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전장사업, 중국이 쫓아왔다…LS 구자은 회장 “더 절실해야”

구 회장 “中 TCL·하이센스 상전벽해”
두 기업, 삼성전자 부스 유심히 관찰
서울 ‘캠퍼스타운’ AI로 역대 최대 성과
부산시장 현장 찾아 수출 판로 개척

  • 기사입력 2025.01.10 13:47
  • 최종수정 2025.01.10 16:34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CES 단골 손님‘인 LS그룹 구자은 회장이 9일(현지시간) “(바짝 쫓아온) 중국 업체들을 보니 더 절실해져야겠다”고 말했다. “중국을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얼마나 하루하루 피가 마르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구 회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쟁이 덜한) 보호된 데서 전기, 전선을 생산하다가 CES에서 치열한 가전 업체와 스타트업을 보니까 그동안 우리가 절실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자은 LS 회장이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트럴홀 내 TCL 전시관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S그룹 제공
구자은 LS 회장이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트럴홀 내 TCL 전시관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S그룹 제공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이후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CES를 찾아 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5년째 방문이다.

구 회장은 전날(8일) 스타트업들이 모인 유레카 전시관을 둘러보고, 이날 오전 이날 오전 삼성전자, LG전자와 중국 하이센스, TCL, 일본 파나소닉 등의 부스를 살펴봤다. 명노현 ㈜LS 부회장, 계열사 최고전략책임자(CSO) 등도 동행했다.

구 회장은 LG전자 부스에서 LG전자 스피커 브랜드인 'LG 엑스붐'을 유심히 보며 관계자에게 "윌아이엠(will.i.am)과 어떻게 협업을 하게 됐냐", "삼성전자보다 LG전자가 AI 사업 팀이 더 크냐" 등의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구 회장은 올해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 "경기 자체가 너무 안 좋지만 작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트럼프든 누구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미국 시장에서 전선은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고 그룹 전체적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LS의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최근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LS전선도 지난해 7월 미국 해저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에 6억8275만 달러를 투자해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공장을 착공하기로 한 상태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기억에 남는 업체를 묻는 말에 “TCL과 하이센스를 봤는데 20년 전과 비교해 이렇게 컸구나 싶더라”며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를 우리 생산이나 구매, 품질 등에 어떻게 접목할지가 중요할 것 같고 우리한테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가전기업 TCL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공개한 가정용 AI 로봇 '에이미'. TCL은 2022년 출하량 기준 LG전자를 넘어서며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TV제조회사로 올라섰다. 사진=뉴시스
중국 가전기업 TCL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공개한 가정용 AI 로봇 '에이미'. TCL은 2022년 출하량 기준 LG전자를 넘어서며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TV제조회사로 올라섰다. 사진=뉴시스

경쟁사 찾아온 TCL CEO…LG “中 위협 대응 실행해야”

중국은 이번 CES에 미국(1509곳) 다음으로 많은 1339개사가 현장 참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자회사 등을 중심으로 부스를 마련해 중국 색을 빼는 한편, 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모습이다.

중국 가전업체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의 자오쥔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오전 CES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았다. TCL이 CSOT의 전장용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이 경쟁사의 제품·솔루션을 살펴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현장에서 나왔다.

자오쥔 CEO는 삼성 스마트싱스와 홈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설명을 집중해 들었고, 특히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과 개발한 전장 솔루션이 탑재된 전시차를 오래 둘러보았다.

TCL은 올해 행사에서 전장 부품을 탑재한 목업(실물모형) 차량을 전면에 전시했다.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초대형 패널, AR(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 등이 설치된 이 차량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몇 년 전부터 선보인 제품 및 솔루션과 유사한 모습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센스 관계자들도 다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제품과 전시장을 계속해서 촬영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이센스 역시 이번 CES에서 전장 사업부문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가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았던 전장 사업부문을 띄우기 위해 국내 업체들을 차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은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위협에 대한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대응을 위한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자오쥔 CEO는 '삼성전자 부스 참관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빨리 가야 한다. 미안하다"며 전시장을 빠르게 나섰다.

CES 2025 서울통합관 전시관. 사진=서울경제진흥원 제공
CES 2025 서울통합관 전시관. 사진=서울경제진흥원 제공

서울시 대학 창업 디딤돌 ‘캠퍼스타운’, 혁신 주제는 'AI'

서울시와 부산시도 이번 CES에서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펼치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시는 자치구·기관·대학 등의 참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서울통합관’을 운영하며 수상 실적을 늘렸다. 부산시는 올해 처음으로 ‘통합부산관’을 운영하며 기업 투자 유치와 수출 활성화에 나섰다.

