알파 세대가 지속가능성과 품질을 중시한다고 보았다.

전자상거래 지원 기관 프론트 로우 그룹(Front Row Group)의 CEO인 유리 보이키브(Yuriy Boykiv)는 10세와 12세 두 아이로부터 “옷장을 비우고 남는 물건을 기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지출에 대해 더 선택적이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큰돈을 쓸 가능성이 높은 경제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I는 최근 알파 세대가 2029년까지 5조4600억 달러(약 7273조원)의 구매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예측을 인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소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낀다. 알파 세대는 학교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해 배우고, 패스트 패션과 자신들의 선택도 포함한 소비주의의 결과를 일찍 깨닫고 있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의 환경 인식이 부모의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의 환경 인식이 부모의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더 분별력을 갖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크린들(McCrindle)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80%의 부모가 지출할 때 알파 세대 자녀의 영향으로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고 한다.

보이키브는 "아이들은 제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신경 쓰고 부모에게 물건이 너무 많다거나 어떤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오직 좋은 품질의 물건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대중에게 소비를 줄이도록 영감을 주는 디인플루언싱하는 ‘저소비 신조’의 트렌드가 확산되었다. 많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도 이를 똑같이 하고 싶어 하지만, 저가 패션 사이트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다.

BI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알파 세대의 마음이 더 순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24년에 알파 세대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자녀의 63%가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디지털 에이전시 분더만 톰슨 커머스(Wunderman Thompson Commerce)도 알파 세대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6%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회사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했고, 18%가 플라스틱이 아닌 지속가능한 제품을 원했다.

9월 19일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세대간 기후 불평등 가속화, 폭염으로 인한 전기 요금 부담 폭증 등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월 19일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세대간 기후 불평등 가속화, 폭염으로 인한 전기 요금 부담 폭증 등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늘어난 정보력, 중요한 건 내 가치…‘덜 쓰고, 매장 가고’

정리 전문가 줄리 피크(Julie Peak)는 놀이방을 정리하다 아이들이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작은 물건 여러 개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놀 수 있는 큰 물건 하나를 갖는 게 낫다는 말이다.

피크는 8살 정도의 아이들이 부모에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신경 써달라고 말하는 것도 보았다. 그는 “한 고객의 자녀는 부모에게 재사용 가방을 쓰자고 하면서 거북이를 보호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알파 세대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충동구매에서 큰 기쁨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소비주의의 속임수를 일찍 파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크는 "우리는 이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으며, 아이들은 우리의 행보와 선택,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아이들은 이 사안에 대해 더 양심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워 오일리 하우스 운영자 로라 애셔. 사진=Our Oily House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워 오일리 하우스 운영자 로라 애셔. 사진=Our Oily House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니멀리즘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DIY 사이트 아워 오일리 하우스(Our Oily House)를 운영 중인 로라 애셔(Laura Ascher)는 알파 세대가 잡동사니 정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면서 "소셜미디어 시대에 자란 알파 세대는 이전 세대의 충동적 소비주의를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변화는 이들이 쇼핑몰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비붐 세대나 밀레니얼 세대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 것과 반대로 알파 세대는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매업체 탠저(Tanger)의 CEO인 스티븐 얄로프(Stephen Yalof)는 쇼핑몰이 10대 초반 아이들에게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팩 단위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며, 스탠리 컵, 드렁크 엘리펀트 세럼, 글로우 레시피 화장품과 같이 매우 구체적인 브랜드와 제품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알파 세대는 또한 더 광범위한 소스에서 정보를 얻는다.

헬레노어 길모어 비노 브레인 전략 책임자. 사진=Helenor Gilmour X(트위터) 공식 계정.
헬레노어 길모어 비노 브레인 전략 책임자. 사진=Helenor Gilmour X(트위터) 공식 계정.

아동 전문 컨설팅 회사인 비노 브레인(Beano Brain)의 전략 책임자인 헬레노어 길모어(Helenor Gilmour)는 알파 세대는 올바른 행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소비자이자 저축자’라고 말했다.

길모어는 "그들 중 더 똑똑한 아이는 중고물품 판매로 소규모 기업가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파 세대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신을 대해야 할지 정서적으로 잘 안다"면서 여전히 저렴한 구매를 위해서는 아마존, 테무, 쉬인(Shein)을 찾는다는 점도 설명했다.

작가이자 금융 지식 전문가, 두 아들의 아빠인 데이비드 델리슬(David Delisle)도 "그들은 똑똑한 세대로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델리슬은 "내 아이들의 경우엔 하나는 미니멀리스트도 아니고 돈을 쓰는 쪽이어서 수많은 취미와 물건으로 방이 가득 차 있지만, 또 한 명은 물건에 전혀 관심 없고 그저 바닷가에 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한다"며, “모든 알파 세대가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주의를 헤쳐나가면서 어떤 가치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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