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세상에 없는 기술” 약속한 삼성, “여우 지혜 주머니” 마련한 LG

[CES 기자간담회]
한종희 “로봇사업, 충분히 승산 있어…구독으로 선택권 넓힐 것”
조주완 “사업모델 차별화로 中 기업 대응…‘상고하저’ 평탄화”
최태원, 젠슨 황 발언 실수에 “별일 아냐”…HBM3E 역할 강조

  • 기사입력 2025.01.09 13:45
  • 최종수정 2025.01.09 14:0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국내 대기업 리더들이 CES 현장에서 기술 혁신을 강조하며 자사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 LG전자는 구독 서비스와 전장 사업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말이다. 한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 상황과 관련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를 이같이 밝히며, 이 회장이 강조한 '세상에 없는 기술'에 맞춰 올해 하반기나 내년쯤 새로운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회장은 "사실 기업에서 바라는 가장 꿈은 대체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래야 가격도 올릴 수 있고 소비자들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께서 '세상에 없는 기술' 화두를 던지셨는데 그 제품이 아마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도쯤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회장께서 말씀하셔서 산업부별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AI 집사 로봇 '볼리'를 오는 5~6월 한국과 미국에서 출시한다고 밝혔다. 용 사장은 "볼리는 우선 한국과 미국에서 올 상반기 내, 5~6월 중 출시 예정"이라며 "가격은 현재 적정한 수준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고가가 예상되는 만큼 구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구독은 우리가 늦게 시작했지만 여러 아이템을 본인의 취향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고 소비자 반응도 좋은 것으로 안다"며 "갤럭시와 볼리도 구독 대상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제조', 둘째 '리테일', 셋째 '키친(주방)'이다.

한 부회장은 "삼성이 로봇 분야에 대해 빠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며 "M&A(인수합병)를 통해 기대 성장 동력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디바이스 기반 AI 기술을 가진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를 인수했으며, 초음파 관련 AI 기술을 가진 프랑스 기업 소니오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국내 로봇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로 올랐으며,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인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도 투자했다.

'AI로 가격만 올랐다'는 비판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김밥 가격이 과거에 비해 오른 걸 생각해보면 전자제품은 정말 가격이 안 오르는 것"이라며 "재료비, 물류 비용 등 여러 비용을 AI로 고도화해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다. 신모델이 나왔을 때 가격이 엄청 올랐다거나 AI가 들어가서 가격이 올라 힘들다는 소리는 안 나오게끔 하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 부회장은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잠정 실적이 발표된 것에 대해 "시장이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게 맞지만 이를 중심으로 한발짝 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작년, 재작년에 적자를 많이 냈는데,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고, 올해는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8일(현지시각)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LVCC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8일(현지시각)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LVCC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어떤 시나리오든 다 준비해놓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8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외 불확실성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짜놓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해 눈앞의 이슈별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을 만들었다. 특히 통상 정책과 관련 '스윙 생산(생산지 조정) 전략'이나 '선행 생산 같은 재고 전략'을 통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어느 해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렵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고단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과 관련해 "우리만의 플레이북(Playbook)을 갖고, 여우 '지혜 주머니'를 열어보듯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역설했다.

조 사장은 전날 한국에서 발표한 LG전자 2024년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과 관련해 "물류비 영향이 컸다"며 "TV 수요 감소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경쟁 비용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성장은 역대 최고지만, 하반기만 되면 손익이 안 좋아지는 '상고하저' 문제는 여전한 숙제"라며 "B2B(기업간 거래), 지역별 균형 등을 통해 평탄화 작업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B2B 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말 기준 35%에서 오는 2030년에는 45%까지 높일 계획이다.

올 상반기 예정된 LG전자 인도법인 IPO(기업공개)와 관련해 "인도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많은 공장을 지어 현지 완결형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가전 업체들의 성장과 관련해 "그동안 위협에 대한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대응을 위한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 사장은 "제품에 있어 우위를 계속 유지하고, 원가 경쟁력은 따라 잡아야 한다"며 "플랫폼 등으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구독, 소비자 직접판매(D2C) 등 사업 모델과 사업 방식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OS 등 통해 플랫폼 사업 매출도 지난해 처음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5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세 LG전자 MS사업본부장 사장은 삼성전자가 구독 사업 시장에 진출한 것에 대해선 "경쟁사가 들어와 구독이라는 사업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 좀 더 커질 수 있겠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밝혔다. 다만 "구독은 할부가 아니라 케어가 핵심"이라며 "저희의 강점은 4000~5000명에 달하는 케어 매니저로, 서비스 로드맵을 가지고 고객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솔루션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구독 사업 매출을 2030년 6조원 규모로,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연내 출시 예정인 '로봇집사' AI 에이전트 Q9을 구독 방식으로 판매해 소비자 진입 문턱을 낮추는 한편, 계약 종료 후 회수된 제품의 '리퍼비시(재정비 제품)' 판매를 위한 사업성 검토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전장 사업도 트럼프 2기 출범과 관련해 수요 둔화 우려가 클 것으로 봤다. 이삼수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전장 사업이 기존 속도보다 2~3년 딜레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사업이나 제품, 지역 포트폴리오 조정해서 위협 크기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SK그룹 전시관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SK그룹 전시관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GPU 안에 어떤 회사 제품이 들어가는지, 디테일까지 다 외우고 사느냐“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 정정 ‘해프닝’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대단한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넘어갔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황 CEO와 만났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황 CEO와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인공지능(AI)에 대해 논의했다.

함께 읽을 기사: 최태원 회장 “우리가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해”

앞서 황 CEO는 6일(현지시간)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지포스 RTX 50 시리즈'에 "마이크론 GDDR7을 탑재했다"며 마치 엔비디아의 중요한 GPU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D램은 쓰지 않은 것 같은 발언을 했다.

황 CEO는 다음날 미디어행사에서도 "삼성과 SK는 그래픽 메모리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들도 합니까"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8일 황 CEO는 자신의 실수를 정정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지포스 RTX 50 시리즈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여러 파트너가 제조한 고속 GDDR7 메모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경 SK전시관을 방문한 최 회장은 이종민 SKT 미래 연구·개발(R&D) 연구소(Lab)장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듣고 전시관에 입장했다. 특히 16단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바로 옆의 글라스(유리) 기판은 직접 들고 자세히 살펴봤다. 그는 웃음을 지으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이 제품에 대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삼성전자 전시관에도 24분간 머물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최 회장 전시관 투어에 동행했다.

한 부회장이 "올해 갤럭시 S25는 22일 론칭 행사를 한다. 기존 기능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AI가 적용된 쿠폰이 나온다"고 하자 최 회장은 "(폰을) 또 바꿔야겠다"고 웃으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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