서울통합관은 1천40㎡(약 315평) 규모로, 3개 자치구(강남·관악·금천구), 5개 창업지원 기관(서울경제진흥원·서울관광재단·서울바이오허브·서울AI허브·캠퍼스타운성장센터), 서울 소재 8개 주요 대학(건국대·경희대·국민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연세대·중앙대)과 협력해 운영된다.

국내 우수 스타트업 97개사가 참여하는데, 이중 역대 최대 규모인 21개사가 CES 혁신상을 탔다.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글로벌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인 '서울 이노베이션 포럼'에 150여명이 참가해 5개국 10개 스타트업의 경연을 보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등 네트워킹을 했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는 "CES 서울통합관 사업은 더 이상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후에도 후속 지원 사업을 통해 참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CES 2025에서 로보틱스와 고령화&접근성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중앙대학교 휴로틱스 부스. 사진=뉴시스
CES 2025에서 로보틱스와 고령화&접근성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중앙대학교 휴로틱스 부스. 사진=뉴시스

대학의 창업 디딤돌 역할을 하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으로 지원받은 7개 기업이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로 혁신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상의 성적을 올렸다. 수상기업은 지난해 3개사에서 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캠퍼스타운은 4년 연속 수상기업을 배출했다.

서울시가 대학과 협력해 2017년부터 시행한 서울캠퍼스타운은 창업기업에 입주 공간, 멘토링, 투자 유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20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작년 8월 기준으로 2974팀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1만2663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했다.

휴로틱스(중앙대)는 병원용 보행 재활치료 웨어러블인 로봇 'H-Medi'(메디)를 비롯해 웨어러블 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차지했으며 올해는 로보틱스와 고령화&접근성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메타파머스(서울대)는 농업 AI 전문 기업으로, 딸기 수확 로봇과 수분 로봇 등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보유했다.

유니유니(이화여대)는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 시 낙상, 실신과 같은 비정상적인 자세 변화와 이상 행동을 감지해 보호자에게 즉각 알리는 딥러닝 솔루션 '쎄비'(SAAVY)를 선보였다.

써모아이(중앙대)는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시야 확보가 가능한 열화상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카멜로테크(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는 AI 기술을 활용해 한약 처방·조제·포장·세척을 자동화·최적화하는 '카멜레온' 시스템을 각각 개발했다.

맵시(서울대)는 항해사와 선장의 경험을 실시간 선박 빅데이터와 결합한 내비게이션이다.

슈팹(이화여대)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기존 육류의 맛과 질을 넘어서는 대체육을 개발한 성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캠퍼스타운 성장기업의 CES 혁신상 수상이 매년 늘어나는 것은 대학 중심의 서울시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세계적 수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 대학부터 창업에 친화적인 '청년창업' 특별시 서울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청 전경. 사진=뉴시스
부산시청 전경. 사진=뉴시스

부산시 첫 통합관…박형준 시장 ‘현장 영업’ 나서

부산에서는 역대 최다인 23개 기업이 참가해 혁신상 7개를 수상했다. 통합부산관은 '팀 부산(TEAM BUSA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협력해 25개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통합부산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을 참관했다. 또한, ABB그룹, 데크하우스 커뮤니케이션즈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를 만나며 수출 판로 개척에 나섰다.

박 시장은 출국을 앞두고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경제 회복”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수출 판로 개척과 투자유치”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통합부산관 참가기업과 글로벌 투자사 간 협력사업 발굴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는 현지 투자자, 구매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부산시는 'CES 2025' 통합부산관에서 부산 참여기업 중 하나인 랩오투원이 ABB 그룹 및 데크하우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수출계약 체결을 달성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CES 2025' 통합부산관에서 부산 참여기업 중 하나인 랩오투원이 ABB 그룹 및 데크하우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수출계약 체결을 달성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부산시 제공

박 시장은 이날 해양 정보 기술(IT) 솔루션 기업 ‘랩오투원’이 ABB 그룹, 데크하우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현장에도 참석했다. 이번 전시에 선박 데이터수집 서비스를 내세워 참가한 랩오투원은 ABB 그룹과 3년간 12만달러 계약을, 데크하우스 커뮤니케이션즈와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3년간 6만5000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ABB 그룹은 로봇, 에너지, 자동화 기술 분야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이고, 데크하우스 커뮤니케이션즈는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해양 위성 통신 서비스 회사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해양산업이 발달한 부산은 아시아 지역본부를 이전해 사업을 확장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며 "지난 12월에 지정된 부산 2차 기회발전특구 내로 이전한다면 현금지원과 법인세 감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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